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묘한 러브레터

미친 반전과 소름에 멍해진다






이런 소설을 만나게 되면 참 난감하다. 내용을 모두 적어 스포일러를 담을 수도 없고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리뷰에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가능한 한 리뷰를 읽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굳이 약간의 내용이나마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래 내용을 적어본다. 내용을 알고 이 책을 만난다면 책이 가진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래의 리뷰에는 최대한 반전의 내용은 담지 않으려 노력했고 내가 느낀 점에 대해서만 적으려 노력했다. 리뷰이기에 간단한 줄거리 정도는 소개하겠다.



리뷰가 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런 소설은 정말 반갑다. 225페이지의 이 책은 작은 편이며 글자도 커서 금방 읽는다.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흥미진진해 반나절 정도면 모두 읽고 혼돈에 빠져 멍한 상태가 된다. 반전이 거듭 등장하는데 그 반전들이 매우 충격적이라 뒤의 반전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미 주먹으로 한대 얻어 맞아 얼얼한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예상치 못한 핵펀치가 또 날아온다. 마지막 핵폭탄급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러웠고 멍했으며 앞 페이지들을 계속 들춰보게 했다.

저는 오랫동안 인터넷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페이스북도 반년 전에 시작했습니다. 뭔가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자유로운 시간을 주체할 수가 없었고, 달리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중략) 당신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 당시의 얼굴을 우연히 볼 수 있게 되니 너무나도 그리운 나머지 그만 이렇게 장문의 메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p10

미즈타니가 미호코에게 보내는 페이스북 메세지로 시작된다. 미즈타니가 먼저 미호코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올 것 같지 않았던 답장이 온다. 그리고 페이스북 메세지로 과거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어 보인다. 쉰셋의 나이게 옛 여인에게 페이스북을 배우고 메세지를 보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미련이 남아 있어 보인다. 미즈타니는 암으로 고통 받고 있고 과거의 일들에 대해 용서를 받고자 혹은 용서를 하고자, 혹은 그저 대화를 하고자 연락을 한 듯 보인다. 그렇게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추신: 이전 계정(이라고 하던가요)을 지우고 새 계정으로 다시 등록했지만, 특별히 의미는 없습니다.

p24

추신에 있는 내용들이 처음에는 별다른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끝까지 책을 읽고 난 뒤 다시 펼쳐 본 추신의 내용에 소름 돋았다. 마지막까지 읽고 난 뒤 추신에 담긴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말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이 추신이 가진 의미를 읽는 동안에 굳이 연연하지 않는게 좋다.

추신: 그런데 만일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주소를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편지 같은 걸 보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어디에 살고 계시는지 정도는 알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입니다.

p107

이 추신에서는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 갑자기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을까. 찾아가서 지켜보려는 것일까. 뭔가 미련이 남아 있어 보이는데 굳이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는 게 뭔가 미심쩍었다. 허나 그저 의심일 뿐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역시 끝까지 읽어야만 그 이유를 알 수 있고, 정말 소름 돋는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날-그래요, 우리 두 사람의 결혼식 날 말입니다. 그 날, 당신이 식장에 나타낮 않음으로써 제 인생은 바뀌었습니다. 만일 당신이 와주었다면 저는 지금처럼 살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p174

결혼식 날 당일 여자가 갑자기 떠나갔다.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남자는 어떠한 기분일까. 여자는 왜 어떠한 이유로 갑자기 떠났을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미즈타나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결혼을 약혼한 여자는 떠나갔고 철저히 혼자된 기분, 암으로 이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이 여인이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렇게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궁금해 연락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소설의 끝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보통 반전이 있는 소설들은 마지막 반전을 위해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한 면이 있다. 허나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미즈타니와 미호코가 서로 주고 받는 메세지 안의 신경전부터 과거의 일들에 대한 이야기로 박진감있고 매우 흥미롭다. 몰입해서 단숨에 읽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들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을 뒤흔든다. 반전 소설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신박하며 훌륭하다.



야도노 카호루 작가의 소개를 보면 '복면작가'라는 단 네 자 뿐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오직 <기묘한 러브레터> 한 권뿐이다. 그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대되며 궁금하다. 이 책을 읽은 직후 아내에게 건냈다. "어서 읽어봐! 대박이야! 최고야!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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