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 - 선택의 고비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주는 철학적 사고법
리우스 지음, 이서연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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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

열 다섯명의 철학자와 만나다





허베이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선생님 생활을 하며 동서양의 철학을 연구하는 저자 '리우스'의 책이다.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고 우리와 동떨어진 느낌이 많이 든다. 하지만 철학에는 인생 문제를 다루는 과학이 담겨 있고, 우리 삶의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학문이다.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을 조금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유명 대학교 철학과 신입생 민경이는 '재미있는 철학' 강의를 수강한다. 첨단 인공지능을 활용해 15명의 철학가가 교수가 되어 철학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 토론을 진행한다. 철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 신입생의 시각에서 이뤄지는 대화이기에 많이 어렵지 않고 철학 입문서로 아주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나는 덩달아 다양한 철학의 세계의 핵심을 배우는 대학 신입생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철학자들은 해답도 없는 문제에 매달리는 걸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차라리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에 매달리면 좋잖아." (중략) "답이 보이지 않아도 계속 연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어. 세상을 더 좋게 발전시키는 방법이나 세상이 변화시킬 수 있는 규칙이 바로 그 안에 담겨 있으니까."

물은 왜 칼로 잘라도 계속 흐를까? (p71)

철학에 대한 의구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처음 만나는 철학은 뜬구름 잡는 식의 말장난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허나 그 의구심이 바로 철학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궁금하면 알고 싶어지고 관심이 생기며 책을 읽고 이해하고 탐구한다. 그 깊이 있는 철학의 세계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든다.

"...걷던 중 아주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고는 꺾었지. 하지만 계속 가는 과정에서 더욱 아름다운 꽃들이 보이더군. 하지만 나는 선택을 바꾸지도 않았고, 후회하지도 않았네. 왜인 줄 아는가? 내 눈에는 내 손에서 시든 꽃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거든."

결혼은 왜 사랑의 무덤인걸까? (p119)

플라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철학은 매우 흥미로웠다. 꽃과 나무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수많은 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데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조건이 정말 사랑과 일맥상통한다. 한 번 지나간 사랑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결혼은 나무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데 지나고 보니 더 좋은 나무가 많았고 내가 선택한 나무는 평범한 나무였다는 거다. 걷던 중 발견한 아주 아름다운 꽃이 시들어가는 것이 결혼 생활인데 이 시든 꽃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말이 감탄을 자아낸다. 내가 선택한 꽃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행복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관조적인 삶은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장 좋은 삶이라 할 수 있네. 그리고 관조적인 삶은 행복을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방법이라 할 수 있지. 스스로 만족하고 여가를 즐기며 관조하는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인류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네. 관조적 삶은 외부 환경에 의지하지 않고 한걸음 떨어져 스스로 만족하고 여가와 사색을 즐기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p138)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관이 짤막하게 다뤄지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현재를 만족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에 만족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통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난다. 바로 '외부 환경에 의지하지 않고'라는 표현이다. 외부 환경이 의미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는데 매우 궁금한 부분이다.

"나의 인생은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지식의 탐구, 그리고 끊임없는 고난을 겪는 인류에 대한 동정심이었네. 순결하면서도 열정적인 세 가지가 내 인생을 지배해 왔지. 그리고 이 세 가지 열정은 폭풍처럼 거세게 나를 깊은 고통의 바다, 절망의 가장자리로 이리저리 몰아붙였네."

내가 살아가는 이유 (p289)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매우 유명한 역설의 명제다. 이 말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분석 철학의 창시자 러셀에 의해 시작된 인류가 풀지 못하는 과제다. 러셀이 무엇을 위해 살아갔는가에 대한 물음에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의 탐구, 인류에 대한 동정심이라고 대답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를 최근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삶에 내 스스로가 무료해지고 인생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러셀이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준 느낌이다. 러셀에 대해 조금 더 알아 보고 싶어 졌다.


*****


총 15명의 철학자들이 철학 강의장에 나타났다. 노자, 공자, 헤라클레이토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장자,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루소, 쇼펜하우어, 니체, 존 듀이, 러셀, 사르트르까지 철학자들의 핵심을 책에 담았다. 너무 어렵지 않은 정도의 깊이로 접근하고 있어서 부담이 덜했고 관심 있는 철학자의 책을 구매해 읽고 싶어졌다. 내가 그나마 잘 알고 있던 몇몇 철학자도 있지만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던 철학자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길을 제시해 줄 스승을 이제 찾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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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말했습니다
정영진 지음 / 보다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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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말했습니다

사랑에 흠뻑 취하고 싶은 날에 읽기 좋은 책




저자 정영진, 여행을 좋아하고 소주를 좋아하며 파도를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 사람들에게 글로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저자의 사랑 듬뿍 담긴 글들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사랑에 흠뻑 취한다.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듬뿍 담겨 있다.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하고 싶다면, 사랑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가슴 한 켠의 사랑을 간질어 줄 것이다.





당신은 빛나는 사람입니다.

그걸 당신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당신이란 빛' 중에서 (p12)


사랑을 하게 되면 빛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내 스스로 깨우치기도 하지만 상대가 알려주기도 한다. 내가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빛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만 빛나는 사람이어도 괜찮다. 내가 평생 빛나게 도와주면 된다. 그 빛을 함께 키워주는 것, 그게 사랑아닐까. 한없이 감성적이고 싶어지는 날, 이 한 구절에 눈물을 머금어도 괜찮은 하루, 사랑이 그리운 하루, 이 책을 통해 위로 받고 힘을 얻을 수 있다.



눈이 오는 날 이 이야기가 떠오를 것만 같다. 우리에게 도로를 더럽히는 교통 체증 유발자로 치부되기도 하는 그 눈. 하지만 누군가에겐 평생의 소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남에게는 소중한 것임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랑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정말 엄청난 확률로 나에게 오는 행운이 바로 사랑이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몰라요.



어서 고백하세요.

손을 꼭 잡으세요.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아요.

그 사람 (p52)

어서 고민하지 말고 옆 사람에게 고백하라며 선동하는 '그 사람'의 글은 이 세상에 참 필요한 글이다. 물론 고백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고백없는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음을 명심하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고백하면서 손을 잡지 말고 고백에 승낙을 했을 때 잡아야 탈이 없으니 기억하자. 당신 옆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면 당신을 좋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고백의 성공률이 그래도 높지 않을까 하는데, 실패의 가능성은 잠시 접어두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자.






사랑은 참 어렵다. 그렇기에 사랑이 아닐까. 손으로 잡을 수 없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 놈. 파도를 바라보며 한 없이 좋을 때도 있지만 무섭게 나에게 다가오기도 하는 그 파도같은 사랑은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한 법이다. 내가 그 사람을 바라볼 때, 그 사람 역시 나를 바라보기란 정말 천운이 아닐까.



1년 뒤의 비행기 티켓이 싸다고

서슴없이 티켓을 끊어 놓는 너.



단지 네가 싼 티켓을 구해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1년 뒤에도 우리가 함께라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더 좋은 거야.

1년 뒤 ( p184)

결혼하면 이게 좋다. 1년 혹은 2년 뒤 함께할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언제나 가능하다. 연애할 때는 쉽사리 티켓을 끊을 수 없었던 건, 그만큼 관계의 확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아무런 고민없이 1년 뒤를 계획할텐데.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1년 뒤 티켓을 계획하는 연인이 있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그 사람이 나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의미니까.

사랑은 같이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같이 끝나지 않은 것이 더 아프더군.

시작과 끝 (P274)

사랑의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시작은 언제나 함께 하지만 같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 아프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먼저 끝날 수도 있기에 더욱 아프다. 같이 끝나는 사랑을 찾기가 오히려 더 힘들지 않을까. 사랑에 반드시 함께 하는 이별은 아프고 힘들지만 그 이별이 있어야 다시 사랑이 오니... 참 아이러니한 사랑이다.






누구나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를 반복할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사랑을 하고 또 사랑해야 합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P302)

에필로그에 남긴 저자의 말이 우리를 자극한다. 사랑만큼 설레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람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 나는 솔로로 지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사랑만큼 많이 할 수록 좋은 게 없다고 사랑을 전파한다. 나는 평생 베필을 만나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없기에 그들에게 마음껏 사랑을 즐기라고 말한다. 마음껏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지 못하는 것만큼 후회되는 일도 없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듯 하다.



사랑하고 싶어지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날, 크리스마스 선물, 새해 선물로 이 책을 슬며시 건네보자. 한 가지 우려가 있어 당부한다. 아직 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사이에 이 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서로 확실히 사랑하고 있는 사이에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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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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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 소설




우리에게 낯선 멕시코 작가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다양한 분야의 책 16권을 출간하고 다양한 상을 수상한 작가다. 자신의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란 책을 써냈다. 추천 도서 리스트, 주목할 책 리스트, 올해의 책 등 각종 추천을 받았으며 할리우드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하니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빅 엔젤은 자신의 형의 모습이기도 하며 자신의 모습도 투영된 인물이다. 한 가정의 장남으로 책임감이 가득한 그는 가족들에게 빅 엔젤이라고 불릴만큼 인정받았다. 70세의 나이에 암으로 인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장례식과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가족은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는 법이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치 물처럼 말이다. 이 사막 같은 삶에서, 가족이란 바로 그 물이었다.

p70

가족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하게 한다. 서로 크고 작은 갈등들을 가지고 있지만 물처럼 서로 다시 모이는 가족. 빅 엔젤의 가족의 모습에서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만난다. 물론 책에서 만나는 멕시코의 문화가 욕설과 비방이 난무해 우리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마초적이고 자극적이게 느껴지지만 가족이라는 아래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의 장례를 추모하기 위해, 빅 엔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먼 곳에서 모이는 이 가족의 모습에서 까칠한 퉁명스러움 안의 따스함을 느낀다.

"자네의 인생 여정이 나와는 조금 다른 것뿐이야. 죽음이란 시카고행 열차를 잡아타는 것과 같아. 노선은 백만 개나 되고, 기차는 모두 밤에 운행하지. 어떤 기차는 완행이고, 어떤 건 급행이야. 하지만 모두 낡고 커다란 기차 보관소에 있어. 간단해. 잘 죽는다는 건 불알 두 쪽으로 배짱을 부려야 하는 일이야. 불알 두 쪽을 걸고 깡으로 믿는 거라고."

p366

한 가정에서 문제시 되는 아이를 일컬어 '블랙 십'이라 부르는데, 뭔가 이 집안에는 블랙 십이 참 많아 보인다. 배다른 어머니에서 태어난 동생 리틀 엔젤은 세 번째 결혼을 했다. 불법 체류자 아들, 소리만 질러 대는 손주까지 혼란 투성이다.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시트콤 시리즈물을 만들기에 참 좋은 소재가 아닐까. 특히 동생 리틀 엔젤과의 관계 회복 이야기는 가족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리틀 엔젤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한다. 등장 인물들에게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함을 불어 넣는 저자의 능력이 감탄한다.

"아직은 안 죽어. 하지만 혹시 내가 죽으면 벌새가 보일 거야. 그럼 인사를 해. 그게 나일 테니까. 잊지 마."

"절대로 안 잊을게." (중략)

빅 엔젤은 아내를 꼭 껴안았다.

"뭐, 좋아. 난 내일 죽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변에 갈 거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들 때문에 내가 미쳐버리겠어.'

p511

죽음이 머지 않은 빅 엔젤의 마지막 모습 또한 유쾌함을 잊지 않는다. 내일 죽더라도 해변으로 갈 거라는 빅 엔젤의 말이 정말 마지막 말인지 모르겠으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빅 엔젤의 입장이었다면 어떠할까. 이렇게 모든 가족이 모여 생일 파티를 즐기다 떠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생각하고 가족들을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집에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넣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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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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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아이의 창의력은 부모하기에 달렸다






영재 및 창의력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 윌리엄메리대학교 교육심리학과 종신교수, 창의성 연구소 토런스센터 고문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저자 김경희 교수의 창의 영재 교육법을 담은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아이의 창의 교육에 관심있는 모든 부모가 한 번쯤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기존의 교육에 문제점을 탈피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어떻게 그 안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발전 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사실 이런 책을 읽는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부모라 할 수 있다. 아이를 위한 자세에서 이미 합격이다. 그에 한 발 더 나아가 아이의 입장에서 올바른 인성과 더불어 후천적으로 길러진 창의력이 더해지길 모든 부모가 바랄 것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속상한 점이나 어려운 점을 말할 때마다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는 엄마에게 아이가 신뢰가 생기고 애착이 생길 수 없다. (중략) 아이들은 가까운 사람과 애착을 형성하면서 세상을 밝게 바라보게 된다. (중략)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는 타인을 향한 사랑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된다.

밝은 아이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 긍정적 태도 (p32)

다른 어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을 꺼낼 때, 고민을 말할때 적극적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부모 말이다. 어쩌면 정말 당연하고 쉬워 보이지만 바쁘고 힘은 일상을 살아가는 부모에게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듣는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항상 귀를 열고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기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당연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알고 있지만 당연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내 자신이 혹시나 이러고 있지 않나 되돌아 보게 된다. 사랑과 긍정의 마음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단연코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 '영감'과 '호기심'이다. (중략) 창의력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경험이나 활동을 함께 하고, 엉뚱한 질문으로 대화의 주제를 틔우거나 다양한 동물을 키우는 등 여러 방면에서 아이가 호기심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배움을 즐긴다 / 호기심 많은 태도 (p73)

아이의 사고력을 길러 주기 위해 다양한 대화를 하고 다양한 경험을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아이와의 대화 안에서 호기심을 길러주고 책을 통해 상상력을 길러주는 방식들을 제시한다. 새로운 곳들을 찾아 방문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격려한다. 그림을 그릴 때 오른손을 주로 사용한다면 왼손을 사용해 그려보는 것도 좋다.



아이에게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다른 호기심을 발동 시켜 주는 일 역시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부모의 노력이 요구된다. 아이에게 새로운 곳들을 방문하기 위해 새로운 장소들을 찾아보고 알아봐야 한다. 주말에는 집에서 빈둥거리는 부모가 되어선 안된다. 아이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닌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무마다 열매 맺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 다르다. (중략) 아이의 창의력 사고도 마찬가지다. 창의적 사고가 자라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분야의 전문성이나 창작물을 만들어내려면 더 긴 시간이 있어야 한다. (중략) 부모가 아이만의 속도를 인정하고, 아이가 자신만의 속도로 과제에 집중하면서 참여감, 만족감, 즐거움 등을 느끼게 되면 자기 만족감과 자부심이 커진다.

아이의 자기 주도성을 키우는 법 / 자기 주도적 태도 (p224)


사람마다 속도가 다른데 어른과 아이의 속도 차이는 오죽하겠는가. 부모는 아이들의 속도로 기다려 줄 인내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목표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역량이 자라날 것이다. 꼼꼼한 아이일 수록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느리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느린 편이었던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어야만 아이는 크게 성장하게 된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 글을 남겨 둔다.

아이에게는 반드시 혼자서 심심해할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 시간이 있어야 머릿속으로 이것저것을 그려볼 수 있다. (중략) 공상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어려서부터 시작하는 사교육보다 독서가 더 큰 도움이 된다. 유대인은 '책을 끼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책을 읽는다.

혁신가를 만드는 상상력 (p283)

엉뚱한 상상을 하는 아이가 충분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여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하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생각과 질문을 들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독서다. 아이와 함께 독서를 하는 부모가 되자. 책을 함께 읽고 결과를 바꿔본다거나 등장 인물의 성격을 달리 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자연스러운 토론,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은 기존의 정해진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보는 것만으로도 길러진다.



창의력 교육의 바이블이라 불러도 충분한 깊은 내공이 담겨 있는 책이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네가지 요소 4S로 챕터를 나눠 설명하고 있다. 햇살(Sun), 바람(Storm), 토양(Soil), 공간(Space)이 충분한 아이는 기본 인성에서 창의력까지 무럭무럭 양분을 먹고 자라날 것이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창의력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가능성을 확장 시켜주는 창의성 계발은 지속적인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요구된다. 서평에 적은 내용은 책의 매우 일부의 내용이기에 책을 통해 전체 내용을 접하길 추천한다. 아이의 창의력은 부모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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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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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문학 그리고 두 여인의 아름다운 이야기





캄보디아 소설을 처음으로 만났다. 휘트니어워드에서 최우수소설상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에 기반해 탄생한 이 소설의 배경인 스퉁 민체이의 쓰레기 매립지는 2009년 폐쇄 되었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 소설의 배경과 인물들의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캄보디아의 스퉁 민체이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사는 주인공 '상 리'는 남편 '기 림'과 함께 아들 '니사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쓰레기 더미에서 돈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 팔아서 근근이 살아간다. 가난하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최하층민의 삶을 살아간다. 하루 밥벌이도 힘든데 아들 니사이는 병약하다. 아들은 설사와 고열을 달고 살기에 '상 리'는 고민과 걱정을 달고 살아간다.



렌트 콜렉터(Rent Collector)는 집세 수금원이다. 항상 술에 취한 거구의 여인 '소피프 신'은 암소라는 별명을 가졌다. 괴팍하고 집세를 받아가기에 사람들이 좋아할리 만무하다. 소피프는 상 리의 집에서도 집세를 받아간다. 이 의문의 여인 소피프는 과거 9년 간 프놈펜국립대학 문학부 선생님이었다.

나도 글을 읽는 게 약을 대신한다거나 몸을 낫게 해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뭔가를 기대하게 하고 무언가와 맞서게 하는 힘을 길러 준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아이가 용기를 얻을 거라 믿고 싶어요.

p61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동화책을 계기로 상 리와 소피프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상 리는 소피프에게 글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무엇때문에 소피프는 상 리의 부탁을 들어 주었을까. 이 순간부터 두 여인의 수업은 시작된다. 책과 글을 통해 쓰레기 산에서 벗어나고 싶은 상 리와 쓰레기 산으로 들어와 살아가는 소피프는 수업을 통해 서로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문학은 많은 장난감을 넣어 구운 케이크랑 비슷해. 그러니까 장난감을 모두 찾는다 해도 그것들을 찾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그런 걸 두고 헬러라는 미국 극작가는 이렇게 표현했어. '그들은 문학에 대해 모든 걸 이해했지만 단 하나, 문학을 즐기는 법만큼은 알지 못했다.' 라고."

p159

문학에 대한 소피프의 말을 기억해 두고 싶어 적었다. 쓰레기 더미 안 세상에서 소피프는 대학 강의실에서 들을 법한 진귀한 보석과 같은 교육을 받게 된다. 나도 이 책을 통해 덩달아 소피프의 문학 강의를 엿듣는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과연 문학을 제대로 즐기면서 책을 읽고 있는가란 생각을 하게 했다. 그저 서평을 쓰기 위해, 지식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아무런 목적없이 그저 읽기만 하고 있는게 아닐까란 의구심이 일었다. 문학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문학에 대해 알면 알수록 참 어렵고도 재미난 친구다.

상 리, 상타깝게도 역설적이고 혼란스러운 측면이 하나 있어. 우리가 모든 문학 작품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현실에서조차 멋진 왕자님과 함께 하는 삶을 기대한다면, 책을 덮고 나서 산산이 부서진 꿈만 확인하게 될 거야. 반면에 이런 이야기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여긴다면 삶을 바꿀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을 놓치게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문학의 존재 이유까지도 사라지고 마는거지.

p219

백설공주로 익히 알고 있는 사란 이야기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사란 이야기가 책을 모두 읽은 뒤 다시금 생각났다. 물론 꿈과 같은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렌트 콜렉터 소설도 역시나 꿈과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화에 기반했으나 소설이기에 어디까지 실화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의구심이 드는 순간 사란 이야기와 더불어 소피프가 전한 이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이미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재미를 느꼈고 문학적인 느낌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난 셈인데 이 책의 잠재적 힘을 등한시 했다.

...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침묵해버렸어. 그 후로 내내 대가를 치르며 살아왔지. 선택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해.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 좋든 나쁘든.

나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받아주게, 상 리. - 자네의 스승, 소피프 신.

p380

책의 중후반부의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감있게 읽었다. 소피프의 과거사에 대한 내용과 소설의 훈훈한 결말이 담겨있다. 소피프의 지난 과거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졌던 사건과 자신만이 살아남게 된 경위는 현재의 소피프가 선택한 삶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소피프를 찾기 위해 단서를 찾아 가는 과정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다. 문학 안에 남겨 놓은 소피프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상 리가 소피프의 마지막 숙제를 하는 것만 같았다. 소피프의 숙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상 리 뿐이었다. 그녀였기에 소피프가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동안 많은 단어와 문장을 배웠음에도 이런 감정을 어떻게 멋지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더럽고 오염된 곳인 줄 알았는데, 깨어보니 주변이 온통 하얗고 깨끗한 담요로 뒤옆여 있는 걸 발견한 기분이랄까. 불결하고 불확실하고 두려웠던 모든 감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순수하고 강렬한 사랑에 에워싸인 안도감이랄까.

p450

소피프의 마지막 사랑은 어떤 것일까. 괴팍한 암소 취급 받았던 한 여인을 이제는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자신이 마음의 빚을 진 사람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그녀는 신의 대가를 치러내며 살아왔다. 본인의 선택으로 속죄의 인생을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분명 주인공은 상 리 였으나, 책을 모두 읽고난 뒤 이 책의 주인공은 소피프로 달라져버렸다. 참 신비한 책이다.



가독성이 높아 책을 읽어 나감에 큰 무리가 없었다. 중반부까지는 쓰레기 더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을 보는 느낌이었다면 중후반부에서는 숲을 헤매다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던 그 곳이 꽃이 만발한 곳임을 깨우치는 느낌이 들었다. 매우 문학적 표현이며 은유적인 표현이니 곧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다. 그렇기에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왜 이 책이 휘트니어워드에서 최우수소설상을 받았는지 책을 끝까지 읽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분명 이 책에 상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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