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삼국지를 읽기 전 가볍게 읽는 삼국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 '삼국지'. 하지만 상당 수의 사람들은 수 권으로 된 삼국지를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문열의 <삼국지>(1~10) 혹은 황석영의 <삼국지>(1~10)를 읽고 싶으나 두꺼운 책의 높은 압박의 벽에서 두려워만 하고 있다. 어떻게서든 삼국지에 다가서고 싶은 독자의 마음을 헤어려 단권 혹은 몇 권으로 구성된 삼국지 책이 최근 발간되고 있다. 특별합본호 황석영의 <삼국지>(1~3), <설민석의 삼국지>(1~2) 등이 그 예이다.



다른 삼국지 책을 기웃거리던 중 이동연의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를 만났다. 단 권으로 구성된 삼국지 책이며 심리학이 접목되어 있다는 점이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다. 삼국지의 등장 인물들 간의 심리 싸움과 지략, 권모술수, 용인술 등이 모두 심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삼국지에 대한 높은 마음 속의 벽을 조금 낮춰주며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삼국지의 내용이 쉽게 다가왔다. 10권 세트로 구성된 삼국지에 정면 도전 하기 전에 가볍게 이 책을 읽으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이랄까! 그런 웅장한 신대륙이 관우와 장비의 가슴속에는 없었다. 유비가 '미래 지향적'이라면, 장비는 늘 가슴에 불이 타오르는 '솔직한 기분파'였고, 관우는 의미를 중시하는 '원칙주의자'였다. 그런 관우나 장비가 맏형이 되었다면? 삼국시대의 한 축이 된 촉나라 개국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전의 유비, 명분의 관우, 기분의 장비가 형제 서열을 조화롭게 정했기에 삼국시대로 열릴 수 있었다고 본다.

p19

삼국지에서 유비,관우,장비 의형제는 어떤 관계일까.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던 그들이 어떻게 형제보다 더 끈끈한 형제애를 자랑했을까. 이는 서로 조화되는 성격에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보완이 되는 성격이기에 나이를 뛰어넘는 형제애가 발현되었다. 나이는 많지만 유비에게 맏형을 내어주는 관우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며 장비의 불같은 성격을 어루만져 다독이는 유비에게 진정한 맏형다운 모습을 본다.



관우가 책을 많이 읽고 의미와 명분을 내세우는 원칙주의자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고 그의 충성심은 가히 놀랍기까지 하다. 유독 나는 관우의 모습에 관심이 많이 갔는데, 그 이유는 나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 대해 충성을 맹세하면 평생 그 충성심을 보이며 원칙주의적인 면모가 나와 매우 닮아 있어 정이 더 간다고나 할까. 물론 관우의 청룡언월도를 들고 천하를 뒤흔드는 무예는 나의 모습과는 매우 대비되지만 그의 성격적인 부분은 나와 많이 닮아 있어 나에게는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나중에 삼국지를 읽게 된다면 관우에게 깊게 감정이 이입되어 책을 읽을 것 같다.

여포는 지나치게 격정적이었고 완벽과 성취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며, 눈앞의 즐거움만을 추구했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남근기적 성격'에 고착된 사람이었다. (중략) 여포의 아버지는 셋이었다. 생부는 누구인지 모르고, 정원과 동탁이 양부였다.

p159

뛰어난 무예를 가졌으나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와 같은 여포를 보며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동탁이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여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역사를 뒤흔들었을지 모르겠다. 왕윤은 동탁과 여포의 사이를 초선으로 이간질하고 결국 여포가 동탁을 죽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탁 이외에 여포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정원, 동탁, 원술, 원소, 장양, 장막의 아래에서도 버티지 못했다.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동탁과 여포의 모습에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두느냐에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여실히 느낀다. 여포가 좀 더 어린 시절에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는 현명한 리더를 만났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유비, 관우, 장비도 꺽지 못했던 여포의 기세는 결국 배신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된다.

조조는 그 후 4년이 지났는데도 품에 지니고 다니던 그 격문을 진림 앞에 꺼내놓으며 "나를 욕하는 것은 좋은데 왜 하필 내 부친과 조부까지 욕했느냐?"라며 한마디 하고는 진림을 석방하고 정치에 등용했다. 그 후 진림은 조조를 위해 비방문을 썼는데, 그 글을 읽은 전국의 사대부들 사이에서 조조가 참으로 선비를 아낀다는 감탄이 새어나왔다.

p356

조조는 그저 유비의 대항마로 나쁜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나에게는 정말 멋진 인물로 보인다. 환관 출신이라는 자신의 배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지와 친화력으로 무장한 조조는 법치주의자였다. 인재등용에도 능하고 책사들의 말에 귀기울일 줄 알며 자신에 대한 비난을 너그러이 받아들일 줄 아는 조조는 가히 큰 인물임에 틀림없다. 판단력도 뛰어나고 훌륭한 일물이기에 배울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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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적이며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동탁은 권력을 잡고 돌변했다. 히틀러와 비슷한 성향의 리더 모습을 보인다. 측근 이유의 선동으로 귀가 얇은 동탁은 폭군의 길로 간다. 동탁의 성격과 측근 이유의 성격의 조합이 최악의 동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 '남양의 꿩' 원술은 혈실감각이 없고 이복 형제인 원소를 시기 질투해 반동탁 연합군의 내분을 조장했다. 수장을 맡는 원소를 도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원술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 강동에서 오나라의 기반을 닦은 손책, 열여섯에 아버지 손견을 잃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그의 태도는 많은 인재가 그를 따르게 했다. 적이었던 태사자를 영입하기 위해 존중과 믿음을 주었다. 조조의 스카우트 제안도 불사하고 태사자는 손책에게 끝까지 충성했다.



- 조조는 뛰어난 책사들이 많았다. 그의 안목 때문이었으리라. 뛰어난 계책을 내는 순욱, 통찰력이 뛰어나고 조조의 낙양 입성을 도운 곽가, 원소의 책사였지만 재능을 높이 샀던 진림 등의 책사들이 있다.



- 유비역시 뛰어난 책사들이 있다. 진정한 책사인 서서, 서서의 추천으로 등용되었으며 많은 업적을 남긴 제갈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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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등장 인물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참 흥미롭다. 성격의 상호 보완에 의한 관계는 서로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성격에 기반한 서로의 관계 분석으로 삼국지를 바라보니 그 컨텐츠가 무궁무진하다.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관계들이 심리학, 성격으로 연결지으면 퍼즐이 맞춰지듯 정렬이 되는 느낌이랄까.



삼국지 인물들 중에서 성장한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분석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삼국지를 열 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삼국지에는 역사와 인물들의 인생사, 계략, 권모술수, 용인술, 성공과 실패의 다양한 사례가 뺴곡히 담겨 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삼국지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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