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팡세미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간 머리 앤

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빨간 머리 앤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통해 알았으나 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저 빨간 머리의 소녀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참 궁금했다. 어떤 내용이길래 1908년에 탄생한 이 소설이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올 수 있었을까.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많은 소녀, 언제나 밝고 활기찬 소녀 앤을 떠올리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내 딸이 빨간 머리 앤처럼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 딸 뿐 아니라 내 자신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자신의 빨간 머리에 컴플렉스를 가진 소녀지만 부당함에 맞설 줄 알고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표현할 줄 알며 삶의 아름다움을 충만하게 느끼며 살아간다.

책을 읽고 나니 이 소녀에게 애정이 샘솟는다. 누구나 앤을 만나면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앤이 매슈와 마릴라의 집으로 입양오는 날은 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소설의 도입부에 나온다.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앤과 매슈가 마차를 타고 지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집으로 가는 앤은 조잘조잘 재잘재잘 말이 많은 소녀다. 말이 많긴 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예쁜 말들을 한다. 그렇기에 참 사랑스럽다.

저에게 가족이 생긴다는 건 정말 신나고 감사한 일이에요. 전 지금껏 가족이 없었거든요. 으윽, 고아원 생활은 정말 끔찍해요. 비록 넉 달밖에 살지 않았지만 더 살라라고 하면 거절하고 싶어요. (중략) 전 상상하는 게 좋아요. 상상을 하면 낮에 힘들었던 일들을 잊을 수 있거든요.

p32

앤은 상상을 좋아하고 매사에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한다. 작은 오해로 인해 어른들은 화를 낼때도 어린 소녀인 앤이 어른들에게 찾아가 사과를 한다. 본인이 억울할지라고 오해를 풀기 위해 앤은 노력한다. 결국 진심은 통하는 법 오해를 풀고 앤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소녀로 자란다.

오해가 생기면 앤처럼 적극적으로 풀고 싶다. 하지만 세상 풍파에 지친 나는 오해를 그냥 두는 편이다. 무엇이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앤의 용기와 노력이 매우 예쁘게 보인다. 어른인 내가 배워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앤, 겉모습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사람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가가 중요하단다. 행동이 훌륭한 사람은 용모도 아름답다는 속담이 있잖니. 그리고 이제부터 화난다고 성질을 다 부리면 안돼. 참는 것도 배워야 해.

p87

앤이 정말 축북받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바로 매슈와 마릴라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다른 집에 보내려 했지만 앤이 걱정되어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 착오로 인해 앤이 초록지붕 집에 오게 되었지만 매슈와 마릴라는 앤을 딸처럼 정성스레 보살핀다. 앤의 어린 투정에도 귀중한 조언으로 앤을 다독인다.

사실 앤이 다른 집에 갔더라도 당차고 용기있는 그 모습이 어디로 가진 않을테니 나름 잘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하기에 앤이 더욱 밝게 빛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목표한 바를 열심히 노력해 이루는 모습에 그저 독자인 내가 뿌듯한 마음이 든다.

"마릴라, 저 아이를 고아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우리가 돌본 것은 정말 잘한 일이야, 그렇지?"

마릴라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라버니 말이 옳았어요. 나도 그동안 앤을 바라보며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이번 에이브리 장학금 수상뿐만이 아니라, 언제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p200

<빨간 머리 앤>의 원제는 <Anne of Green Gables> 이다. "그린 게이블스의 앤" 즉, "초록 지붕집의 앤"이라는 뜻이다. <빨간 머리 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첫번째 작품인 <Anne of Green Gables> 원작은 앤의 11~16세의 이야기로 이 책에 담겨 있다. 글자도 적당히 크고 페이지 수도 적당해서 나중에 우리 딸이 글을 읽게 되고 초등학생이 되면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다.

빨간 머리 앤의 다음 시리즈의 내용도 궁금해졌다. 애이번리 초긍학교 교사로 지내는 이야기를 담은 애이번리의 앤 (Anne of Avonlea)에서는 길버트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앤의 대학 생활을 그린 레이먼드의 앤 (Anne of the Island) 역시 궁금하다. 또한 넷플릭스에는 <빨간 머리 앤> 드라마 시리즈도 챙겨볼 생각이다. 앤과의 또 다른 만남에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2021 애드거 상 수상작


인도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저자 '디파 아나라파'의 능력이 집약된 그녀의 첫 소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미스터리 추리 탐정 소설이다. 또한 인도의 실상을 고발하는 르포성 소설이다. 기사와 통계 수치로 전하는 인도의 모습에는 한계가 있고, 소설을 통해 전하는 스토리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했고 그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순수한 아이들을 통해 그려지는 인도의 모습이기에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표현한다는 특징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벌어진 어린이 실종 사건들이 주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힘없는 빈민가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사라져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범인들은 애초에 돈을 받기 위해 아이들을 유괴하는 것이 아닌 장기 밀매를 위한 유괴라니 매우 끔찍하다. 빈민가의 부모들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극심한 빈부격차, 성차별, 종교적 갈등, 부정부패, 범죄 등 다양한 인도에 만연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고 있고 읽는 내내 탄식이 흘러 나왔다. 소설을 통해 접하는 인도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심각성을 훌쩍 넘어 있었다.

"파이즈는 알라신이 정령을 만들었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좋은 정령, 나쁜 정령이 있대요. 나쁜 정령이 바하두르를 납치했을지도 모른대요."

p59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리더 '자이'는 9살의 범죄 드라마 애청자다. 그로 인해 탁월한 수사력을 겸비했다. 파리는 지적이며 우수한 성적의 소유자로 정령 순찰대에 부족한 지식을 담당한다. 자이의 학교친구 파이즈는 인도에서 차별 받는 무슬림이다. 아이들은 유령시장과 빈민가를 돌아다니며 사건을 수사한다. 그들의 열정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수사의 진척이 없으나 아이들 실종 사건은 연달아 발생된다.

정령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한다. 절대적은 아니겠지만 기댈 곳이 없는 이들에게 정령은 희망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아이들을 돌봐주는 미지의 존재, 괴롭힘 당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존재같이 힘없는 이들에게는 정령 이외에 그 어느 존재도 도움이 될 수가 없는 현실인 것이다. 따스한 정령이 정말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인간은 누구나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될 거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넝마주이 대장이 말한다.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늙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고. 하지만 그들조차도 어느 순간에는 깨닫게 될 거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 걸. 우린 이 세상에서 한 점의 먼지에 불과해. 햇빛을 받으면 한순간 반짝이다가 곧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먼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라."

"그럴게요." 나는 병 대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하면서도 대답은 한다.

p4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가메시 서사시


인류 최초의 신화

마블의 새로운 작품 <이터널스>에 한국 배우 마동석이 길가메시 역할로 나왔다. 길가메시는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으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길가메시는 오랜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고전 중의 고전으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고 희곡, 소설, 오페라 등으로 알려진 영웅이자 신화의 인물이다. <이터널스>를 보기 전에 가볍게 읽기 위해 책을 펼쳤으나 가볍게 접근하기에는 길가메시에 담긴 내용의 무게감이 상당했다.

먼저 책의 구성이 일반 책과는 매우 다르다. 본문의 번역 형식이 독특한데 대괄호, 이탤릭체, 말줄임표 등을 통해 맥락상 복원, 부정확한 복원, 해독 불가 부분 등으로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표현하고 있다. 길가메시의 이야기는 쪼개진 수많은 점토판에 수메르어 혹은 아카드어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조각난 점토판들의 내용을 해석하고 연결지어 하나의 이야기로 재조합되었고 점토판의 발굴과 복원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조각난 점토판에 숨겨진 길가메시 이야기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정말 신기하고 새롭고도 흥미롭다.


길가메시는 [그의 궁전] 시녀들에게 말했네

"사내들 중 누가 가장 헌칠한가?

누가 가장 빛나는 사람인가?"

"길가메시가 사내들 중 가장 헌칠합니다!

[길가메시가 가장] 빛나는 사람입니다!" VI-175

p103

[1] 야생 황소처럼 호령하며, 머릴를 꼿꼿이 들고

수메르 땅의 고대 도시국가 우루크, 이 도시를 통치하는 왕 '길가메시'. 반은 사람 반은 신인 그는 아무도 대적할 이가 없는 초인적인 힘을 가졌다. 왕의 압제가 심해지자 신들은 길가메시의 힘을 누르기 위해 야생 인간 엔키두를 창조해 길가메시와 대적하게 한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싸우고 길가메시가 이기는데 이를 계기로 둘은 친구가 된다. 둘은 명성과 영광을 찾아 삼나무 숲의 훔바바를 무찌르는 여정을 떠난다. 엔키두는 훗날 병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이에 길가메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생의 꿈을 갖게 된다. 영생의 답을 얻고자 길가메시는 세상의 끄트머리에서 인간의 몸으로 영생을 얻은 우타나피쉬티를 만나게 된다. 결국 불로초를 얻게 되지만 뱀에게 빼앗긴다.

물론 신화의 형태를 띈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길가메시가 실존 인물이었다는 추측도 있다. 그 사실 관계가 어찌되었든 <길가메시 서사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단 하나 영생을 갖지 못한 길가메시는 결국 죽는 운명을 받아드린다. 그리고 사후에 신이 되는 길가메시다.

길가메시는 일종의 성장 소설이 아닐까. 폭군에서 지혜자가 되며, 영생을 갈구하는 여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친구 엔키두의 죽음을 목도한 길가메시의 고뇌가 녹아있다.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고서야 깨달음을 얻는 길가메시의 모습은 전 인류의 과제일 것이다. 한없이 부족한 인간의 성장은 언제나 재미난 이야기이자 철학적 주제다.

당신이 찾는 생명을 당신은 찾지 못할 거요

신들이 인류를 창조했을 때

그들은 인류에게 죽음을 나누어 주었고

생명은 그들이 차지했소. iii-5

p3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것

지친 우리에게 건네는 동화 속 명언 320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 줄 때면 그 따스한 글들에 나도 모르게 심취한 적이 있다. 동화는 어쩌면 어린이를 위한 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란 말이 매우 공감된다. 어린 시절 그저 스토리에 불과했던 동화들이 어른이 되어 보니 엄청난 삶의 지혜와 교훈들이 담겨 있다. 때로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때로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잊고 살았던 주변의 행복을 바라보게 하고, 무기력한 나의 마음에 용기와 힘을 불어 넣어 준다.

분명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많아 나오는데 좀처럼 그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책마다 가진 예전의 기억들 추억들을 짚어 보며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이런 내용이었나. 어린 시절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들에 동화가 새롭게 다가온다. 다시 읽고 싶은 동화들이 참 많았다. 처음 알게 된 동화도 물론 있었다. 사뭇 동화 속의 그 내용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압축해 둔 느낌이었다.

파랑새 이야기는 찾고자 했던 것, 갈망하던 것이 사실은 방 안,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파랑새를 '행복'으로 은유하면서요.

1-3 반짝이는 행복은 사실 아주 가까이에 있어 (p30)

파랑새 이야기를 읽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어린 나이에는 사실 파랑새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파랑새를 찾으러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집에 있었잖아? 그저 이 정도의 반응이었다. 숨은 뜻을 어린 나이게 알기란 쉽지 않다. 이제 어른이 되어 파랑새 동화의 숨은 뜻을 이해하고 나니 행복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어린 나이에는 행복을 굳이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행복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언제나 행복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아이들은 주변의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기에 행복이라는 단어에 얽메이지 않는다. 어른이 된 지금 오히려 행복에 얽메어 행복을 찾으러 다니는게 아닌가 싶다. 파랑새와 행복의 그 깊은 뜻을 다시 되새긴다.

혹시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무슨 일을 당한다고 해도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겠니? 푸른 이파리가 낙엽이 되어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고 이듬해 싹으로 다시 되살아나는 것처럼. 무엇이든 사라지는 것은 없단다.

2-1 아픔을 양분으로 자라난 나무 (p54)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나의 어린 시절에 매우 유명했다. 책도 가지고 있었고 분명 읽었는데 도통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가진 의미가 이거였다니. 누구나 이별을 경험하지만 그 이별은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픈 상처를 겪고 철이 든 어른이 되어 가는 제제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다시 꼭 읽어봐야 겠다고 다짐한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3-1 잠시 멈출 때 얻는 힘 (p92)

몇 차례 모모를 읽었다. 그런데 반절 정도만 읽고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다. 나에게 좀 어렵게 느껴졌었나 아니면 그냥 그 당시 상황이 그러해 덮어두었을 수도 있다. 모모와 시간에 대한 내용을 읽으니 다시 한 번 모모를 읽고 싶어진다. 모모가 전하는 시간에 대한 철학을 이제는 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이야기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아이 모모의 모습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사랑하는 시간의 가치를 잊고 시간의 절약만을 중시하는 내 치열한 삶을 모모가 따스하게 안아주지 않을까.

마틸다는 책을 읽으면서 엄마, 아빠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열었다. 만약 엄마 아빠가 디킨스와 키플링의 책을 조금이라도 읽는다면, 인생에는 사람을 속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텐데.

4-2 강자를 이기는 엉뚱함과 재치 (p146)

익숙한 이름인 마틸다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마틸다의 내용은 낯설었다. 어린 천재 소녀 마틸다는 매우 비범하지만 부모는 무관심했다. 마틸다는 하니 선생님을 만나 비범함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어린 나이의 마틸다는 시련 속에서도 재치있게 극복해 나간다. 현실에서는 물론 그런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테지만 마틸다의 행동에서 우리는 용기를 본다. 무모하지만 극복하기 위해 나아가는 그 힘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문득 어쩌면 나의 모습이 마틸다의 부모님과 같지 않나 생각해 본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내 모습을 되돌아 본다. 어른이 되어 둘리를 보면 고길동의 모습이 그렇게 불쌍해 보인다더니 정말 나도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시체 주변 식물을 분석해 범인을 찾는 직업 '법의식물학자'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분야 혹은 세상을 우리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간접 경험하는 책은 언제나 흥미롭다. '법의식물학자'라는 직업 자체가 매우 낯설다. 평생 살면서 절대 만나볼 수 없을 '법의식물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남달리 꽃과 식물에 관심을 가졌던 아이가 평생 식물과 함께 했으며 이제는 시체 주변의 식물을 탐구하고 있다. 식물에 강한 애정을 가진 '마크 스펜서'는 수생균류 진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2년간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 표본실 큐레이터로 일했다. 어느 날, 범죄 현장의 시체 주변 식물이 얼마나 오래 된 것인지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시작으로 프리랜서 법의식물학자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시체 주변 식물에 새겨진 현장의 흔적을 탐구하는 그 과정이 녹록치는 않다. 스펜서의 시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내가 마치 법의식물학자가 된 느낌이 들게 했다. 그와 함께 범인을 잡으러 떠나보자.

하우프트만이 체포되기에 앞서 쾰러는 그 사다리를 검사해 테다소나무로 만든 것임을 식별해냈다. 또한 현미경을 이용해서 목재 표면에 있는 기계의 흔적이 분당 2,700회 회전하고 분당 78미터의 속도로 목재를 절단할 수 있는 칼날로 생긴 것임을 확인했다. 솔직히 그가 이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나도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지만, 어쨌거나 정말 똑똑했나 보다!

5장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p116)

하우프트만 사례는 저자의 경험담은 아니지만 사례 자체로 매우 놀랍다. 쾰러는 나무의 재질과 절단 방식을 분석해 범인을 잡았다고 한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분석이 가능하다는 자체로도 놀랍고 이를 통해 범인을 실제 잡았다는 사실도 놀랍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참 매력적이다. 나무의 나이테를 조작할 수 없고, 나무에는 역사가 깃들어 있다.

내가 블랙베리덤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장에서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블랙베리덤불은 맡은 임무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중략) 영양분을 크게 탐하는 종이고, 인간이 공급하는 과잉의 영양분은 이 덤불의 입맛에 잘 맞는 것들이다.

4장 블랙베리덤불은 시체를 먹고 자란다 (p87)

저자가 좋아하는 만큼 블랙베리덤불이 책에서 많이 언급된다. 시신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추정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블랙베리덤불을 볼 기회가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 속에도 이 블랙베리덤불이 많은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숲 속을 거닐면서 블랙베리덤불이 무엇인지 찾아보련다. 단, 블랙베리덤불을 보면 시체가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불길함이 솟을 듯 하다.

피해자의 주장을 입중해줄 환경 증거가 필요했다. 양쪽 장소에서 표본을 채취하고, 피해자와 고인의 옷에서 표본을 채취해보니 피해자의 주장과 일치하는 유형의 꽃가루와 균류 포자가 검출됐다. 숲에서 나오는 균류 포자는 아주 독특했기 때문에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숲에 있었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11장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증거들 (p245)

옷의 표본에서 꽃가루와 균류를 채취해 장소를 특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또한 재판에서 법적 근거로도 채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과학적이며 거짓말을 하는 이를 잡아낼 수 있다. 일반인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꽃가루로 범인을 잡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 작은 균류를 관찰함으로써 범인을 특정한다는 사실이 매우 매력적이지 않은가.

법의환경학의 미래는 전도유망하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공공 부문과 연구 부분에 만연한 재정 문제를 극복할 때라야 그런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중략) 새로운 접근방식은 범죄 현장의 식물을 식별하는 능력, 이들이 증거로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 기술과 반드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전해야 한다.

13장 복잡한 생태계를 올바로 이해한다면 (p298)

인간보다 더 오랜 기간 생존해온 다양한 식물들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그 식물을 분석해 범인을 잡는 법의식물학자라는 직업은 매우 생소했으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식물 죽이기 전문인 나에게 식물을 잘 아는 직업 자체가 신기했다.

법의식물학자가 직접 실제 범인을 잡을 수는 없고, 시체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혹은 범인을 특정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식물과 관련한 부분들에 도움을 주는 직업이다. 범인을 잡는데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은 실패의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법의식물학자의 조언에 의해 범죄 수사의 결론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는 책에서 다루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의 이해관계로 인한 저자의 배려가 이해가 되긴하지만 순수 독자의 입장에서는 살짝 아쉬웠다.

그의 이야기는 매우 매력적이라서 충분히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덱스터>가 떠올랐다. 마이애미의 혈흔 분석가의 정체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이 법의학적 접근과 스릴러가 더해져 참 재미있었다. 물론 그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법의식물학자의 이야기 역시 사건 현장을 분석하는 그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나중에 마크 스펜서의 일화를 다룬 영화 한편이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