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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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참된 지도자의 덕목, 불멸의 리더십 교본




소크라테스의 직계 제자인 '크세노폰'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이다. 스파르타에서 생을 보낸 크세노폰은 적국인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왕의 일대기를 책에 담았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다른 부분들로 인해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플라톤의 <국가>가 그리스 정치에 대한 철학적 이상적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면, 크세노폰 <키루스의 교육>에서는 키누스의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통해 실천적이고 현실적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키루스의 일대기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공정하게 정의를 실현하는 법,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는 법, 인재를 중용하는 법,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히 절제하는 법, 지속 가능한 제국을 운영하는 법 등을 내용에 녹여내었다.


겉옷이 누구의 소유인지 판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겉옷을 누가 소유하는 것이 정당한지, 즉 다른 사람의 겉옷을 강제로 벗겨 가져간 사람과 그 겉옷을 만들거나 사서 입고 있는 사람 중에서 어느 쪽이 그 겉옷을 소유하는 것이 정당한지 살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법을 따르는 것은 정의의고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은 폭력이므로 재판관은 언제나 법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1권 소년 키루스 (p29)


될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했던가. 소년 키루스의 일화들에 참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하는 소년이 요즘에 있더라면 말대꾸 한다고 혼나기 일쑤일 법도 한데 가족들은 이런 소년 키루스의 말을 허투루 흘리지 않고 조목조목 대화를 주고 받는다. 책에서는 수다라고 표현했는데 주고 받는 내용은 단순한 수다가 아니다. 하인들에게 마음을 베푸는 키루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또한 정의에 대한 그의 철학을 볼 수 있다. 어린 소년이지만 키루스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말투에 서려 있다. 말이 많지만 건방지거나 주제 넘게 보이지 않고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깃들어 있다.



우리가 다 같이 그렇게 하자고 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를 위해 가장 많이 고생하고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가장 큰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가장 못한 사람들조차도 잘한 사람들이 더 많은 몫을 가지는 것이 옳다고 여길 것이라 나는 생각합니다.

제2권 총사령관 키루스의 출정을 위한 준비와 군대 훈련 (p87)


키루스는 평민과 귀족의 구분 없이 공정한 포상 경쟁을 붙이고, 군사 개혁을 진행한다. 계급장 떼고 정말 능력으로만 판단한다는 부분이 매우 이상적으로 비춰진다. 현재의 단편적인 사실에 비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모두에게 열려있는 기회가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키루스는 기여가 큰 사람에게 더욱 보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 빗대어 보면 회사의 성과제가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더 뛰어난 성과를 올린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형태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고전에 담긴 지혜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두려움이 사람들을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는지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붙잡혀 죽게 될 거싱 두려워서, 그 두려움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먼저 스스로 절벽에서 몸을 던지거나 목을 매거나 칼로 자신의 목을 베어 자살하고 맙니다. 이렇게 두려움은 다른 어떤 해악보다도 더 사람의 마음을 짓밟아 제압해버립니다. 지금 제 아버지는 단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아들인 저와 부인과 모든 자녀가 노예가 될 것을 두려워 하고 계신데, 당신은 그런 제 아버지의 심정이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3권 아르메니아 원정 (p118)


아르메니아를 침공해 진압하고 그 왕을 재판한다. 그 과정에서 왕의 아들 티그라네스가 키루스를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설득의 과정으로 아르메니아와 키루스는 동맹을 맺는다. 키루스의 입장에서 단순하게 왕을 처단할 수도 있고 자신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나 대화를 통해 최적의 방향을 찾고 너그러이 좋은 관계로 동맹을 맺는 모습에서 대인배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자네에게서 방금 내가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그녀가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네. 그러니 내가 그렇게 한번 그녀를 보러 갔다가, 그녀가 나로 하여금 얼마 안 있어서 또다시 빨리 그녀를 보러 가고 싶게 만든다면,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없는 내가 그녀를 보고 앉아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느라 해야 할 일들을 소홀히 할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네.

제5권 고브리아스와 가다타스 (p198)


키루스의 절제의 미덕을 볼 수 있다.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성적 절제를 하는 모습은 모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유념하고 본받아야 하는 덕목이라 생각한다. 권력을 가지면 갖은 욕망이 튀어나와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강조되는 부분일 것이다. 이상적인 지도자에게는 절제라는 미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법률를 제정해 사람들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략) 법을 어기는 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믿었다. (중략) 자기가 친구나 동맹에게는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대하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면, 그들도 부끄러운 짓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 하지 않고 바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8권 제국의 건설과 키루스의 죽음 (p344)


제국의 건설 과정에서 다양한 행정적 문제를 처리하고 정비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솔선수범, 공명정대를 기반으로 한 키루스의 정책들은 모범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법치국가의 면모도 선다. 왕궁으로 출근하지 않는 귀족들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왕궁으로 들어오게 하고 쓸모 있는 자를 친구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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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국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0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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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국가

서양철학의 토대를 만든 핵심 개념의 시작



열심히 정리한 인물 관계도는 정말 쓸모 없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스승

이 책을 읽기에 앞서 등장인물의 관계를 익히고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아래와 같이 등장인물 관계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 인물의 관계도는 하등의 쓸모가 없다. 그러니 아래 인물 관계도는 무시하고 넘어가도 좋다. 그냥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제자라는 사실 하나만 알면 충분하다. 그런데 플라톤 국가에서는 플라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이며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리를 추구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인물 관계도

<플라톤 국가>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다

하지만 깊이 들어 갈수록 어렵다

플라톤은 약 2400년 전의 철학자다. 지금 이 시대에 동떨어진 고전이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꼭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다. 현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도 존재하고 적용시키기 쉽지 않는 내용도 많다. 하지만 정의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권선징악과도 같은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악한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이 세상에 정의가 없다고 단념한다면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허무하고 의욕이 떨어질까. 세상의 정의는 분명 옳고, 악보다 선이 옳다고 말하는 플라톤의 주장을 우리는 믿고 싶다.

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편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정말 쉽지는 않다. 술술 대화하듯 읽어나가기는 쉽지만 그 내용이 결코 쉽다고 할 수는 없다. 한 단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막연하게 생각하기 보다 호기롭게 책을 펼쳐 읽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며,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문답식의 논리 전개 방식이 마치 정해진 길을 따라 여정을 떠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플라톤(소크라테스)의 논리에 흠뻑 취하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플라톤이 말하는 국가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국가의 모습을 빗대며 생각해보며 책을 읽어나갔는데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소크라테스 문답법을 맛보기

정의의 정의

혼의 상태가 나쁘면 잘못 통치하고 관리하겠지만, 혼의 상태가 좋으면 훌륭하게 통치하고 관리할 수밖에 없네 (중략) 정의로운 혼과 정의로운 자는 훌륭하게 살겠지만 불의한 자는 형편없이 살게 될걸세 (중략) 그러면 훌륭한 삶을 사는 사람은 축복받고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 반대일걸세 (중략) 그러니 정의로운 자는 행복하고 불의한 자는 불행하네 (중략) 그렇다면 트라시마코스, 불의는 결코 정의보다 더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이네.

제1권 (p66)

소크라테스가 트라시마코스와 정의와 불의에 대한 토론을 하는 제1권의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엇갈리는 두 사람의 열띤 토론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의미있는 방향으로 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이 재미있다. 물론 일방적이긴 토론이긴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논리에 서서히 매료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뭔가 반박의 여지가 있는 듯 하면서도 소크라테스의 현란한 드리블은 '불의가 정의보다 더 이익이다'라는 주장을 확실하게 박살낸다. 특유의 문답법을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색다르면서도 그 문답의 과정이 흥미로웠다.

제1권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시작하나 싶었으나 정의에 대해 말문을 트는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정의에 대해서는 책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 대해 익숙해지는 단계로 느껴졌다.

수호자와 철학자

이상적인 국가는 철학자가 통치하는 국가

먼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어떤 사유재산도 소유해서는 안 되네. 아무나 출입을 할 수 없는 집이나 창고를 가지고 있어도 안 되네. (중략) 그들이 자기 땅과 집과 돈을 소유하게 되면 더 이상 수호자가 아니라 집주인 내지 농부가 되는 것이고, 시민의 동맹군이 아니라 그들을 적대시하는 노예 주인이 되는 것이네. 그러면 그들을 미워하기도 하고 미움을 받기도 하고, 음모를 꾸미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면서,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을 훨씬 더 두려워하며 일생을 살게 될 것이네.

제3권 (p174)

수호자와 통치자의 구분이 모호했다.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한 바로는 수호자는 넓은 의미로 통치자와 방위자(군인이나 경찰)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제6권에서 철학자가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철학자는 지혜를 추구하는 자이기에, 지혜와 지식을 갖춘 철학자들이 통치하는 국가가 이상적이라 말한다.

수호자는 사유재산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현재의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의견이지만 엄중한 잣대로 바라본다면 매우 맞는 말이다. 수호자가 사유재산을 지키는데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국가를 수호하는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 물론 반말이 거세 적용자체가 불가하겠지만.


필요 덕목 : 지혜, 용기, 절제, 정의

훌륭한 국가의 필요 덕목

사실 정의는 외적으로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라기보다 내적으로 혼의 세 부분이 조화를 이루어 절제 있고 조화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네. 혼의 각 부분이 자기 일이 아닌 것은 못하게 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게 하며 자기 것을 잘 안배하여 질서정연하게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지 (중략)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정의롭고 아름다운 행위라 부르고, 그런 행위를 주관하는 지식을 지혜라고 부르지.

제4권 (p219)

제4권에서 정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훌륭한 국가에 필요한 덕목인 지혜, 용기, 절제, 정의에 대해 언급하며 이 덕목이 조화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의로운 행위는 건강한 것, 건강한 것은 사람을 건강하게 하고, 정의로운 행위는 정의를 낳고, 미덕은 혼의 건강함이고 아름다움이며 좋은 상태다. 훌륭한 습관은 미덕으로 이끈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정의를 행하고 훌륭함을 추구하며 정의로운 것이 더 이익이 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좋음의 이데아

동굴의 비유

인식할 수 있는 영역에서 친신만고 끝에 최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 좋음의 이데아[원형]이라고 생각하네. 일단 보고 나면 이것이 모든 올바름과 훌륭함의 원천임을 알게 될걸세. 이 원형은 시각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빛과 빛의 주인을 낳고, 지성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스스로 주인이 되어 진리와 지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장차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지혜롭게 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원형을 보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네.

제7권 (p338)

동굴의 비유를 들어 좋음의 이데아를 설명하는 내용은 그 차제만으로 깊게 다루어져야하는 주제다. 동굴의 죄수는 진짜가 아닌 가짜 세상에서 살아간다. 동굴의 죄수를 보통 사람에 비유하고 있다. 진짜 세계는 동굴 밖에 있다. 즉 좋음의 이데아다. 처음에는 눈이 부셔 눈을 뜰 수조차 없는 대상이다.

"지성을 통해 수의 본성을 알 때까지 수학을 익히게 하는 것이 좋겠네(p353)" 혼이 진리와 본질 쪽으로 방향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학이라 말한다. 군대 운용을 위한 기하학, 농사와 항해 및 전술을 위한 천문학, 본질을 설명할 수 있는 추리 능력을 기르기 위한 변증학을 통해 동굴 안의 죄수들을 동굴 밖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지혜의 탐구

가장 진정한 즐거움을 얻는 방법

이익을 탐하는 부분이나 이기기 좋아하는 부분에는 많은 욕구가 있는데, 이 부분이 지식과 논리적 추론과 협력하여 즐거움을 추구하며 지혜가 지시하는 즐거움만 추구한다면, 진리를 따르고 있으니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진정한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고 말일세. 그리고 각 부분에 가장 훌륭한 것이 각 부분에 가장 고유한 것이라면, 그 또한 고유한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고 말일세.

제9권 (p466)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가장 진정한 즐거움을 얻는 자임을 논하고 있다. 돈을 버는 데서 즐거움을 찾난 사람,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 중 단연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가장 진정한 즐거움을 얻는 자일 수 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쯤되면 그의 말에 반기를 들기가 쉽지 않을텐데 나는 그냥 셋 다 추구하는 사람이면 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져오는 힘을 본 입장에서 지혜를 탐구하는 일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을 고민해 본다. 사실 플라톤은 부유한 집에서 살았기에 돈이 궁한 삶을 살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지혜가 최고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혜가 가져오는 즐거움을 부정하기는 힘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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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상실 - 좋은 일자리라는 거짓말 전환 시리즈 2
어밀리아 호건 지음, 박다솜 옮김 / 이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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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상실

Lost in Work




일에 대한 고찰, 노동에 대한 고찰, 일로 인해 잃는 것들

'노동의 상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주 혹은 노동자의 한 측면에 서있다.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로 일생을 살아간다.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자신의 시간과 가치를 담보로 하여 돈을 받고 삶을 이어나간다. 일에 대한 고찰, 노동에 대한 고찰은 노동자에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어쩌면 필수적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하며 살아갈 것인가, 노동으로 인해 상실되는 것들을 이해하고 돌파하는 노력을 할 것인가는 노동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당장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작은 변화는 언젠가 커다란 폭풍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노동의 상실'이란 제목보다 영어 원문의 표현인 'Lost In Work'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책에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로 인해 잃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라 볼 수 있다.

자본 주의의 이해

자유인가 비자유인가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고용계약에 들어오는 노동자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 '자유'노동만큼이나 자유롭지 않은 노동에도 의존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일은 가치사슬 전반에 존재하는 강압된 비자유노동에 의존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본주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시작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가 혹은 고용주가 되어야 함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저 하루 하루를 노동자로 살아간다. 자신의 시간을 노동에 사용하고 대가를 받는다. 사업을 시작하는 자체가 힘들고 기회를 찾는 문턱들이 많다는 다양한 핑계가 먼저 튀어 나온다.

고용주가 되는 것은 차치하고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무엇을 착취 당하고 있는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자본 주의이기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노동자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족쇄를 스스로 깰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의 폭력 속에 우리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좋은 일, 강압과 통제, 불평등

좋은 일은 존재하는가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이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 '좋은 일자리'란 좋은 근무시간과 근무조건, 협력적인 경영진이 있고 훈련 및 개발을 위한 기회가 주어지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로 규정된다.

p100

좋은 일이 무엇인가란 생각을 해본다. 많은 일자리 중에서 분명 좋은 일자리는 존재한다. 개인적 의견을 살짝 적어보자면,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자신의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 과감히 건너갈 수 있는 그 힘은 어쩌면 열심히 공부해 온 자신감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에서는 우리를 일로 몰아넣는 강압과 일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통제권의 부족으로 인해 모든 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p109)" 강압과 통제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이 상당하다. 일을 하는 동안 법적인 50분 노동 10분 휴식 이외의 잠깐의 쉬는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할 때 매우 스스로의 통제권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또한 감정적으로 스스로가 소모되는 업무를 하고 그 또한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일이 우리에게 극심한 요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감정과 인격을 고용주의 이윤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현실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의문이 남는다.

내가 좋은 일자리에 있는가 아닌가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 좋은 일자리에 있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자리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 바닥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탈자연화

'직업 보장, 노동자의 공장 소유, 노동자의 공장 운영, 보편 기본소득, 보편 기본서비스, 완전 자동화, 일의 논리나 일의 윤리에서 일상을 해방시키려는 시도까지. 특정한 처방을 내리거나 하나의 선명하고 진정한 길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일의 유해성의 중심에는 고용주와 직원의 권력관계가 있으므로 내가 가장 동조하고 싶은 건 소유권의 변혁에서 비롯되는 변혁이다. (중략 ) 단순히 권력이나 요구사항을 쟁취하는 게 아니라 일을 탈자연화하는 것이다.

p204

'탈자연화'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그저 자본주의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가 기본적으로 가진 습성 때문이다. 노동자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도록 설계된 자본주의의 기본 설계와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계약 관계에서 통제권이 발생하고 급여를 받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계약이다.

그렇기에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고용주는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 노동자의 자유와 즐거움을 싸워 쟁취 해야만 한다. '소유권의 변혁'이란 표현도 기억에 남는데, 한 가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동조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답일까 라는 부분엔 좀 더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인 사안들이 많다. 대한민국도 역시나 주69시간 근무제가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에 대해 노동자들이 이제는 그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긍정적으로 비춰진다. 그저 자연스러운 변화라 여기지 않고 의문을 품고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성숙의 척도가 높아졌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쉽지 않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그 해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모두의 자유와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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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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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이대연 작가의 <부표>, <전> 두 단편 소설이 담겨있다.

생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표>는 현실에서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 자신의 업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생생함을 더하고 있다. <전>은 과거 인조 반정의 시대에 대한 역사 소설에 허구를 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시 생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등장인물들의 처한 상황이 매우 고되며 그 감정들이 잘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부표

첫번째 소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담담하게 그렸다. 하지만 그 담담함 속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한편으로는 이해가 느껴지는 글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거금을 보여주겠다는 아버지는 원양어선, 화물선을 타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 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가족에게 일확천금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교통사로로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허망했으며 가족들에게 전해진 보험금 역시 고작 3천만원에 불과했다.

사 톤짜리 거대한 돌덩이 두 개가 쇠사슬 끝에 매달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침추까지 인양하면 어려운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 작업반원들이 바빠졌다. 일부는 침추에 갈라지거나 파손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일부는 낡은 쇠사슬을 끊고 새 쇠사슬로 교체했다. 새 등부표에 연결된 쇠사슬이었다.

p29

바다의 부표를 교체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거대한 크레인으로 오래된 부표를 끌어 올려 새 부표로 교체를 하는 일이다. 자칫 끔칙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일의 진행 과정이 나름 상세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내가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업의 자체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셈일 수도 있다.

아버지의 죽음과 부표의 교체 작업이 묘하게 교차한다. 새로운 부표를 다는 작업으로 새 생명을 얻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아버지의 뇌사 판정으로 타인에게 아버지의 장기가 전해지는 과정이 또 다른 새 생명과도 같이 느껴진다.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는 그 과정은 새로운 삶이자 죽음인 것이다. 그 경계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傳)

첫번째 소설

인조반정의 역사적 사실의 기반에 허구를 더해 단편 소설 <전>이 태어났다. '배대유'의 방으로 '무명'이 침입한다. '무명'의 한 손에는 '시방'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시방'의 졸기를 써달라며 찾아왔다. 졸기는 죽은 이의 평가를 더한 일종의 전기이다. 반정의 과정에서 왕을 지키다 죽음을 맞은 시방을 위한 졸기인 것이다.

화로를 내려놓고 방문을 닫는데 무명이 꿈을 꾸는지, 앓는 소리를 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대는 꿈속에서도 싸우는 것이오? 정여립의 제자이면서 이몽학의 친구였던 사람, 강변칠우와 교류하며 허균과 광해를 죽이려 했던 사람, 누구보다 앞장서 왜군과 싸웠던 사람. 그렇게 전란과 민란을 오가며 한 갑자를 살아온 사람. 그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했다. 그는 또 무슨 힘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인가?

p67

둘의 관계는 죽음과 생의 교차점에서 두 번의 인연이 있었다. 졸기를 쓰는 배대유는 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적어야 할지 어렵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필사의 노력과 고뇌 아래 녹록치 않는 당시 상황을 설득력 있게 펼치고 있다.

역사 소설이기에 사용되는 단어들이 나에게 낯선 부분이 종종있었다. 사극 드라마에서는 자막으로 그 뜻을 전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부분이 없어 나의 어휘력의 부족함을 살짝 느꼈다. 대략 그 뜻을 이해하나 설명하라면 하기 힘든 단어들이랄까. 살짝의 핑계를 대본다. 그럼에도 무명이란 인물이 뭔가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음이 이 소설이 나에게 특별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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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시인선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공광규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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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시인 13인 : 앤솔러지 시집

공광규, 권민경, 김상혁, 김안, 김이듬, 김철, 서춘희, 유종인, 이병철, 전영관, 정민식, 한연희, 조성국

시를 읽은지가 언제였더라. 나에게 시는 좀 어렵다. 명료하게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공대생 출신에게 시는 답이 없는 문제로 다가온다. 그래서 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저 시라는 문학을 멀리만 하기에 공대생의 범주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시집을 펼친다. 어렵기는 하지만 어렴풋하게 전해지는 시인의 의도에 감탄을 하기도 하고 머리를 갸우뚱 하기도 했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훌륭한 시를 알아보는 식견이 부족해 그럴 것이다.

잘 모르는 시인의 시집을 선뜻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데, 13인 시인의 신작 시들이 한 권에 담겨 있기에 다양한 시를 만나볼 수 있어 좋다. 13인의 시인 중에 한 사람이라도 나와 맞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다 소모된 것과 사라진 것의 차이는 뭘까

이 세상에 여지없는 것들

그것을 찾아 나는 어디를 이리 떠도는 것인지

이 세상에 없는 것 / 김이듬 (p65)

김이듬 작가님의 <이 세상에 없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 시와 에세이 그 중간 즈음 느낌의 시였는데 짧지만 강력한 여윤이 남았다. 금은방에 오래된 시계의 단종된 배터리를 찾아 방문한 내용을 시에 담았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금은방에서도 답을 구하지 못한다.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몸을 거래하는 유령들의 골목과 단종된 시계 알의 처지는 겹쳐진다.

가라앉은 마음에는 올라오라고 #을

화가 치솟아 누군가를 다치게 할 때는 침착하라고

b 을 붙여주는 감정 조정인인데

조율사 산업기사라는 자격증이 붙었다

조화보다 규격을 믿는 세상이다

피아노 조율사 / 전영관 (p128)

전영관 작가님의 <간병인>, <피아노 조율사>는 재치가 넘치는 시다. 평소 크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직업이 새롭게 다가온다. 또한 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인생사에 빗대어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의사가 흘린 표정을 가족에게 읽어주는 눈치'라는 표현이라던가, '차별받고 억울하고 울렁거리는 생을 조율할 수 있다면 그에게 부탁하고 싶다' 는 표현들에 특히 공감했다.

생채에 머리를 박아 감정을 파먹고 사는 나는 연민에 노출될 위험이 커서 눈과 귀의 통점들을 스스로 뜯어 내며 민막으로 진화했다.

우리집 개는 물지 않아요.

대신 내가 뭅니다.

개같은 진화 / 조성국 (p171)

조성국 작가의 <개같은 진화>, <하이힐 2>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짧은 표현들 안에서도 작가의 의도와 그 의미가 분명하게 나에게 전해졌다. 짧은 몇 줄의 글을 통해서 그 함축적인 의미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비유적 표현이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한 하이힐 2는 한 순간의 살인 사건을 풍자적 느낌으로 풀어 표현한 점이 인상깊었다.


시라는 장르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며, 혼란스럽기도 하고 통렬한 풍자들이 날카롭게 현상 지적한다. 시인마다 각기 다른 느낌과 표현 방식들이 신선하고 놀라웠다. 각기 가진 개성을 한 껏 잘 품고 있다. 내가 잘 모르는 단어들도 많이 만났다. 새로운 단어의 뜻을 찾아보며 더 깊게 시를 이해했다. 다양한 단어들과 표현들이 가진 특유의 향을 잘 녹여내는 능력에 감탄했다.

살짝 푸념을 섞어 본다. 어느 나라의 언어나 비슷하겠다만은 한글로 적힌 시가 다시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번역이 된다면 그 의미를 고스란히 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단어만이 가진 특유의 맛이 번역을 통해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을 수 있을 법한 좋은 우리 나라의 시들이 많은데 번역이라는 허들이 매우 높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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