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상실 - 좋은 일자리라는 거짓말 전환 시리즈 2
어밀리아 호건 지음, 박다솜 옮김 / 이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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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상실

Lost in Work




일에 대한 고찰, 노동에 대한 고찰, 일로 인해 잃는 것들

'노동의 상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주 혹은 노동자의 한 측면에 서있다.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로 일생을 살아간다.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자신의 시간과 가치를 담보로 하여 돈을 받고 삶을 이어나간다. 일에 대한 고찰, 노동에 대한 고찰은 노동자에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어쩌면 필수적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하며 살아갈 것인가, 노동으로 인해 상실되는 것들을 이해하고 돌파하는 노력을 할 것인가는 노동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당장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작은 변화는 언젠가 커다란 폭풍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노동의 상실'이란 제목보다 영어 원문의 표현인 'Lost In Work'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책에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로 인해 잃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라 볼 수 있다.

자본 주의의 이해

자유인가 비자유인가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고용계약에 들어오는 노동자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 '자유'노동만큼이나 자유롭지 않은 노동에도 의존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일은 가치사슬 전반에 존재하는 강압된 비자유노동에 의존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본주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시작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가 혹은 고용주가 되어야 함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저 하루 하루를 노동자로 살아간다. 자신의 시간을 노동에 사용하고 대가를 받는다. 사업을 시작하는 자체가 힘들고 기회를 찾는 문턱들이 많다는 다양한 핑계가 먼저 튀어 나온다.

고용주가 되는 것은 차치하고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무엇을 착취 당하고 있는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자본 주의이기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노동자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족쇄를 스스로 깰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의 폭력 속에 우리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좋은 일, 강압과 통제, 불평등

좋은 일은 존재하는가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이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 '좋은 일자리'란 좋은 근무시간과 근무조건, 협력적인 경영진이 있고 훈련 및 개발을 위한 기회가 주어지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로 규정된다.

p100

좋은 일이 무엇인가란 생각을 해본다. 많은 일자리 중에서 분명 좋은 일자리는 존재한다. 개인적 의견을 살짝 적어보자면,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자신의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 과감히 건너갈 수 있는 그 힘은 어쩌면 열심히 공부해 온 자신감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에서는 우리를 일로 몰아넣는 강압과 일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통제권의 부족으로 인해 모든 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p109)" 강압과 통제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이 상당하다. 일을 하는 동안 법적인 50분 노동 10분 휴식 이외의 잠깐의 쉬는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할 때 매우 스스로의 통제권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또한 감정적으로 스스로가 소모되는 업무를 하고 그 또한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일이 우리에게 극심한 요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감정과 인격을 고용주의 이윤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현실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의문이 남는다.

내가 좋은 일자리에 있는가 아닌가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 좋은 일자리에 있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자리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 바닥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탈자연화

'직업 보장, 노동자의 공장 소유, 노동자의 공장 운영, 보편 기본소득, 보편 기본서비스, 완전 자동화, 일의 논리나 일의 윤리에서 일상을 해방시키려는 시도까지. 특정한 처방을 내리거나 하나의 선명하고 진정한 길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일의 유해성의 중심에는 고용주와 직원의 권력관계가 있으므로 내가 가장 동조하고 싶은 건 소유권의 변혁에서 비롯되는 변혁이다. (중략 ) 단순히 권력이나 요구사항을 쟁취하는 게 아니라 일을 탈자연화하는 것이다.

p204

'탈자연화'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그저 자본주의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가 기본적으로 가진 습성 때문이다. 노동자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도록 설계된 자본주의의 기본 설계와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계약 관계에서 통제권이 발생하고 급여를 받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계약이다.

그렇기에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고용주는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 노동자의 자유와 즐거움을 싸워 쟁취 해야만 한다. '소유권의 변혁'이란 표현도 기억에 남는데, 한 가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동조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답일까 라는 부분엔 좀 더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인 사안들이 많다. 대한민국도 역시나 주69시간 근무제가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에 대해 노동자들이 이제는 그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긍정적으로 비춰진다. 그저 자연스러운 변화라 여기지 않고 의문을 품고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성숙의 척도가 높아졌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쉽지 않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그 해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모두의 자유와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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