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부표를 교체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거대한 크레인으로 오래된 부표를 끌어 올려 새 부표로 교체를 하는 일이다. 자칫 끔칙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일의 진행 과정이 나름 상세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내가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업의 자체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셈일 수도 있다.
아버지의 죽음과 부표의 교체 작업이 묘하게 교차한다. 새로운 부표를 다는 작업으로 새 생명을 얻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아버지의 뇌사 판정으로 타인에게 아버지의 장기가 전해지는 과정이 또 다른 새 생명과도 같이 느껴진다.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는 그 과정은 새로운 삶이자 죽음인 것이다. 그 경계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