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구하는 공식
유랑운 지음 / 새벽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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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구하는 공식

Find True Happiness (진실된 행복을 찾아서)

"심리적 충족이 물질적 충족보다 중요한가요?"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어요. 물질적 충족 없이는 심리적 충족을 얻을 수 없고, 심리적 충족 없이는 행복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둘 중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행복에 닿을 수 없어요."

#11 양수를 행복으로 (p59)



행복에 대한 T방식의 접근

행복이 궁금한 이를 위한 책


행복은 모든 이의 지향점이다. 그래서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는 항상 궁금하다.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각자 어렴풋한 행복을 개념을 설명하거나 혹은 설명하기 힘들어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행복에 대한 아름다운 미사여구를 붙여 설명하는 뜬구름 잡는 형태의 F를 위한 책이 좋을때가 있는 반면 <행복을 구하는 공식>은 행복에 대해 공학적, 수학적 접근 방식이 적용된 지극히 이공계 출신 T를 위한 행복 이론책이다. 약간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행복에 대해 뭔가 쏙쏙 이해가 되는 설명 방식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이미 행복한 상태에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이 되는 경우일지라도 어느 정도 물질적 수치가 충족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행복에 관련된 책을 읽는 상황은 자신이 행복한 상태임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행복에 대해 궁금한 독자가 자신의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심리적 결핍 상태에 있을 경우가 많을 것이라 추측한다.

책의 저자 유랑운에 대해 찾아봐도 이렇다 할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또한 우연히 인적이 드문 지하철에서 만난 행복에 대해 설명하는 교수에 대한 단서나 이력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그저 서술을 위한 책의 설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읽기 에 앞서 저자의 머리말의 내용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여야 한다. (p7)"



물질적 충족과 심리적 충족

행복의 분류

행복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물질적 충족과 심리적 충족이다. 심리적 충족은 물질적 충족과 연관이 있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물질적 충족과 심리적 충족이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

심리적 충족 (p54)

행복을 얻기 위해 물질적 충족을 지향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일이다. (p49) 물질적 충족은 행복을 위해 분명 중요한 요소이다. 어느 정도 물질적으로 충족된 상태여야만 행복할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물질중심적 가치관(물질적 충족을 행복의 척도로 여기고 삶의 최우선 순위로 두는 가치관(p48)) 을 갖게 되면 오히려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물질적 충족만으로는 어느 정도 행복에 가까워질 수는 있으나 전부는 아니다.

심리적 충족은 만족 즉, 원하는 만큼 가진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심리적 결핍은 불만족 즉, 원하는 만큼 갖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지금 나의 지향 수치(자신이 원하는 물직적 수치 (p55))에 스스로 만족한다면 심리적 충족 상태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안다면 행복에 성큼 다가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행복의 영향을 주는 각종 요인들

그 중 인간관계/이성관계가 큰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이성관계에 대한 맹목적 지향을 멈추고, 일종의 행복 추구 수단으로서 지향 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이성관계는 선택의 영역이 된다. 즉 효율을 기반으로 지향 여부를 결정하는 타협 대상이 되는 것이다. (중략) 효율을 고려하여 지향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동일하게 진행된다.

p130

유희, 가용에너지, 욕구 충족, 인간관계, 이성관계, 발전, 경험 등 다양한 요인들은 행복에 영향을 준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간관계 혹은 이성관계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위로와 힘, 용기를 얻기도 하고 술 한잔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관계로 인해 쌓이는 스트레스는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 바로 인간관계이다.

이성관계도 인간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육체적 욕구에 의한 부분도 물론 작용하지만 인간관계라는 큰 틀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성 관계에 있어 그 관계 유지를 위해 우리는 상당한 돈과 에너지를 쏟는다. 생일 선물이며 각종 이벤트를 챙기는 수고로움(음수) 대비 행복을 증진시키는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하는가(양수)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런 계산적 접근에 의해 대한민국 출산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으니 혼자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은 비슷한 잣대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인 유희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종의 취미 활동이라 볼 수 있겠다. 자신의 성향과 맞는 유희의 종류를 알고 그에 맞는 취미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적인 취미인 독서나 커피 내리기, 요리를 자신의 취미 활동으로 가질 수도 있겠고, 활동적인 운동이나 댄스 동호회 활동과 같은 취미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증진 시킬 수도 있겠다.



다양한 행복의 형태

행복에 정답은 없다

"발전이 유희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유희 추구와 발전 지향은 분리되어야 하나요?"

"어떤 형태가 옳다고 단정지을 수 없어요. 발전과 유희가 더해질 때 더 큰 양수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수많은 경험과 노력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수단을 찾아야 해요."

#24 방식의 차이 (p138)

다양한 행복의 요인들이 작용해 지금 현재의 상태에 만족의 여부가 결정된다. 양수와 음수가 될 수 있는 구체적 요인들을 분류해 보고 어떤 선택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오는 부분인지 냉정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양한 부분에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다면 구체적으로 행복에 양수가 되는지 음수가 되는지를 계단하고 판단해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행복을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사실 행복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사람마다 자신의 중요한 요인이 다르고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을 통한 성취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취미 활동으로 에너지를 얻는 이도 많다. 사람을 만나 스트레스를 푸는 이도 있지만 혼자 조용히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며 충전하는 사람도 많다. 각자의 방식대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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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로드 - 커피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을까
라니 킹스턴 지음, 황호림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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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로드

커피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을까

동네의 정감있는 어느 카페의 한켠에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커피 로드>는 커피처럼 우아하고 기품있는 서적이다. 책이란 표현이 아닌 서적이라 칭해야 할 것만 같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책이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내용에 걸맞는 예쁜 사진이 한 페이지씩을 차지하고 있어 그저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 놓는 것만으로도 액자를 걸어 놓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커피와 관련된 알찬 정보를 담았을 뿐 아니라 특색있는 커피의 레시피까지 함께 있어 새로운 커피에 대한 도전을 자극한다.

매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 벌컥 마시는 우리에게 커피는 여유보다 하루의 생존 수단의 일환이 되어 카페인 수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행위로 전락한지 오래다. 물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가진 시원하고 고유의 풍미를 담고 있기에 그 자체로도 커피를 한껏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으나 다양한 세계의 커피에 대한 지식에 언제나 우리는 목마르다.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온 한 열매의 씨앗이,

컵에 담겨 수 세기 동안 사랑받아 온 것에 관한 모든 이야기이다.

p4

책의 서두에는 커피 식물학, 품종과 재배종, 커피콩, 커피 수확법, 가공 방법, 커피 로스팅 및 로스트 레벨, 커피콩 선택하기, 커피 분쇄, 커피 계량, 커피 추출, 커피의 강도 등의 내용으로 가볍게 시작되는 내용들이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하나씩 깊게 파고들면 어려울 수 있으나 가볍게 즐기듯 읽으면 커피와 관련하여 새롭게 알아가는 사실들이 많아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커피에는 정답이 없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찾아가는 그 재미가 있다. 그 좋아하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원두를 선택하고 로스팅 방법, 분쇄, 계량, 추출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그 과정이 취미로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1946년 아칠레 가지가(Achille Gaggia)가 실용적인 방법을 개발하고 제조할 때까지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했고 다른 제조업체와 발명가들도 혁신을 거듭했다. 이 기계는 수동으로 좋은 크레마를 낼 수 있는 최초의 기계였다. 결국 이 기계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식 전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발전했다.

p29

이탈리아의 커피가 익히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에스프레소의 본 고장이며 세계적으로 보급화된 에스프레소 머신의 선구자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탈리아의 성인 90%가 지난 24시간 안에 커피를 마셨다는 설문조사가 이탈리아의 커피 사랑에 대해 가늠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 가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에서 김치를 안 먹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나중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비체린 한 잔을 아침에 마셔봐야겠다. 핫 초콜릿과 크림을 곁들인 에스프레소인데 보통 오전에 마시고 현재 피에몬테 전역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저 커피 로드를 읽고 있는데 여행 욕구가 샘솟게 된다.



바지구르는 서부 자바의 수다네스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코코넛 밀크 기반 음료다. 옛날부터 긴 대나무 장대를 들고 다니는 행상들이 팔았는데, 한쪽에는 뜨거운 바지구르가, 다른 한쪽에는 함께 먹을 삶은 콩, 과일, 견과류가 들어 있었다.

p114

바지구르는 향신 코코넛 밀크로 인도네시아의 커피다. 각 나라마다의 특색 있는 커피들의 레시피가 책에 표함되어 있다. 한번 따라서 만들어 보고 싶은데 사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재료를 구하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 보이고, 완성을 했다고 해도 제대로 구현한 것인지 알길이 없다. 확인할 방법은 현지에 가서 바지구르를 먹어보는 방법인데, 언젠가는 인도네시아에 가서 바지구르 한 잔을 마시고 싶다. 버킷 리스트에 인도네시아에 가서 바지구르 마시기를 추가해야 겠다.

커피를 좋아하고 관심있는 분이라면 욕심이 생길만한 책이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이 책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커피에 대한 지식을 쌓기에도 좋고, 다양한 세계 커피의 레시피를 책 한 권에 만나볼 수 있기에 좋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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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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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RE:NOVEL 01

장르문학 IP 공모전 대상 수상작


리노블 시즌 1, 장르문학 IP 공모전 대상 수상작 마태 작가의 <습기>를 읽었다. 가독성이 좋아 읽기에 수월했고 매우 흡인력 있는 전개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신도시 '드림힐'에 입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미연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맞벌이 부부로, 워킹맘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다. 그러나 주변의 음습한 기운은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고 있다.

일상 생활 안에 켜켜이 스며든 뭔가 기분 나쁜 그 찝찝함. 미연이 조금 예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 듯 하면서도 정작 그 상황이 되면 나도 그럴 것 같다는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 묘사가 매우 세세하고 정교하다.

미연은 문득 영희엄마가 '오래 전부터 여기에서 살았다'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 그런 풍경은 왠지 영희엄마와 연결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오래된 방에서 날 것 같은 불쾌한 냄새.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과 상황에 잘 맞지 않는 대화. 거기서 오는 이질감이 주는 희미한 섬뜩함.

p124

아들 지호의 친구 영희는 윗집에 산다. 아이들의 관계로 인해 영희엄마를 알게 되었으나 어딘가 부조화스러운 영희 엄마의 모습에 거리를 두고 싶지만 그저 밀어내기에는 이웃인 영희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수년간 발생한 아동 실종사고, 실종사고와 뭔가 연관이 있어 보이는 만세교라는 사이비 종교 등 께림칙한 상황이 영희 엄마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고, 거리를 두려한다. 하지만 워킹맘이기에 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미연에게 남편 정우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

이 동네에 실종된 애들 많은 거, 지호엄마도 알지? 여기가 예전부터 좀 험했어. 그 부모들은 지호엄마보다 더하지. 몇 년씩 키운 애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렸잖아. 마음이 어떻겠어? 콱 뒈지고 싶었겠지? 그래도 다 이겨냈어. 물론 그게 말처럼 십지 않아. 왜, 내 맘이 제일 내 맘대로 안 된다는 말도 있잖아. 마음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려면 도움이 필요해. 마음을 통제해야 행복이 오는 거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p154


미연의 퇴근이 늦어 지호가 방과후에 영희 집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지호가 이상한 주문과 상제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미연은 이것이 만세교와 관련된 것임을 알게 된다. 기자인 남편 정우에게 만세교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묻지만 시큰둥한 반응뿐이다. 그래서 미연은 직접 만세교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다.

소설의 클라이막스 후반부에 치달으면서 상황의 내막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미연의 가족에게 깊숙히 들어온 만세교, 가족에게 있었던 가슴 아픈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가 베일을 벗는 과정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 장까지 그 텐션을 유지한다.

생각치 못한 반전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대상을 의심할 수 없게 세세한 장치를 마련한 작가의 센스가 돋보였다. <습기>가 영화 혹은 다른 작품들고 함께 단편 시리즈물로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워킹맘 미연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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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와 두더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3
카를리 비셀스 지음, 마레이어 톨만 그림, 최진영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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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와 두더지

지양어린이 세계 명작 그림책 083


만 6살 딸과 함께 읽기 위해 <박새와 두더지> 책을 펼쳤다. 그런데 생각보다 글이 많은 편이라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가 읽기에는 약간 부담스럽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2학년 즈음 되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볼 생각이다. 덕분에 내가 이책을 읽게 되었다. 두더지와 박새가 나누는 이야기는 서로 다른든 닮은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약 60페이지 정도의 책은 15개 챕터로 나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한 챕터씩 자기 전에 읽고 자면 좋을 것 같다. 무리해서 두세개 챕터씩 읽으면 오히려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챕터를 읽고 박새와 두더지가 나눈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각자의 생각에 대해 도란 도란 이야기하며 잠을 청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네가 부른다면, 박새야, 아마도 난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p38

땅 속에 주로 살며 밤에 나오는 몸길이 약 15cm의 두더지는 굴 속에서 산다. 눈이 작고 시력이 나쁘지만 청각과 후각이 발달했기에 박새의 모습을 흐릿한 형체로 본다. 애벌레, 지렁이, 달팽이 등을 먹고 살아가는 두더지는 비가 오는 날 굴 속에 물이 차서 물을 퍼내느라 바쁘다.

몸길이 14cm정도의 박새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둥지에서 생활한다. 곤충을 잡아먹고 풀이나 나무의 씨앗도 먹는다. 물을 좋아하는 박새는 물에서 몸을 씻고 햇살에 몸을 말리기를 좋아한다.



그날 있었던 모든 일들은 오직 향기로 남았어요.

"마지막으로 사랑스러운 저녁 공기를 마셔야지."

두더지는 코를 킁킁거렸어요.

p58

둘은 서로 다르기에 서로 하는 말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렇게 나누는 대화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하나씩 알아간다. 서로를 이해하는 만큼 서로의 우정도 쌓여간다. 박새가 볼 수 없는 땅속 세상은 두더지가 설명한다. 땅 속에는 언덕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꽃이랑 잔디가 살 수 없지만 비밀의 방에서 혼자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두더지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소소한 듯 보이는 박새와 두더지의 대화는 우리에게 이런 저런 생각을 던진다.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기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둘은 이해하려 노력하고 우정을 나눈다.

우리의 삶도 매우 닮아 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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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위로 -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정인한 지음 / 포르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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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위로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 정인한 에세이



<커피의 위로>는 천천히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낮에는 카페 사장님으로 밤에는 글을 쓰는 정인한 작가의 에세이다.

2012년 부터 시작해서 이제 2023년이니 11년이 넘은 김해 덕정로에서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이겨내고 두 딸의 아빠로 카페의 사장님으로 복작복작 열심히 살아간다. 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의 철학을 녹여 내어 유지되는 카페는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아늑하고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공간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 공간을 어쩌면 영원토록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것이 가능한 시절까지는 어쨌든 견디고 싶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보면 희망적인 일이 생기고, 때로는 좌절할 일이 생기고, 그런 사연을 나누면서 그런 말조차 나누기 힘들다면, 거리의 풍경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산다면, 어느새 우리는 괜찮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각자의 절박함 (p43)

카페를 운영하는 자체가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정이 없으면 지금까지 이렇게 카페가 유지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카페를 운영한다는 일은 지속적으로 커피의 맛을 유지하는 일과 같다. 조금이라도 맛이 달라지면 단골이 알아채고 바로 컴플레인을 건다고 한다. 그 맛을 알아주는 단골이 있고 그 맛을 유지하려는 카페 사장님의 애정이 있기에 이 카페를 찾는 이들이 있는게 아닐까 싶다.

카페를 닫고 여행을 가는 일도 쉽지 않다. 직원에도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저 카페를 운영하며 집기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그 작은 일상 자체에서 힘을 얻고 살아가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언젠가 카페를 열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그냥 열심히 회사에 다녀'라고 말하는 인생 선배의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다. 카페의 낭만보다 현실의 높은 벽을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 낭만만큼은 가슴 한 켠에 남겨두고 싶다.



아무리 애를 쓴다 한들 이 공간이 완벽하고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소박한 위로가 되는 커피를 전하고 싶다. 그것이 입에 닿는 짧은 순간만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조금씩 녹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여름 같은 초여름의 어느 날을 보냈다.

초여름의 어느 날 (p77)

커피를 마시는 순간, 내가 가진 걱정 고민을 내려놓고 커피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 나도 이런 시간을 가지면 좋겠으나 언제부턴가 커피가 그냥 물마시듯 들이키는 음료가 되었다. 커피에 담긴 카페 주인의 철학을 읽노라니 내가 커피를 대하는 자세가 썩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가 주는 위로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잠시 잠깐 일의 조력자로만 치부했으니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된다.

내일은 커피를 마시면서 잠깐의 여유를 느끼고 위로를 받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에스프레소에 도전해보는 것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에스프레소 4잔으로 일상을 시작한다는 카페 사장님의 모습이 뭔가 멋지게 느껴진다.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나에게 에스프레소는 어쩌면 인생 일대의 큰 도전이다.




한 권의 책을 이어서 여러 번 보는 것은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리스트를 따라 여러 책을 두루 읽는 것은 정해진 일정으로 여러 도시를 순방하는 느낌이라면,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은 한 도시에 여러 밤을 보내는 것과 비슷했다. 새로운 풍경에 압도되어 두리번거리거나, 그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여행이란 별거 아니군'하며 너스레를 피우는 것이 아닐, 마치 그곳에 새롭게 이사 온 주민처럼 그 도시를 차근차근 알아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루어지길 (P109)


에세이를 읽는 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듣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다. 내가 들을 준비가 안되어 있거나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아듣기 어렵게 말한다면 책을 다시 열기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 드는 이 순간이 재미있어야 다시 책을 펼치게 된다. 이 책은 언른 책을 다시 펼치고 싶었다. 자극적이고 엄청난 내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온전히 동화된 느낌이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계속 듣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책의 곳곳에서 그의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여러 번 보는 것이 없이 많은 책을 읽기에 바빴다는 그의 말은 '어라? 나도나도' 라는 공감이 일었고 그런 사소한 놀라움의 매력이 나를 끌여당겼다.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읽었다는 그처럼 나도 마음에 드는 책을 여러 번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하니 그 기분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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