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5월 23일. 선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왔다. 차 안에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 사망했단다. 뉴스 봤냐?]고 적어 보낸 대학선배의 문자에 장난인 줄 알았다. 가지고 있던 DMB를 꺼내 뉴스를 틀었다. 진짜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 소식. 충격이었다. 내가 선택한 대통령도 아니고 존경하지도 않았다. 나와는 딴 세상에 사는 사람인양 별 관심이 없었다. 동네 이장님 같은 사람이 나와 정치를 하는 구나 생각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서거 1주년에 맞춰 출간된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완성하지 못한 글들을 노무현재단에서 엮고, 정치인 유시민이 정리한 책이다. 이야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살았던 봉화마을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3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가난해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머리 좋은 막내 아들을 믿고 고등학교까지 마치게 했다. 대학 진학을 꿈꾸기엔 너무 힘든 시절이었다. 막노동 판에서 일을 하며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사법 및 행정요원 예비시험에 통과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본격적인 고시준비에 돌입했다. 시골집 근처에 토담집 ‘마옥당’을 지었다. 공부시작한지 4년 만인 1975년 17회 사법고시에 합격을 했다. 집안의 자랑이었기에 변호사보다는 판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뜻을 따랐다. 그러나 판사 생활 1년도 안되 그는 변호사 개업을 했다. 돈도 많이 벌었다. 그래서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취미생활도 하며 살았다. ‘부림사건’을 계기로 인권.노동 전문 변호사로 살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이 바뀌어갔다. 세상의 부조리에 눈감고, 귀 막고 살아갈 수 없었다. 그는 세상에 버려진 노동자와 학생들을 위해 변호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름도 날렸다. 부산에서 활동하던 그가 전국적인 스타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하면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을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 시련의 과정을 통해 그는 좀더 단단해졌다. 자신의 갈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 출마 선언과 노사모의 결성. 노사모가 없었다면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의 노력이 그를 정상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정상엔 선 그이지만 그는 군림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을 자신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행동했다. 그래서 질타를 받았다. 임기 5년간 그는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선택해준 사람들로부터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임기를 마친 다음에도 그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상처받고 아팠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아파하다 그는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잘한 일, 좋은 일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한 일도 부끄러운 마음을 담아 썼다. 그랬기에 진솔한 그의 이야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잘한 것만 이야기하는 세상에 부끄러운 과거를 서스름없이 써내려간 이야기에 그의 심성이 담겨있다. 그는 솔직하고 거짓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화살을 피하지 않고 받았다. 어쩌면 그런 그의 심성을 알았기에 사람들이 그를 ‘바보 노무현’이라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어느 별명보다 이 별명이 맘에 든다던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소박하게 웃으며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제 그런 웃음을 과거의 필름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깝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사회와 정치를 바라봤더라면 그렇게 버려지지는 않았을 것을… 나의 무관심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한 사람의 노력을 무참히 밟아버린 것만 같다. 부끄럽다.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했던 어느 개그맨의 말이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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