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
이동진 외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의 안목을 믿어보기로 했다.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주문장을 제출하고선 한나절을 기다렸다. 드디어 따끈따끈한 책이 내 손에 들려지는 순간이다. 갑자기 힘이 솟는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문학을 왜 공부해야하는지, 우리 인생에 왜 필요한지가 궁금해졌다. 어쩌면 몇 권의 고전 소설, 철학 책을 읽으며 왜 그토록 이런 책들을 멀리하며 살아왔나 하는 자괴심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 – 대학 신입생쯤인 듯하다 –을 겨냥해 인문학을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한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인문학을 전공한 이유, 인문학이 사회생활(삶)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그들 나름의 상황에 맞추어 엮어가고 있다.
작가, 드라마 PD, 대기업 간부 또는 CEO, 외교관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건 먼저 사회의 발을 디뎠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경험에 우러난 조언이기에 주관적인 글일지언정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발로 열심히 뛰고, 손으로 열심히 만드는 그런 쪽의 일들이 상대적으로 경영학, 법학, 공학 등 다른 학문들에 가깝다면, 그것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문학이겠죠”라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화전문기자 이동진씨의 말에서 인문학이 우리 삶에 차지하는 영역을 짐작해 본다.

“일은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자존심의 원천이다. 나라는 인간이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시킬 수 있는 정체성의 근거이다.”고 말한 나우콤 대표이사 문용식씨의 글에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함께 엮어간 저자들의 한결 같은 주장은 사회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사람을 알아야 사회 생활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다른 어떠한 학문보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다른 학문, 사회과학이나 이.공학 등은 실용주의 학문이기에 당장의 기술적인 습득으로 사회에 진출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길게 10년, 20년을 내다본다면 지금 취업에 필요한 스펙쌓기에 열심이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보고 이해하며 실행할 수 있는 인문학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내가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건 이공계를 졸업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해 살아왔던 6년의 사회생활에 공허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내 안에 소리를 듣지 못하고 벙어리처럼 눈먼 자처럼 살아온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 그렇다고 6년의 삶이 빈 껍데기 같은 삶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좀더 일찍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이런 아쉬움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기에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 난 열심히 책을 읽어 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