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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의 주인공 민수는 29세 대학원을 졸업한 백수이다. 그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88만원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달의 29만원 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고시원비를 내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퀴즈쇼를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민수의 바램의 결국 무너지고 원래의 자신의 자리에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퀴즈쇼>는 다소 어두운 주제를 재미있고 해학적으로 풀어갔다면 <88만원 세대>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저자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20대가 직면한 문제를 그대로 덮어두지 말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라고 한다. 문제는 그들에게 있지만은 않다. 기성세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20대에게 지워진 짐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짐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10대와 20대’에서는 보수적인 한국사회의 문제와 그로 인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10대의 삶과 이후 그들이 만나게 될 20대의 세상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개방화, 세계화 된 사회라고는 하지만 아직 현실에 남아 있는 보수적인 사회 풍토는 좀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물론 그들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길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만나게 될 20대의 삶은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20대에 숨통을 10대에 생존을’에서는 대한민국의 20대의 모습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의 경우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유신세대, 386세대 그리고 X세대와 88만원 세대의 현실적 차이와 그에 따른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을 각 상황에 맞게 제시하고 있다.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느 책과 다른 면모를보여준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은 긴 문장으로 인해 문장간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다소 지루한 서술 방식으로 인해 글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이것은 저자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라 판단된다.
저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회피하고 자신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20대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현재 시스템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20대의 부모 세대인 유신세대에 의한 경제적 몫의 약탈, 386세대와의 적대적 관계, X세대와의 경쟁 그리고 20대끼리의 배틀. 88만원 세대에게 주어진 승자 독식 게임은 매우 거칠고 불행하다. 그들이 이 승자 독식 게임에서 살아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어쩌면 건국 이후 60년을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 자본주의가 가장 미숙한 것은 아직 다음 세대들에게 적절한 기회를 부여하고, 이러한 시간상의 문제점에 의해서 생겨나는 불균형들을 폭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해결의 방식을 찾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외나무 다리에 위태롭게 한발로 서있는 기성세대들의 현실로 인해 다음 세대에게 적절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외면하게 만든 것인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침착함과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저자의 말처럼 계속되는 세대간 불균형과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침착함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판단이 필요하다. 현재의 20대 그리고 다음 세대가 당면하게 될 경제적 운명을 지금 우리 세대에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