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여행작가 손미나 보다 아나운서 손미나가 아직은 더 익숙하다. 하지만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아르헨티나의 여행서를 보게 되면 진짜 여행작가 손미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서는 여행 작가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다면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는 진정한 여행작가로 거듭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단순히 나만의 생각이다. ^^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대륙 남동부에 있는 나라. 수도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이며 에스파냐어를 쓰며 국민의 92%가 카톨릭을 믿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르헨티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축구와 탱고일 것이라 판단된다. 그만큼 아르헨티나는 축구와 탱고를 사랑하는 민족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나에게 아르헨티나는 세계지도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나라이다. 그런 아르헨티나로 떠난 작가 손미나. 그녀는 그곳에서 다시 한번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그녀가 가진 모든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 하고 있으니…

“무엇이 그토록 이 도시를 특별하게 하는가.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이 곳에 사랑과 미움을 함께 품게 되는 것일까. 그 안에 감추어진 비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리고 나는 ‘여행자의 영혼과도 같이 끝없이 떠도는 도시’라는 이곳의 비밀을 얼마나 발견하고 또다시 바람처럼 떠나게 될 것인지. ‘우리를 하나되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와 아픔이며 바로 그런 이유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한 보르헤스처럼 이 나라의, 또 이 도시의 숨겨진 고통과 상처까지도 온 마음으로 사랑하게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스며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를 나는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처음 도착한 그녀가 거리를 거닐며 느낀 이 도시의 첫 느낌이다. 그녀가 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미움과 사랑이 공존하는 비밀을 감춘 수수께끼 같은 도시이다.

향기로운 커피의 도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들이 사는 나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본업 이외 예술인으로서 활동하는 나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천국인 아르헨티나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다양한 경험과 행복은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들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소고기를 먹을 수 있고, 향기 가득한 커피숍에 들러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러나 예술을 벗어날 수 없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의 탱고 사랑. 평생을 탱고를 부르며 살고 싶다고 하는 할아버지의 말. ‘나의 사랑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구성지게 부르는 할아버지의 노래 가락에 사랑과 감동이 카페 안,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탱고를 멋지게 추는 노라를 만나 손미나도 탱고에 도전한다.
“탱고를 출 때 여자에게는 다리가 하나뿐인 거나 마찬가지야. 다른 하나는 남자의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 꼿꼿하게 서야 하지만 그에게 다리 하나를 완전히 맡겨야 해. 사랑할 때도 그렇잖어? 정말로 상대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는 완전한 사랑이란 불가능하지. 그리고 절대 발이 땅에서 떨어져서는 안 돼. 항상 한 발을 바닥에 붙인 채로 사랑하는 사람을 쓰다듬듯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해. 탱고는 춤이 아니야. 탱고는 그저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거지. 사실 그게 다야. 그래서 기본이 더욱 중요해. 누군가와 함께 걷기 위해선 우선 혼자 잘 걸을 수 있어야 하지. 인생이 그런 것처럼.”
노라의 따끔한 충고에 그녀는 배우고 또 배운다. 그리고, 멋지게 탱고를 추던 그날 탱고를 사랑한 아르헨티나 사람처럼 탱고의 열정을 느낀다.

“삶에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둥대는 대신 마음을 비우고 진정으로 무언가를 포기할 수 있다면 그 안에 희망과 행복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잃었는가를 생각하고 후회할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들을 가지고 어떻게 새로운 삶을 벗어나갈 것인가’하는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신에게 감사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 번 크게 넘어졌다고 해서 그대로 영영 주저앉아 버리는 것은 삶에 대한 모독이 될 테니까.”
아침에는 생물학자 저녁에는 서커스 배우를 하고 있는 루카스를 만나고 온 뒤 그녀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녀의 말대로 한 번 크게 넘어졌다고 해서 주저앉어 버리는 것은 삶에 대한 모독인 것이다. 그렇기에 여행 중 멘도사에서 여행 가방을 잃어버린 그녀도 삶에 무게에 지쳐 일탈을 꿈꾸는 우리도 넘어져 일어나 다시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참 안 된 일이구나. 하지만 미나, 너무 상심하지 마. 어차피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속해 있는 물건이란 없어. 그것들은 잠시 네 것이었던 것뿐이지. 세상 모든 일은 이유가 있다고 해. 분명 네가 잃은 것만큼 얻은 것이 있을 거야.”
멘도사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인디언 인티는 그가 살아온 환경에서 배운 것을 그녀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전하고 있다. 세상에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것은 없다. 빈손으로 왔기에 갈 때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들 모두 언젠가 우리의 손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생각이 난건 나만은 아닐 것이라 판단된다.
소유하지 않는 것이 소유한 것이다. 어쩜 그녀가 떠난 아르헨티나로의 여행은 결국 그녀가 가진 그녀의 것들을 버리고 돌아온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새로운 그녀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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