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습 공격과 도발 주체에 대한 기만 선전은, 한국의 식자층이 러일전쟁의 성격이 무엇이고, 진정 동양 평화를 깨는장본인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혼선을 주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보도 통제가 심한 가운데 식자층이 입수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자료였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기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저 일본이 제공하거나 공지하는 자료에 입각하여 기술했을 뿐이다. 심지어 대한제국 정부마저 일본 정부의 기만전술에 무기력했다. - P442
일본인은 명목상으로는 구매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의 논밭, 임야, 가옥을 강탈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마치 개처럼 한국인을 차고 때리고 죽이기까지 한다. 한국인에게는 보호해 달라고 호소할 곳이 전혀 없다. 일본인은 한국의 안위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공언하지만, 한국인을 노예로 만들겠다는 의도와 정책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다. - P452
전 세계 열강의 무리에 뛰어든 일본이 ‘국가 사이의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독립국가로서 한국의 목숨은 실낱같이 유지되고 있다. 또 한국의 북부 지방과 서부 지방은 전쟁과 기근으로 완전히 황폐해졌고, 한국의 남부 지방은 억압받는 사람들에 의해 사실상 버려졌다. - P453
무엇보다 슬픈 일은 황제에게서도, 비굴하고 부패한 신하에게서도, 아니면 세 번이나 죽은 대중에게서도 한국의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발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 P457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것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당사자 어느 한편의 패배 가능성이 아니라, 어느편이 전쟁에서 승리하든 한국이 부흥할 가능성은 없으리라는 철저한 절망감이다. - P459
일본 정부는 2월 8일 오후에 일본 함대가 기습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날 밤 8시 신문기자들을 불러놓고 동양 평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러시아의 무력 증강으로 교섭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2월 8일 인천항 중립지대에서 포격한 것이 국제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처럼 사실을 은폐한 것이다. -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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