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뱀이다. 이 뱀은 사람을 물지는 않고 휘감기만 한다. 이놈은 걸핏하면 장이광의 가슴속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심장을 서서히 감아쥔다. 그런 뒤에 콱 조여들었다. - P327

맹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원수를 반드시 기억했다. 그야말로 맹인들의 영혼에 뿌리박힌 흔들림 없는 특징이었다. - P333

여자들이란 그렇다. 억지로 엮어주려면 힘들지만 일단 무언가 계기가 생겨서 같이 다니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 P338

맹인들은 각자 나름의 금기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 각자의 금기 뒤에는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이 숨어 있었다. - P341

세상에 연애를 하고 있는 어떤 여자가 자기 배에 만족한단 말인가? 모두 불만족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아주 불만족스러워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 자신의 열여섯 시절과 비교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절대 이렇지 않았는데." 연애중인 여자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한다. 줄곧 자신의 과거가 지금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남자친구가 감히 쫓아오지도 못할 정도로 괜찮았다고 말이다. 아주 힘들고 어려운 노력을 통해서만 과거의 영광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녀들은 영원히 현재의 배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 P342

맹인들은 두 눈이 멀쩡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대개 두려워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맹인들은 그들을 볼 수 없지만, 그들은 맹인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맹인들이 두 눈 멀쩡한 사람들과는 잘 사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다. 맹인들의 마음속에서 두 눈 멀쩡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종의 생물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눈이 있는, 그러나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종의 생물. 일종의 신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귀신을 무서워하고 멀리 두고자 하는 마음과 같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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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쭝치는 진다제의 손에서 도시락을 받아들고 뚜껑을 연 다음온 정신을 집중해 그 냄새를 들이마셨다. 맛좋은 음식은 다 그렇게 하는 법이다. 절대로 한입에 꿀꺽 털어넣어서는 안 된다. 먼저 냄새를 맡아야지. 냄새를 맡다가 더이상 참을 수 없게 될 때에야 비로소 서서히 입안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군침을 돌게 한다‘라는 말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이거다. 맛있는 음식일수록 군침이 돌고, 군침을 돌게 할수록 맛있어지는 것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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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놈은 독약이다. 누구든 사랑에 빠지면 약자가 된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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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난 샤오마는 시간이란 동그란 유리 안에 갇힌 죄수라고 생각했다. 또한 시간은 빨간 시곗바늘처럼 일 초마다 째깍하고 한 걸음씩 내딛는 존재라 생각했다. - P203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한계였다. 그러나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일종의 한계였다. - P208

말이라는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어떤 말은 특별한 때와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니까 되새겨서는 안 된다. 되새기면 의미가 커진다.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엄청난 의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P218

사랑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자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더라도, 자신이 지닌 깃털을 마지막 하나까지 뽑아 상대에게 달아주는 것. - P234

중국은 자칭 ‘예의지국‘이지만 사실 중국인들은 예의를 모른다. 피로연의 막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물잔이며 술잔이며 쟁반과 접시가 나뒹구는 모습을 보라. 얼마나 더럽고 어지럽고 덜그럭덜그럭 요란스러운가. - P262

식물은 참 신기한 것이, 어떤 색이든지 식물을 통해 표현되면 그 색깔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법이 없다. 아무리 선명하고 아무리 화사해도 야하거나 천박하게 보이지 않는다. - P269

맹인들은 너무 쉽게 한 가지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들 자신에게도 눈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의 눈에는 빛이 없기에 영혼의 창문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영혼의 대문이 될 수 있었다.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때 그들은 자기 눈을 숨기는 법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대놓고 목까지 돌리거나, 어떤 때는 아예 온몸을 돌려 표를 냈다. - P287

서로 다른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입도 있는 것이다. 보는 것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나오는 말도 같지 않다. 맹인과 두 눈이 멀쩡한 사람들 사이에는 아무래도 그런 벽이 있었다. 적당한 거리는 우정을 지키기 위한 기본 조건이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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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인들은 미신을 신봉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운명을 믿었다. 운명은 보이지 않고, 맹인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맹인과 운명 사이의 거리는 특별히 가까웠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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