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런 식이라면 나도 지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세상 사람들처럼 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야바위꾼의 돈을가로채야만 세 끼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봄직하다. - P99

세상에는 알랑쇠처럼 나서지 않아도 될 곳에 반드시 얼굴을 내미는 건방진 놈도 있다. 산미치광이처럼 자기가 없어지면 일본이 망하기라도 할 것 같은 얼굴을 어깨 위에 얹어 놓은 놈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빨강셔츠처럼 머리카락에 화장품을 덕지덕지 처바르고 바람둥이를 도맡겠다고 자처하는 놈도 있다. 교육이 생명을 얻어서 프록코트를 입으면 그게 나라고 말할 것 같은 너구리도 있다. 모두들 나름대로 젠체하는데, 이 끝물호박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볼모로 잡힌 인형처럼 얌전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 P109

신용하지 않는 빨강셔츠와는 대화를 나누지만, 속으로 탄복하고 있는 산미치광이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세상이란 기묘하기 짝이 없다. - P118

말재주가 뛰어나다고 해서 꼭 좋은 사람은 아니다. 꼼짝 못하고 당하는 쪽이 나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다. - P130

고관의 저택이 요리점이 되다니, 마치 전쟁 때 입던 대감의 두루마기를 겨울 속옷으로 누빈 것이나 진배없다. - P137

 잡담하지 않고도 걸을 수 있을 텐데, 일본인은 다들 입부터 먼저 태어나기 때문에 아무리 잔소리를 늘어놓아도 듣지 않는다. - P150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사과하는 행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처사는 지나치게 정직하고 바보스럽다고 할 것이다. 사과하는 사람도 거짓으로 사과하는 것이므로 용서하는 사람도 거짓으로 용서한다고 보면 그리 틀리지 않다. 만약 정말로 사죄를 받아 낼 마음이라면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두들겨 패야 한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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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은 친절, 목소리는 목소리니까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친절까지 무시한다면 도리에 어긋난다. 그렇다고 해도 세상은 참 이상스레 돌아간다. 밉살스러운 놈이 친절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악한이라니……. 사람을 놀려 먹어도 분수가 있지.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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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셔츠는 때때로 《제국 문학>이라는 새빨간 잡지를 학교에 가지고 와서 소중한 듯 읽는다. 산미치광이에게 물어보니 빨강셔츠가 구사하는 외국인 이름은 모조리 그 잡지에 나온다고 한다. 《제국 문학》이여, 그대의 죄가 중하도다! - P69

생각해 보면 대다수 세상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하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가끔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업신여긴다. 그럴 것 같으면 소학교와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 아니, 차라리 한 발 더 나아가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남을 믿지 않는 기술이라든가 남을 이용하는 술책을 가르치는 쪽이 세상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좋을 것이다. 빨강셔츠가 호호호호 웃은 까닭은 내 단순함을 비웃은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을 사다니, 세상도 망조가 들었다. - P75

"물론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되네만, 자기 혼자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해도 남이 저지른 나쁜 짓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 역시 봉변을 치를 것이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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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과 벌은 딱 붙어 다닌다. 벌이 있으니까 장난도 마음 놓고 칠 수 있다. 장난만 치고 벌은 받지 않겠다는 저열한 근성이 대체 어떤 나라에서 판친단 말인가. 돈은 빌리되 갚지는 않겠다고 하는 경우는 다 이런 놈들이 졸업해서 저지르는 짓임에 틀림없다. - P53

정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정직한 자가 이기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가 이긴단 말인가. 생각해 보라. 오늘 밤에 이기지 못하면 내일 이길 것이다. 내일 이기지 못하면 모레 이길 것이다. 모레 이기지 못하면 하숙집에서 도시락을 가져와서라도 이길 때까지 여기에 있겠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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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 교실에서 실수해도 그때만 언짢을 뿐 삼십 분만 지나면 싹 괜찮아진다. 나는 무슨 일이든 지멸있게 걱정하려고 해도 그렇게 못 하는 인간이다. 교실에서 저지른 실수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교장이나 교감이 실수에 어떻게 반응할지 도통 무관심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나는 그리 배짱 있는 남자는 아니지만, 단념은 아주 잘하는 인간이다. 이 학교가 영 아니라고 생각하면 바로 떠날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너구리도, 빨강셔츠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하물며 교실의 애송이들에게 환심을 사거나 알랑방귀를 뀔 마음은 들지 않았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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