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교실에서 실수해도 그때만 언짢을 뿐 삼십 분만 지나면 싹 괜찮아진다. 나는 무슨 일이든 지멸있게 걱정하려고 해도 그렇게 못 하는 인간이다. 교실에서 저지른 실수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교장이나 교감이 실수에 어떻게 반응할지 도통 무관심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나는 그리 배짱 있는 남자는 아니지만, 단념은 아주 잘하는 인간이다. 이 학교가 영 아니라고 생각하면 바로 떠날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너구리도, 빨강셔츠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하물며 교실의 애송이들에게 환심을 사거나 알랑방귀를 뀔 마음은 들지 않았다.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