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자꾸 내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당신이 의사라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어차피 삶에 대한 희망이 없던 환자가 사망했고, 그 의료 사고가 드러났을 때 당신의 모든 인생이 무너진다면...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취하게 될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을 때, 나 역시 확답이 쉽지 않았다. 이어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얼마나 윤리적인 사람일까? 그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윤리의 경계를 지키며 사는 것은 아닐까? 지켜보는 시선이 없는 곳에서 인간은 좀 더 뻔뻔하고 사악한 속내를 쉽게 표출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런 악마가 혹시 내 안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어두워졌다. - P122
평범한 사람들은 죽음을 외면하며 살아간다. 삶의 끝이 아닌 당장의 내일을 위해 살기도 바쁘니까. 생존의 일상만 남고 죽음의 일상은 지워지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을 그저 관념적인 세계로 느낀다. 하지만 경찰들의 세계는 다르다. 그들은 살아 있는 자의 치안을 담당하고, 죽은 자의 마지막 순간을 확인해주는 이들이다. 그들의 삶에서 죽음은 악취를 풍기고, 체액이 흐르고, 부패되어가는 실재의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나의 생이 끝난 뒤, 내가 삶의 세계에서 죽음의 세계로 건너갔다는 생의 마침표를 확인해줄 사람이기도 하다. - P147
이 살인 사건은 선과 악이 얽혀 있다기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사이에 있는 황량함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종종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껄끄러움, 무지, 몰이해 등의 독버섯이 자라난다. 한 공간에서 살았던 이 남자들 사이에도 그런 독버섯 같은 감정이 얽혀 있는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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