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 이상이야. - P176
아아, 때로는 내 미래가 불분명하고 목표도 없지만 목표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나의 이상적인 삶은 물질적인 삶과 영적인 삶이 결합된 삶이야. 너희들과 같은 생활이지. 사람들이 비교적 만족하는 삶이야. - P178
어떤 면에서 보면 그녀에게 해를 끼친 것은 분명히 ‘이상‘이었다. 그녀가 초등학교만 다녔다거나 우스꽝스러운 이상과 품위를 유지하지 못했다면, 또는 자기 오빠와 언니처럼 악착같이 살았다면, 세상 물정을 잘 아는 남자친구를 만났더라면 오늘 그녀의 삶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을 유지하는것이 잘못된 것일까?(중략)인생은 그녀에게 이상을 실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상과 낭만은 그녀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방해가 되는 단점이자 걸림돌이 되었다. 쥐슈의 열등감, 과민성, 변명적인 태도는 말과 행동에서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눈이 나를 바라보는 순간, 치욕의 삶을 살아온 쥐슈의 고통을 보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쥐슈에 비하면 내 삶은 너무 순조롭고 심지어 조금 창백해 무기력했다. 나는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마침내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내 이상을 실현했다. 글을 쓰고, 생각하면서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쥐슈가 갈망하는 삶이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이상을 확립했다. 그러나 인생은 그녀를 다른 길로 내던졌을 때 그녀에게는 전혀 기회가 없었다. - P179
쥐슈는 여전히 천진난만한 그 쥐슈였다. 그녀는 좋아서 새처럼 깡충깡충 뛰었다. 그러나 열두 살 된 아들과 얘기를 나누는 순간 그녀는 부들부들 떨고 짜증을 내고 슬퍼했다. 쥐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이상을 아들에게 의탁을 했으나 아들은 배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180
완중 가족의 웅장한 새 집은 밀밭 위에 지어졌다. 큰 철제 문, 2층 건물. 그러나 집 안은 오히려 다른 광경이었다. 벽에 칠해진 석회는 큰 상처처럼 큰 덩어리로 벗겨지고 있었다. 집안은 텅 비어 있었고, 걸레 몇 개가 놓인 의자와 바닥에 놓인 선풍기에는 한 번도 작동한 적이 없는 것처럼 먼지가 쌓여 있었다.(중략) 집에 앉아 있으면 설명할 수없는 황량함과 추위가 있었다. - P106
‘인테리어‘라는 용어는 몇 년 전만 해도 농촌에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최근 2년 사이에 생겨났다. 샹들리에, 수직 벽, TV캐비닛, 책장 등이 모두 같은 색상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유럽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싸구려 재료에 제작 기술이 조악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현대식 집에는 여전히 등받이 없는 작은 의자, 부러진 대나무 의자, 19인치짜리 TV, 그리고 여전히 1970년대와 1980년대 옷을 입고 있는 전형적인 늙은 농부가 산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는 지나치게 세련된 방의 디자인과 함께 우스꽝스럽고 전도된 모습을 만들어냈다. - P116
화장실의 모양은 도시적이었지만 사용 방식은 여전히 시골 방식이었다. 북쪽 지역 농촌은 생활의 중요한 장치인 화장실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었다. - P117
요즘 외지에 나가 부자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아이들 교육은 큰 문제야. 농촌의 교육 수준이 너무 낮아. 부모들은 모두 밖으로 나돌아다니며 자기 자식을 돌보지 않아.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먹히고 입히고 여기에 더해 숙제도 도와줘야 한다니까. 그런데 애들 수학 문제를 조부모가 어떻게 알겠어. 아무리 좋은 사회라도 병폐가 있어. 이것이 바로 병폐지. - P121
그러나 결국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 갈 의지만 있다면 집과 피를 팔아서도 보낼 생각을 하지. 자식이 교육을 잘 받고 지식을 많이 쌓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부모의 첫 번째 소원은 자식이 많이 배우는 것이야. 지금의 중퇴율이 1980년대보다 훨씬 높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거야. 근대화는 근대화인데 교육 수준이 낮아졌어. 중학교 졸업 후 중퇴율이 매우 높아. 학생은 백이면 백 모두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 학교에 들어가도 그만두기 일쑤지. 진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온라인 게임이야. 부모가 외지에서 일할 때 그들을 돌보는 사람은 모두 할아버지와 할머니야. 어떻게 그들을 통제할 수 있겠어. - P140
유수아동의 문제는 부모 세대가 아닌 조부모 세대가 교육하고 너무 애지중지한다는 데 있어. 생활이 좀 여유로워지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데 그런 용돈이 어린 학생의 습관을 해치게 돼. - P141
부모는 여전히 자녀가 학교에 가기를 원하고, 직장에 나가도 시골집에 더 괜찮은 집을 짓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더 중요하게는 자녀가 더 나은 교육을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경제관념과 금전의식의 영향으로 부모가 부재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학교에 가기를 꺼렸고 외지로 일하러 나가기 위해 학교를 일찍 그만두려 하고 있다. 어떻게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할 수있는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대학에 간다고 해서 미래의 직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 P143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공부의 무용론‘이 점점 더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녀가 학교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 부모는 자식이 학교에 가더라도 희망이 보이지 않아 잠시 고민한 후에 자녀에 대해 자유방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도 가르칠 동기를 잃게 되었다. - P145
초등학교의 소멸이 일종의 필연이라면, 흐트러진 마을의 정서를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교육과 문화에 대한 고상한 감정과 지식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P147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국 땅에서 오염되지 않은 강을 몇 개나 찾을 수 있을까? 푸른 하늘을 반사할 수 있는 맑은 물은 무인지역에 가야만 찾을 수 있으며, 일단 발견되면 그 물은 ‘죽음‘의 날로부터 멀지 않게 된다. - P87
아무도 준설 공장의 책임에 대해 추궁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무슨 방법이 없을까? 누구를 찾아가야 하나? 누가 책임을 지나?"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슴 아파 울고 하늘이 어두워도 사건을 추궁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 P90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자비>에 나온 페놀 공장이 생각난다...
강 전체에서 끔찍한 악취가 났다. 여름에 화학공장 옆에서 흘러나오는 폐수, 고온 증발로 나온 코를 찌르는 공장 냄새, 모종의 나쁜 발효물질, 달콤하면서도 피비린내 나는 악취. 이 냄새를 맡은 모든 사람들은 어지러움, 질식, 구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갖 종류의 흰색, 검은색, 혼합색 거품이 강에 떠 있었다. - P87
내가 기억하는 마을의 지리적 위치와 현실의 마을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존재의 정신적 기반은 변했다. 그런 폐허 속에서 활력 넘치는 중국의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신체와 새로운 형상을 구축하고 있었다. - P66
나는 옛일을 그리워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마을 사람들이 한 가족과 같이 지내는 것은 그리워한다. 비록 다툼, 고통, 인간사의 여러 고민이 있을지라도 그렇다. 나는 현재와 같은 존재 양식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새로운 집결지는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이 자랄 곳이 아닌가? 장래에는 그곳이 그들의 고향이 아닐까? 어쩌면 그들의 문화, 그들 세계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고향‘에서 자라고 있을까? 외로움, 황량함, 모순, 무생명력, 무감정, 이것이 바로 아이들 ‘고향‘의 기본적인 형태였다. - P68
1세대 농민공들은 고향에 집을 짓기를 원했다. 그 집이 자기의 집이기 때문이었다. 마을에서 재산은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그렇다면 2세대 농민공들은 어떠할까? 마을의 젊은 세대는 마을에 대한 애정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고향에 머무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하지 않고 외지로 일하러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에 대한 갈망은 더 개방적이었고 이로 인해 그들의 운명과 상황은 훨씬 더 곤란해졌다. 그들은 어디에 뿌리를 내릴까? 그들은 10대에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지만 도시에 호적도 없고 사회보장도 없다. 도시는 고향이 아니며 시골도 그들에게는 멀고 정감이 없고 귀속감도 없었다. -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