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친절, 목소리는 목소리니까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친절까지 무시한다면 도리에 어긋난다. 그렇다고 해도 세상은 참 이상스레 돌아간다. 밉살스러운 놈이 친절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악한이라니……. 사람을 놀려 먹어도 분수가 있지.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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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셔츠는 때때로 《제국 문학>이라는 새빨간 잡지를 학교에 가지고 와서 소중한 듯 읽는다. 산미치광이에게 물어보니 빨강셔츠가 구사하는 외국인 이름은 모조리 그 잡지에 나온다고 한다. 《제국 문학》이여, 그대의 죄가 중하도다! - P69

생각해 보면 대다수 세상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하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가끔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업신여긴다. 그럴 것 같으면 소학교와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 아니, 차라리 한 발 더 나아가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남을 믿지 않는 기술이라든가 남을 이용하는 술책을 가르치는 쪽이 세상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좋을 것이다. 빨강셔츠가 호호호호 웃은 까닭은 내 단순함을 비웃은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을 사다니, 세상도 망조가 들었다. - P75

"물론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되네만, 자기 혼자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해도 남이 저지른 나쁜 짓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 역시 봉변을 치를 것이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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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과 벌은 딱 붙어 다닌다. 벌이 있으니까 장난도 마음 놓고 칠 수 있다. 장난만 치고 벌은 받지 않겠다는 저열한 근성이 대체 어떤 나라에서 판친단 말인가. 돈은 빌리되 갚지는 않겠다고 하는 경우는 다 이런 놈들이 졸업해서 저지르는 짓임에 틀림없다. - P53

정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정직한 자가 이기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가 이긴단 말인가. 생각해 보라. 오늘 밤에 이기지 못하면 내일 이길 것이다. 내일 이기지 못하면 모레 이길 것이다. 모레 이기지 못하면 하숙집에서 도시락을 가져와서라도 이길 때까지 여기에 있겠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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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 교실에서 실수해도 그때만 언짢을 뿐 삼십 분만 지나면 싹 괜찮아진다. 나는 무슨 일이든 지멸있게 걱정하려고 해도 그렇게 못 하는 인간이다. 교실에서 저지른 실수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교장이나 교감이 실수에 어떻게 반응할지 도통 무관심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나는 그리 배짱 있는 남자는 아니지만, 단념은 아주 잘하는 인간이다. 이 학교가 영 아니라고 생각하면 바로 떠날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너구리도, 빨강셔츠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하물며 교실의 애송이들에게 환심을 사거나 알랑방귀를 뀔 마음은 들지 않았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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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루쇼프는 스탈린이 1930년대에 농업을 망쳤다고 비난했다. 스탈린이 <생전 어디를 간 적도 없고 노동자나 집단 농장에 소속된 농부를 만난 적도 없으며> 오로지 <농촌의 실상을 치장하고 미화한 영화들>에 나오는 어떤 나라를 알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자신의 전용 기차에 편하게 앉아서 보안 요원 말고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기차역을 지나다니며 나라를 보아 온 어떤 주석에게 너무나 뼈아픈 지적이었을 터였다. - P422

 해방 이후에 제대한 570만명의 제대군인들도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기껏해야 농촌에 버려진 채 알아서 살아가야 했는데 집산화 과정에서 밥값도 못한다는 이유로 상당수가 부랑자 같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또한 만성 질환으로신음하는 제대 군인들이 50만 명에 달했음에도 정부는 그들의 치료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956년 말에서 1957년 초겨울에 결국 분노가폭발했고 대규모 인원이 도시에 집결해서 지방 당국을 압박했다. - P429

상하이에서 파업을 지켜본 로버트 루는 다음처럼 느꼈다. <억압받던 사람들이 다시 새로운 삶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흥분되었다. 공산당 관리들의 변화된 태도 역시 마찬가지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들뜨게 만들었다. 그들은 무서워하는 동시에 혼란스러워했고 이전의 거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제 그들은 사람들을 달래려고 애썼다. 특히 그들이 가장 두려워한 듯 보이는 노동자들을 회유하려고 노력했다.> - P429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고 불만을 털어놓으라던 주석의 부추김은 혁명의 적들이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도록 만들기 위한 교묘한 전략에 불과했던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 P444

때로는 비난의 정치학이 일가족을 산산조각 내기도 했다. 농민을 대변하여 불만을 제기했던 다이황을 고발한 사람은 뜻밖에도 그의 아내였다. 그녀는 남편이 당을 음해하고자 음모를 꾸몄다고 고발하는 내용의 벽보를 게시했다. - P445

반우파 투쟁의 임의적인 성격은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 마오쩌둥은 우경 세력의 숫자에 할당량을 부과했고 전국의 모든 조직은 주어진 할당량을 채워야 했다. 우경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너무 막연했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적이 있는 사람은 잠재적으로 누구나 우경 세력으로 간주될 수 있었다.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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