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 사람과 사람들의 차이가 아닐까? 사람은 순수할 수 있어도 사람들은 순수할 수 없다는 것.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일수록 사람에서 멀어지는 건 아닌가 하고.-pp.173
비극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이 상품이 되어선 안 되는 것이건만.-pp.7
약자의 심성이 반드시 선량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약하기 때문에, 살기 위해 사악해지기도 한다. 핍박받는 약자는 더 약한 자를 핍박하기 쉽다. 당장 살아남아야 하니까...-pp.107
번역가는 좁다면 좁은 언어 공간 내에서 자신의 문화적 소속과 선택을 표현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된다.(중략)어떤 면에서 번역가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는 외국어를 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국어를 나의 한국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한국어로 구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145쪽
내가 만일 작가라면 나의 언어를 갈고 다듬고 살찌우고 또 갱신하고, 그러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번역가는 나의 언어에서, 나의 목소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숙명이다.-147쪽
출발언어의 불완전성을 인식하면 번역가가 그 언어를 읽어나가며 의미를 적극적으로 형성해가는 입장에 설 수 있고, 그와 함께 출발과 도착이라는 표현이 전제하는 일방통행성과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언어의 불완전성이라는 말 자체가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언어로 완전하게 표현될 수 없다는 뜻을 포함하며, 번역은 양 언어의 통합을 통해 완전한 언어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164쪽
4년 전 이맘때 내가 김춘수 시전집과 김규동 시집을 읽고 싶은 책장에 추가했다고 북플이 알려줬다. 그 당시에 어느 학회에 가서 발표를 듣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추가했던 기억이 이 기록을 보니 떠오르는군...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더니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