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겪었던 경험은 내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누군가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말은 당안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당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설사 그것이 의심에 불과하더라도, 대부분 당안에 기록될 것이다. 일단 기록되고 나면 삭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때부터 그 기록은 끊임없이 당신을 따라다닌다. - P332

그것은 세 번째 악순환이었습니다. 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용돌이같은 악순환 속에서 돌고 있었던 겁니다. 돌다가 빠져나오려고 하면, 완전히 몸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다시 더 깊은 곳으로 휩쓸려 들어갔어요. 물론 그것은 아주 작은 악순환일 뿐입니다. 린뱌오와 사인방 같은 무리들은 더 큰 악순환으로 장난질을 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런 거대하고 불가항력적인 악순환에 빠진 사람들은 바로 다재다난한 중국 민족이 아닙니까? - P338

과거 수십 년, 나아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는 데만 골몰했어요. 원칙을 위한 투쟁은 필요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이 결합되면 원칙의 신성함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악순환이에요. 결국엔 지쳐 떨어진 자신의 모습만 확인할 뿐입니다. - P338

그날 이후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 공장으로 향하던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었어요. 이별의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평범하게 출근했던 그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별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간단할 수 있는지요. - P363

봉건 시대에도 사사로이 비밀리에 불법 재판을 벌이는 것을 금했고, 법정에서 사람을 때려죽이면 관원을 면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매달아서 때려죽일 수가 있으며, 죽은 지 반년도 넘었는데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았단 말입니까? 그러고도 어떻게 우리 집에 와서 돈과 옷을 요구할 수 있었을까요? 나는 시 당국에 소송을 걸었고, 베이징까지 가서 소송을 했지만,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대답은 한마디뿐이었습니다.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 해결하기 힘들다." - P367

문혁이 끝나고, 파괴된 가정은 파괴되었고죽은 사람은 죽었지만 모든 책임은 사인방에게 씌워졌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서로를 향해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당시 고문했던 사람들을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입니까?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반성하지 않는 한 말이에요.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신이 괴롭혔던 사람을 찾아가 회개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나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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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속이고,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속인 사람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대가라는 것이 반드시 보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의 마음속에서 그 사람은 지워지고 말 겁니다. 그것은 죽는 것보다 괴로운 일이지요! - P276

문혁이 끝나자, 누구도 그 시절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 P293

행복은 그 어떤 유익한 교훈도 주지 않지만, 고난은 사람의 성격을 변화시킵니다. 이것은 내가 얻은 가장 값진 삶의 경험입니다. - P300

최근 신문에서 한 젊은이가 우리 같은 우파 분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대목을 읽었습니다. "당신들은 그때 왜 나서서 반항하지 않았습니까?"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지금 너를 호랑이 굴에 집어넣는다면, 너는 아마도 놀란 나머지 가장 먼저 바지에 오줌을 쌀 것"이라고요.
독재자를 탓하는 대신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중국에서 더는 문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혁명 모범 가극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고, 마오 주석을 신처럼 모시는 현상을 보면서 말이죠.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혁은 재현될 수 있습니다. - P309

문혁 기간 내내 나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습니다. 남들이 흥미를 느낄 때, 즉 운동을 할 때 나를 가지고 놀았고, 놀다가 질리면 한쪽에 방치해 두고는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 P309

솔직히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치면서 약간 감동을 하긴 했습니다. 나도 예술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쉽게 감동하고 또 그 감동에 기만당하곤 합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지난 시절 내가 겪었던 모진 고초와 이제 거의 80세 가까운 노인이 된 나 자신, 그리고 일찌감치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린 아내를 생각하자 갑자기 화가 났어요. 그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가 살아온 지난 22년 세월의 고통을 묻어 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가 지난 22년 동안 그런 고난을 당한 것이 고작 당신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입니까?" 라고요.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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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석이 있어요. 사랑은 자신이 애착하는 것을 좋아하는 감정인데, 사실은 그게 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꿈꾸던 점을 상대가 갖고 있다고 여기고, 자신의 웃음을 상대의 웃음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투사해 스스로 감동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지 않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겠어요? 사랑이 끝나면 자신도 끝나니까요. 그래서 나는 첫사랑이란 일생에서 유일하게 정신 이상을 겪는 시기라고 봐요. 일종의 환각 상태에 빠지는 거죠. - P195

사람은 정상적이더라도, 부조리는 생활이 강요한 거죠. 달리 말하자면, 부조리는 생활의 본질입니다. - P200

한 철학자가 말했어요.
"어떤 것이 네게 행복을 가져다줄지라도 경계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불행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 P201

당시에 정치범이란 정치적 대의를 위해 어떤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로 했던 희생양이었을 뿐입니다. - P243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나를 아프게 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답니다. 출소해 모든 명예를 회복하고 난 뒤 모든 사람이 내게 웃어 보일 때, 그것이 진심일까요? 그건 가짜입니다. 옛날 동창들은 지금 내가 제멋대로이고 무례하다고들 합니다. 일할 때는 말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지 않는다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한 결과 온갖 쓴맛을 다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입니다. - P252

어느 날 명예 회복 후 돌려 받은 옛날 물건을 뒤적이다가 문혁 전에 내가 썼던 글씨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깜짝 놀랐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았거든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을요. 어찌되었든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그다지 상심하지는 않았어요. 상심이란, 운명을 도와 자신을 해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 내 모습대로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도, 나 자신을 해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분명한 것은 내가 예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뿐입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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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혁이 중국 역사에서 일종의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인방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무리들이 나타났을 겁니다. 마오 주석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자오 주석이나 첸 주석, 쑨 주석 등이 문혁을 일으켰을 거예요. 진시황의 분서갱유에서 문혁에 이르기까지, 지식인들이 박해받았다는 사실을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또한 역사적으로 봉건 왕조시대의 필화 사건에서부터 문혁까지 중국 사람들은 줄곧 서로의 말과 글 등을 꼬투리 잡아 ‘반혁명 언사‘로 고발해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거예요. 문혁은 중국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문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지요! - P92

소문과 비방, 뒷공론, 그리고 고발 내용에 근거해 죄를 조작해 내는 것이야말로 중국의 비애가 아닐까요? - P95

나는 강제로 노예가 되어 온갖 박해를 받았고 노동 개조를 당했으며, 농촌으로 하방되어 8년간 농사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첨하고 알랑거리며 비위를 맞추는 짓이나, 남을 밀고하고 팔아먹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나는 노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굴욕을 당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노비가 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거든요. - P99

인간성이 소멸된 시대에,
인간성을 표현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방식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 P122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은 모든 중국 지식인의 소망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랬기에 박해를 당했습니다. 중국 지식인 모두가 겪었던 불행입니다.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다면, 그런 마음은 뭘까요? 어떤 사람은 그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귀중한 것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비극적인 면이라고 합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 P140

비옥한 토지의 비애는,
한편으로는 유린당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정성을 다해
수확물을 바쳤다는 것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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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내게 준 첫 번째 교훈은, 순진한 것은 우매한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입니다. - P51

홍위병 운동이 지나가고 난 뒤인 1970년에 국민경제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국가는 2천만 명이나 되는 지식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능력이 없었고, 그렇다고 도시에 있게 하자니 소란을 피울까 염려되었죠. 그래서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허울 좋은 구호를 생각해 내서 우리를 사방으로 내쫓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때 그들을 위해 용감하게 적진으로 돌격해 싸웠고 일편단심 충성했던, 천군만마 같았던 우리는 그들이 마련해 놓은 함정에 모조리 빠졌습니다. 국가마저도 감당하지 못하는 짐을 우리 10대 아이들의 삐쩍 마른 어깨가 지탱했던 거예요. 기울어져 있는 기둥을 바로 우리가 지탱했기에 국가라는 건물이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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