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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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일락이와의 일화들이 인상적이었다. `가난한 허삼관`에 대한 편견을 벗고 보면, 그의 행동들은 존경심마저 갖게 한다. 인생을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가`만큼 `어떤 태도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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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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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책을 다 읽었다. 문뜩 엄마가 보고 싶어 잠든 엄마의 얼굴을 한참 동안 보고섰다. 자신의 인생을 떼내어 아낌없이 자식에게 주기만 했으니... 작게 쪼그라든 엄마가 숨을 쉬는지 가슴을 쓸면서 코끝에 손가락을 대보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큰수술을 마친 엄마를 보며 더 살아달라고 마음 속 또 다른 나는 기도할 수 없었다. 더 사는 것이 어쩌면 병과 싸우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 엄마 냄새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그래도 내곁에 오래있으면 안돼? 난 아직도 엄마가 필요하다구.' 마취약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엄마손을 잡고서 난 철없게도 이기적인 투정을 부렸다.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치부해버리면 엄마의 고된 지난 날은 미치도록 서럽고 가슴이 시리다.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한없이 안쓰럽다가도 문뜩 문뜩 무겁게 내 마음을 누른다. 그 묵직함을 견디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또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엄마도 나를 키우면서 그랬을까?

 

책을 읽으면서 위트있는 글솜씨에 유쾌했고, 작가의 진심이 마음에 세겨져 작은 돌덩이들을 만들어 놓았다. 마사야의 이야기가 더 선명하게 머리에 가슴에 고스란히 담겨지는 것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머지않은 어느날 내가 마주해야할 슬픔이기 때문일 것이다. 참회록처럼 들렸던 마사야의 고백들은 내 고백이기도 했다.

 

#159. 아부지의 인생은 큼직하게 보이지만, 엄니의 인생은 열 여덟 살의 내가 보아도 어쩔 수 없이 아주 작게 보였다. 그건 자신의 인생을 뚝 잘라 나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302. '장난삼아 어머니를 업어보고 너무나 가벼워서 눈물을 흘리느라 세 걸음을 못갔네.' 이사카와 다쿠보쿠가 눈물을 흘리며 발을 멈추었듯이, 누구나 예전에는 크게만 보이던 어머니의 존재를 조그맣게 느끼는 순간이 다가온다. 크고 부드럽고 따스했던 것이 작고 꺼칠꺼칠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때가 온다. 어머니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도 아니고 자식이 그만큼 커버렸기 때문도 아니다. 분명 그것은 자식을 위해 애정을 토해내고 또 토해낸 끝에 풍선처럼 쪼그라든 여인의 모습일 것이다.

 

#302. 5월에 어느 사람은 말했다. 아무리 부모에게 효도를 했어도 언젠가는 분명 후회할 것이다.아,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줄 것을, 하고,

 

#349. 엄니는 쌔액쌔액 아기가 자듯이 조용했다. '엄니, 이제 갈거야?' '나, 아직 엄니한테 아무 것도 못해줬는데?'

 

#409-410.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가족이 있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이 있고 마음속에 광대한 우주를 가졌고, 또한 어머니가 있다. 언젠가 혹은 이미, 이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슬픔을 경험할 것이다...(중략) 모두들, 참 대단하다, 참 애들 쓰고 있구나... 인간이 어머니로부터 태어나는 한, 이 슬픔을 면할 수는 없다. 인간의 목숨에 끝이 있는 한, 이 공포를 마주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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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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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지난 날의 일기를 들춰봤다. 흔들림없이 쓰여진 확신들... 어느날 갑자기 봉인이 해제된 진실이 그때와 다른 말을 한다면... 나 역시 토니처럼 회한의 시간을 견뎌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불확실한 기억이 만들어낸 확신들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는 것은 아닐까?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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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시작 민음사 모던 클래식 37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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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들어서면 마치 내가 과거 역사의 한 순간에 살고 있는 착각이 들고, 수많은 시간들을 견디고 그때의 모습으로 진열장 안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보는 것은 경이롭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모아놓은 인생의 이야기들은 이름표가 붙여진 박물관의 물건들을 보는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시작>은 그 경이로운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56~57 데이비드는 박물관의 냄새가 땅에서 파내어져 수장고의 두꺼운 나무 선반에 보관된 것들의 케케묵은 향이 좋았다... 역사의 물질적 현존에 놀라워하고 고대 유물들이 거쳐 온 세월의 간극 앞에 서서 외경심을 가지는 일이, 데이비드에게는 완벽하게 자연스러웠다... 먼먼 과거 사람들의 흔적이 이렇게 살아남았고, 우리가 그 앞에 서서 실컷 볼 수 있다는 것이 일종의 기적처럼 느껴졌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간다. 태어나서 자라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기른다. 자신의 부모가 그랬고, 자신도, 그리고 자녀 역시 그렇게 살아간다. 인생은 때론 자신의 계획과 다르게 흘러 멈출 때도 있지만, 방향을 잃어버린 그 지점이 다시 시작의 순간이 된다. 데이비드도 자신을 길러준 부모가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방황하고,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힘겹게 지켜봐야하고, 잠시 직장동료에게 흔들리고, 실직의 아픔을 겪지만, 데이비드의 인생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167 인생은 훨씬 작은 계기와 우연들의 만남, 엿들은 대화, 일의 추이를 끊임없이 바꾸고 재조직하는 과정과 실책들, 관찰하거나 기록하거나 조종하기에는 너무나 미세하고 무수한 순간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에 의해, 변화하고 움직여간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말하지만, 일요일 오후 아내와 딸과 어머니가 함께 앉아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이비드의 독백에서 ‘이런게 인생이구나’ 싶다. 데이비드의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는 인생이란 그 시작을 선택할 수 없고(스스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인생도 없고, 부모없이 시작된 인생도 없다), 또 예상할 수 없는 수많은 시작점에 놓이게 되지만,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면서 성장하고 완성되어간다고 말하려는 것 같다. 

 

#332 아내와 딸과 어머니가 조용한 일요일 오후 자신의 집에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데이비드는 놀랍게도, 이것이, 이 세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고, 함께 먹고, 이렇게 오후 시간을 오래 함께 보내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심대한 즐거움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감고 소파에 있는 듯 없는 듯 앉아서, 잠든 체하고, 조잘거리는 케이트와 한 마디씩 툭 던지는 어머니의 나른한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거실에서 아내가 어머니에게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어머니도 아내에게 얘기하고, 케이트가 질문을 하느라 끼어들고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고, 배고픔 때문에 점차 삐죽삐죽해지는 가족의 대화 소리를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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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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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눈먼 자가 다수의 눈뜬 자를 지배하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봤다면,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우리사회의 불편한 존재방식에 경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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