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책을 읽고 있다. 아직도 한참 초반을 읽고 있는데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요즘 내가 책에 집중하지 못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느리지만 읽고는 있는데 정말 놀라운 부분을 발견해서 적어두기로 했다.

 


애벌레가 나무껍질, 잔가지, 심지어 잎사귀 일부처럼 새가 먹을 수 없는 사물을 완벽하게 모방해 몸을 위장해도 새들은 손상된 잎 모양을 보고선 애벌레를 찾아냈다. (77)


 

이 부분 너무 신기했다. 새들이 애벌레를 잡아먹을 때 애벌레가 갉아먹은 손상된 나뭇잎을 보고 저기 애벌레가 있구나 하고 애벌레의 위치를 안다는 거다. 오 나는 이런 생각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단 말이다. 근데 자연은 이렇구나.

여름에 나뭇잎을 보면 구멍이 동그랗게 뚫린 잎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잎을 보면서 나는 그냥 또 벌레가 잎을 갉아 먹었네하고 마는데, 새들은 그 잎을 보고 냠냠 맛있는 내 먹이가 여기 있군!’ 하고 달려든단 말이야? 새들은 손상된 잎의 모양을 보고 맛있는 애벌레인지 맛없는 애벌레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고도 한다. 동그랗게 갉아먹었는지 타원형으로 갉아먹었는지 톱니 모양으로 갉아먹었는지 보면 어떤 종류의 애벌레인지 안다고. 그걸 구분해서 새의 입맛 취향에 맞는 애벌레를 잡아먹는다고. 새들은 정말 시력이 좋구나.


근데 또 여기서 가만히 잡아먹힐 애벌레가 아니지 않겠는가? 애벌레의 생명력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새들이 잎 모양을 보고 사냥한다는 걸 눈치 챈 애벌레들은 자신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 잎을 먹고 나서 잎자루를 갉아내어 잎을 바닥에 떨어뜨린단다. 잎자루는 가지와 잎을 연결해 주는 부위로 단단해서 애벌레가 먹을 수 없는 부위인데, 그 잎자루를 굳이 갉아내서 잎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는 건 분명 포식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으려는 행동이라고. 와 대단하다.

그러니 병충해나 강한 바람이 아니면 여름에 나무에서 좀처럼 잎이 떨어지지 않는데, 잎이 떨어져 있다면 잘 관찰해 보자. 그 잎에 동그랗게 갉아먹은 흔적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잎은 애벌레가 새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떨어뜨린 잎이다. 이걸 알게 되니 숲에 가서 떨어진 나뭇잎을 보고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하지만 새가 즐겨 먹지 않는 애벌레는 굳이 흔적을 숨길 필요가 없어서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새도 입맛이 참 까다로운가봐? 반찬 투정하니? 그래서 이런 애벌레들은 새말고 다른 포식자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형에 변화를 주기도 한단다. 애벌레 몸통 끝에 눈 모양 점을 찍고 혀처럼 붉은 돌기를 살에서 나오게 해서 뱀을 모방하는 애벌레도 있다고. 어쩐지 애벌레 보면 끝에 무늬도 있고 뭔가 징그럽더라!!!




이건 우리집 블루베리 잎이다ㅋㅋㅋㅋ 어떤 녀석들이 이렇게 다 갉아먹은 건지!!!

아마 이 녀석들은 새들이 좋아하는 맛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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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6-07-19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의 이 녀석들은 블루베리 잎을 갉아먹은 벌레들을 말씀하시는거죠? 허걱...
저는 하도 유명한 책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한 콘라드의 <솔로몬의 반지> (동물 행동학 책이어요) 를 지금 몇 달이 아니라 몇년 째 읽고 있어요 ^^
이 책 재밌겠는데요.

망고 2026-07-19 18:14   좋아요 1 | URL
네 블루베리 잎을 갉아먹은 벌레들 맞아요.
새에게 잡아먹히는 애벌레는 자신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 잎을 떨궈놓기도 한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우리집 마당에도 그런게 있나 살펴보다가 뼈대만 남은 블루베리 잎을 발견했거든요ㅋㅋㅋㅋㅋ아니 어떤 녀석들이 이래놓은 건지!!!! 잎을 떨궈놓진 않았으니 새들의 입맛에 맞는 애벌레의 짓은 아니었나봐요🐛
솔로몬의 반지 책 찾아봤더니 엄청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이군요 나인님 취향에 안 맞는 책인가 봐요😆 제가 읽고 있는 이 책은 쉽고 술술 읽히긴 한데, 또 관심 분야가 아니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한번 읽어보시는 거 추천

단발머리 2026-07-19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 너무 신기하네요. 새들은 새들대로 바쁘고 부지런하게 애벌레를 찾고, 애벌레는 애벌레대로 부지런히 잎자루 갉아내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지런해요, 다들. 저도 부지런해야겠어요. 망고님 서재에서 급 결심의 시간 ㅋㅋㅋㅋㅋㅋㅋ

자신감 넘쳐서 블루베리 잎 갉아먹고도 마음 편한 벌레들 궁금하네요. 자세히 보고 싶지는 않지만 궁금해요^^

망고 2026-07-19 21:20   좋아요 1 | URL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연 속에선 치열한 삶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평화로워 보이는 숲길을 걸을때도 열심히 잎자루 뜯어내고 있을 애벌레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잎 갉아먹는 작은 생명체들에 너그러워지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이렇게나 열심히 사는 생명들인데 존중해주자 하고요ㅋㅋㅋㅋ
블루베리 잎 먹는 애들도 미워하지 않기로😂

독서괭 2026-07-19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살기 위한 동물들의 생존전략은 정말 대단하네요! 뻐꾸기와 숙주가 되는 새의 전략싸움도 치열하다고 해서 놀랐는데.
참 얘들이나 우리나 먹고 살기 힘드네요… 🤣

망고 2026-07-19 22:4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이런 걸 알게되니 살기위해 애쓰는 모든 생명체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요😭 앞으로는 잎 갉아먹는 벌레들 그냥 모른척 하려고요ㅋㅋㅋ애프킬라 금지 🚫 ㅋㅋㅋ근데 모기는...하아 모기는 용서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