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달부터였나 토지를 읽기 시작해서 이제 끝을 보았다.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읽자 하면서 1년 목표로 잡았었는데 잘 달성한 셈이다.
19세기 후반부터 해방이 되는 날까지 거의 50년의 역사를 토지 사람들과 함께한 느낌이다.
정말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들, 그 시대와 맞물려 가며 고뇌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껏 빠져서 읽었다.
읽으면서 내내 박경리 작가는 진짜 천재다! 하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토록 설득력있게 풀어낼 수 있는지......대단합니다 작가님ㅠㅠ
아무튼
오늘 20권 다 읽은 기념으로 20권에 밑줄 그은 문장을 옮겨 놓는다.
자아, 이만하면 숨이 가쁜 불행의 연속이 아니고 무엇일꼬. 모두 힘들게 살아왔고 비극적 삶을 끝낸 사람들도 많지만 어찌하여 그다지도 불행의 여신은 석이네 식구들에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가. 절망적인 파도를 넘고 넘어 살아왔으며 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인생이 엄숙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만 본능적인 삶에의 욕구, 죽음이 두려운 때문이가, 전생의 업을 갚기 위한 때문인가? 그렇다면 남희는 전생에 무슨 악행을 범했더란 말인가. 사냥감같이 잡혀서 전선으로 보내어지는 조선의 순결한 딸들은 어떤 업을 짋어졌기에 일본군대 야수 같은 몸뚱이 밑에서 살이 썩어가야만 하는가. 대체 조선 민족은 일본 민족에게 갚아야 하는 죄업이 무엇인가. 개인 하나하나의 행로를 바꾸어놓은 대일본제국의 군국주의, 침략의 그 마성을 적자생존이라는 이른바 지식인들의 논리로 진정 마감해야 하는 건가.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악이 힘이라면 선도 힘이요, 공격이 힘이라면 방어도 힘이다. 악의 승리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네들은 지금 공중에서 찢기어 살점들이 흩어지고 옥쇄! 옥쇄! 전멸! 전멸! 막 스스로에 의한 지옥이 펼쳐져 있지 않은가.
(토지 20권 318쪽~3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