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로트레크 - 세기말 파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초상 시공아트 61
버나드 덴버 지음, 이윤희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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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툴루즈로트레크(버나드 덴버: 시공아트, 2014)

로트레크가 헤쳐 나간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도전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번화가 클리시 거리에는 풍차모양의 외관을 가진 댄스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889년에 개장한 이 건물은 흥행물로 유명한 춤 '카드리유'(나중에 프렌치캉캉이라 불림')로 인기를 얻었으며 수많은 무용수들과 스타들을 배출한 명소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파리의 명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 이 건물과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명의 작가 이름이 오롯이 떠오릅니다. '농축이골증'(유전적 질환)과 10대 초반에 당한 두 차례의 사고, 알콜중독 그에게 닥친 숱한 문제들은 그에게 '비운의 천재 화가'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동정받기를 싫어했으며 훌륭한 품성으로 동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예술가였습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1.24 ~ 1901.9.9] (이하 로트레크). 후기인상주의 화가인 그는 물랭루주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영향력 뿐만이 아니라 세기말 프랑스 파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면을 그려냈습니다. 오늘날 미술관에서는 그의 수많은 회화 작품들과 심혈을 기울여 그린 포스터와 판화들은 로트레크의 미술에의 열정과 능력의 산물입니다. 그는 치열한 습작의 일상을 살았으며 동시대 예술가들과 왕성한 교류를 하였으며 전대의 화가들을 존경하고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술계의 조류속에서 자신만의 표현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성취한 '로트레크'의 이야기는 그의 삶과 더불어 무수한 소문과 신화를 양산했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은 오히려 '로트레크'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에 관한 글을 쓴 미술비평가이자 미술사학자였던 '버나드 덴버'는 특유의 가벼운 어투와 편집기자로서의 초기 직업을 발휘하여 신화와 소문이 아닌 '인간 로트레크'의 실체를 접근하는 책을 썼습니다. '시공아트 시리즈 61번째 이야기'이기도 한 <툴르즈로트레크>(시공아트, 2014)는 편지와 평론, 일화, 회고록 등의 방대한 자료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로트레크가 헤쳐 나간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도전들을 조명했으며, '로트레크의 생애와 작품'에 영향을 끼친 관계를 비롯하여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까지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꼭 필요한가라는 논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답변을 야기하기에 결론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버나드 덴버'와 같은 이들의 글이 조명하는 '작가와 작품 세계'의 글들은 분명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안겨준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로트레크'와 같이 실체가 여러가지 소문과 신화로 씌워진 인물일 수록 '버나드 덴버'와 같은 이들의 글은 분명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툴루즈로트레크>의 특징을 언급하자면 방대한 자료가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한 사람의 삶을 오롯이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편지와 평론, 일화, 회고록 그리고 대표적인 그림들과 이들 그림이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수많은 습작, 배경인물들과의 관계, 삶의 정황)들에 기반을 두고 쓰여진 '로트레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19세기말 프랑스 파리를 거닐며 작품을 그린 '로트레크'가 눈앞에 있는듯한 착각을 느껴봅니다.

'툴루즈로트레크'라는 개인인물을 중심으로 쓰여진 책은 시공아트의 책 뿐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두권이 더 있다고 합니다. 다른 책들은 아직 보지 못해서 비교해서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시공아트 시리즈'에 주어지는 검증된 평가가 그러하듯 <툴루즈로트레크>라는 책 또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제공해주는 책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선정적이고 왜곡된 정보로 점철되어 본래의 빛이 바래진 몇몇 작가들 속에서 '로트레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점에서 '버나드 덴버'가 말하는 '로트레크'는 '신화'와 '소문'이 사라지는 순간 더욱 빛이 나는 인물일 것입니다. 단순히 가장 비싼 명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을 그린 작가가 아닌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유산'을 남긴 인물로서 '로트레크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나보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세탁부> 캔버스에 유채, 93x74.9cm 경매가 약 250억원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도 소개된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당시의 파리의 환락가 풍경화를 거칠고 역동적이게 묘사하는 것이 그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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