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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인 러브
로지 술탄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리뷰] 헬렌 켈러 인 러브(로지 술탄: 소담, 2013)
외면된 헬렌 켈러의 진정한 모습
"서른일곱 살, 귀머거리에 맹인이자 벙어린 내게 애인이 생겼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결혼할 수 없다. 선생님과 어머니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조건 나를 곁에 붙들어두려고만 한다."(8)
서른 일곱살 헬렌 켈러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헬렌 켈러 인 러브>(소담, 2013)의 이야기 시작은 마치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의 독백을 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불행과 행복 하지만 다시 불행과 절망으로 연결되어지는 위 문장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헬렌켈러의 이미지와 적잖은 충돌이 기다리고 있음을 예감해 봅니다.
<헬렌켈러 인 러브>는 '살아 있는 성녀' 혹은 '신체적 장애'에 관한 이야기에서 꼭 접하게 되는 '헬렌켈러'의 삶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눈과 귀거 먼 벙어리 소녀 헬렌 켈러의 어릴적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헬렌켈러'의 모습을 '한 여인'의 입장에서 서술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화자인 헬렌켈러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과의 이야기들을 통해 헬렌켈러를 둘러싼 '이미지'의 허구와 실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37살의 나이에 사랑에 빠진 헬렌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가족과의 사회 그리고 영혼의 동반자로 알려진 '애니'(설리번 선생님)와의 긴장과 갈등이 있어 '헬렌켈러'의 후반부의 이야기에 관한 색다른 면을 선사합니다.
"애니는 자기가 내 옆을 지키는 한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그녀가 모두 말해 줄 거라고, 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애니는 자신의 외로움 때문에 나를 옆에 두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우리 둘 모두 기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외톨이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나이가 더 들었다. 닳고 닳은 이야기 외에 새로운 이야기를 갖고 싶다."(62)
<헬렌켈러인 러브>의 가장 큰 줄기를 형성하는 '헬렌 켈러'와 '피터 페이건'의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지만 두 사람의 연애는 진짜였다고 합니다. 비록 두 사람 사이를 입증해줄 공식 기록은 없지만 두 사람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연인'으로 생각토록 하며 이 책은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쓰여진 책입니다.
어릴적 '헬렌'과 '설리번 선생'과의 만남 그리고 물 펌프를 앞에두고 나눈 세상과의 첫번째 소통인 'w-a-t-e-r'에 대한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억은 '헬렌 켈러'의 삶에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헬렌 켈러 인 러브>를 읽은 후 필자는 '헬렌 켈러'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헬렌 켈러'의 삶은 오늘도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는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들 가운데서 '영웅'을 갈구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원하는건 '영웅'의 모습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삶의 권리를 요구하지는 않을까요? 어쩌면 그들의 '영웅'적인 모습이야 말로 '우리들이 원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