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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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리뷰] 금서의 역사(베르너 풀트: 시공사, 2013)

인간의 두려움이 몰살시킨 금지된 책들의 역사

 

  <금서의 역사>는 우리에게 두가지 질문을 던지고 두가지 답을 생각하게 한다.

  "책을 금지한 자들은 무엇이 두려웠던 것인가? 그리고 또 금지된 책을 가지려 한 자들은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인가?"

 

  금서(禁書)란 출판이나 판대 또는 독서를 법적으로 금지한 책을 가리킵니다. 책이 금서목록에 들어가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고대 서양에서는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프로타고라스의 '제신에 관하여'와 황제 숭배 및 통치 저항이라는 이유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동양에서는 진시황이 통치체제를 위한 분서갱유 사건과 춘추시대에는 노자의 '도덕경'이 당시의 지배적인 유가 사상에 이단으로 여겨져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비단 외국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금서목록을 찾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빨치산의 역사를 썻다는 이유로 <태백산맥>이 금서가 되었으며 작가가 월북했다는 <백석 시집>이 한국 전쟁 이후 금서가 되었습니다 또한 1970년대 발간되자 마자 저자 김지하씨가 구속된 <오적>이라는 글은 오늘날에도 자주 회자되는 글 가운데 하나랍니다.

 

  몇년 전만 해도 금서였던 책들이 시대가 흐르면서 이젠 각종 면접 시험의 단골 소재가 되어 소개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베르터 풀트의 <금서의 역사>를 읽어봅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출신의 베르너풀트의 <금서의 역사>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금서서에 관한 최초의 보편사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금지'에 반한 '불온한'생각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자면 사회적 검열과 자기검열, 파괴된 도서관,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때로는 종교를 위해 때로는 다양성과 호기심이 갖고 있는 위험성에 의해 금지된 책들의 역사를 읽으면서 우리는 '금서'가 당대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금서의 역사는 단순히 억압의 사슬, 파괴된 작품과 살해된 작가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권력에 대항해 언어가 거둔 승리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5-6)

 

  베르너 풀트의 <금서의 역사>(시공사,2013)는 지금까지 국내에 발매된 금서의 역사관련 책들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폭 넓은 범위를 다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책은 지역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고 있으며 국가별로는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 아랍세계의 금서들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적으로는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폭넓은 범위를 다루면서 각 지역의 금서목록이 지정된 배경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알지못했던 '문화투쟁'과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길고긴 내용인듯 보여도 금서의 역사에 숨겨진 혹은 잊혀진 기억들을 읽노라면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됩니다. 금지된 원고라고 지정되어 서가에서 제외된 책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전세계 곳곳에서 읽혀지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때로는 권력과 지배계층에 대한 통쾌함마저 느껴집니다. 이는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통제를 통한 유지와 안정을 이루기 위한 통치체제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된 억압에 대한 반발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지만 지금도 '마르키 드 사드'의 책이 유해간행물로 판정되기도 했고(수정 및 재심의로 이 책은 현재 19금 소설로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군대에서 금서지정이 이뤄지는걸 보면 금서는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며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금서'관련 이야기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문화박해'에 대항하는 '문화투쟁'이라는 주제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화투쟁'이라는 주제가 오늘날 '금서'에 관한 이미지라고 할때 <금서의 역사> 또한 '문화투쟁사'라고 볼 수 있을만큼 지배계층과 권력자들에 대한 항거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저자의 자기 검열'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금서'이야기 등의 폭넓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굳이 '문화투쟁사'와 동의어로 보기보다는 '금서'의 주제로 바라보는 인류문화사라고 보는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한 금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존재는 물론 그들의 이념까지도 없애버릴 수 있다는 모든 시대의 박해자들의 확신이 틀렸음을 잘 보여준다."(5)

 

  책이 탄생한 이래로 고대부터 중세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는 금서를 지정하고 누군가는 그 책을 읽고 전달하는 역할을 도맡습니다. 그것은 지역에 상관없이 다양한 이유가운데 행해지며 앞으로도 일어날 일입니다. 인간의 열망을 간직한 독자와 금지에 대항하는 창작열의 작가들이 있는한 '금서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역사는 앞으로 '책'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확장되겠죠. 어쩌면 우리는 금서의 목록보다는 금지의 연장의 시도를 향한 '투쟁'을 더욱 주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한가지 잊지말아야할 사실은 지금 그것이 금지가 되어 폐쇄된듯 보여도 '금서의 역사'가 그것은 통제 및 금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우리의 미래에 놓여진 수많은 폐쇄된 금지목록은 계속 열려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닫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틈에서 계속 이야기를 꺼내오겠죠.

  기회가 된다면 서양인의 눈이 아닌 한국인의 눈으로 다루는 금서의 역사가 기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나 책이 나온다면 필자는 베르터 풀트의 <금서의 역사>와 함께 나란히 꽂아놓고 즐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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