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임익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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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류민해: 한권의 책,2013)

어느 불량 주부의 힐링 메시지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좋으면 같이 사는거 아닐까?"

 

  결혼 5년차가 되어 어느덧 둘째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딸 아이를 돌아보면서 결혼 전과 후를 비교해봅니다. 서로가 좋아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은 지금도 변치 않지만 불평 불만이 자주 쌓이는 '나'는 분명 결혼 전 '나'와 다른 사람인듯 싶습니다.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한권의 책: 2013)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주부가 쓴 생활 에세이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결혼 후의 '나'라는 존재가 '결혼 전의 '나'와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생각하면서 '현실의 틀 안에 갇혀버린 욕망'을 진솔하게 열거하면서 현재의 '나'의 성숙함으로 나아갑니다.

  얼핏 보기에는 결혼 후 주부의 푸념처럼 보이지만 글 내용을 읽다보면 유쾌하고 조금은 발칙한 철학이 녹아있는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나는 나 자신으로 살기로 했다. 살림도 못하고 요리는더 못 하고 엄마로서 부족한 것투성이고, 아내로서도 완벽하지 않지만 나는 불량한 주부, 위험한 여자가 되기로 했다. 몸매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여자, 책 읽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불시에 남편을 역습하기로 했다. 흥, 어디 두고 보라지!" (16)

 

  아내가 이 책을 가져왔을때만 해도 단순한 '힐링 에세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아 찾기' 및 '자아 확인'이라는 '소박한 꿈'을 책을 통해서 확인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책 속의 주인공이 아내와 그리고 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공감가는 책입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불량 주부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비록 '살림의 여왕'은 전공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유쾌한 '책 읽는 여자'인것만은 분명합니다. 책 읽는 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책을 통해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힘을 찾을 줄 아는 모습을 보면 '베테랑 주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육아와 글쓰기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어제와 다른 내가 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198)

 

  혹자는 이 책을 가리켜 '개똥철학'으로 칠한 '에세이'라고 평가절하할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이는 페미니즘 주의 혹은 체념의 발전적인 모델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책을 진지하게 읽다보면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상처 받는 현재의 삶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욕망의 해방과 해소로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욕망의 갈등과 폭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나는 초보 주부일 뿐이다. 이제는 나를 위해 게임을 즐기는 법을 알아가야겠다. <아웃라이어>를 보면 1만 시간은 지나야 달인이 된다는데, 주부의 달인이 되려면 아직 7년이나 남았다. 하하하. 여버, 얘들아, 미안!" (213)

 

  아내에게 있어 남편에게 있어 그리고 아이들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비춰질까요?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서있는 책 앞에서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잠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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