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리뷰] 독약(프랑수아즈사강: 소담, 2013)
독약과도 같은 세상에 부치는 사강의 이야기
"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한 나는 석 달 동안 불쾌한 통증의 포로로 지내야 했다. '857'(팔피움)라는 모르핀 대용약제를 매일 처방받을 정도였다. 석 달 뒤에는 약물중독 증세가 심해져 결국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입원 기간은 짧았지만 그때 일기를 썻고, 며칠 전 그 일기를 우연히 발견했다."
<슬프미여 안녕>, <한달 후, 일년 후>,<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으로 프랑스 문학계에 전무후무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강은 자유분방한 생활(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등)로 인한 스캔들과 50대의 나이에 서게된 법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남겨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 굴곡많은 삶을 살다간 프랑스 출신의 여류작가입니다.
사강에 대한 삶의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기록들을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으므로 생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파격적인 삶의 단면들은 여전히 흥미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지금도 종종 필자는 사강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들을 자주 찾아봅니다.
사강의 책 <독약>은 사강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강 자신의 글이라는 점에서 사강과의 깊이 있는 만남을 가능케 합니다. 이 책은 사강이 20대의 나이에 당한 교통사고와 치료에 따른 약물 처방에 의한 약물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생활을 기록한 일기를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 사강은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이 경험하는 고독, 고통, 중독, 욕망, 갈등, 우울 불안 등의 다양한 감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심장이 나를 때린다. 속이지 않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생각만 하면 시작된다. 유일한 해결책은 제대로 고통스러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 나는 나를 감시한다. 나는 다른 짐승을 감시하는 짐승이다." -p010
사강의 약물 중독 치료 기간 동안 쓰여진 일기이기에 이 책의 분위기는 대체로 치료에 따른 현상들(아픔과 불안감, 고독감)이 자주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부정적이거나 사강의 고통과 고독으로만 점철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치료 전에 경험하고 있던 고통과 고독이 가져오는 상처로부터 회복되는 흐름도 있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돌보고,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근육을 하나하나 키우고, 옷을 차려입고, 끝없이 나를 달래고, 나에게 선물을 하고, 거욱 속의 나에게 불안한 웃음을 지어 보여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p034
"내가 취하는 모든 태도가 도피가 되는 이 방에서, 혹은 피난처인 내 침대에서 지낸 이후로 처음 취한 '편안한' 자세" p078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사강이 4개월간의 치료를 마치고 떠나는 내용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녀는 이 치료기간을 두려움의 기간이라고 말하면서 두렵다는 것이 지겹다라고 말합니다. 이 치료기간은 분명 사강에게 있어 두려움의 기간이었지만 희망이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사강자신도 말하듯이 이 기간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얼마만큼 글쓰기를 좋아하고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지를 발견하듯이 우리 또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건 어떨가요?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써내려간 사강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