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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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곳과 사귀다(이지혜: 소담출판사, 2013)

공간이 말한다. 그리고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말한다.

 

  "이 책은 그러한 공간의 잠재성에 대해 조금씩 온기를 보태고자 하는 자의 사소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기록이다."  - 김경주(시인)

 

   시인들은 일반인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한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김경주 시인이 바라보는 <그곳과 사귀다>에 대한 평가가 바로 시인으로서의 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먼 거리를 떠나기보다는 집 밖으로 잠시 외출하는 것에서도 여행의 소소함을 찾습니다. 언제나 방문하는 장소들을 또 방문하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을 사랑합니다. 아이와 함께 길을 거닐며 방문했던 장소를 반복해서 가는 이유. <그곳과 사귀다>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곳에 있던 그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다.>

 

  저자 이지혜는 *에세이스트이자 기획자이며 계간 시 전문지 <에지>에 2012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일상의 공간이 간직한 이야기를 공간과 사람을 통해서 전하고 있습니다. 테이크 아웃 커피점을 시작으로 새벽 시장까지 평소에 무심히 지나친 혹은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가보지 못한 공간들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는 일상의 여행기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공간을 방문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상의 공간들은 식상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공간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다음날 자신도 모르게 일상의 공간을 향한 발걸음을 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공간과 그 공간을 방문한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들이 우리를 초대하기 때문입니다.

  <그곳과 사귀다>는 50여곳의 장소들을 방문하여 저자가 느끼는 공간에 대한 단상과 상념이 얽힌 이야기들과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미에 수록한 포토에세이입니다. 이야기들의 대상이 되는 공간이 일상의 공간이기에 친숙하면서도 너무나 친숙해져 그 의미를 지나치기 쉬운 공간들에 얽힌 이야기라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공간이 말한다. 그리고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말한다.> 

 

  매일 혹은 자주 방문하셔도 그 공간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잊고 지낼때가 많습니다. 무턱대고 길을 걸으며 반복되듯이 여러 공간들을 방문하는 동안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취하는 필자에게 있어 이 책은 왜 그 공간을 그렇게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방문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어준 책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자주 들르는 장소들은 어쩌면 아이에게 전하고픈 안정감과 삶의 메시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과 사귀다>는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마음'을 주고 받는 공간들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여러 감정들이 살아 있는 혹은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3부에서는 다시 방문하게되는 공간들이, 4부에서는 어제와 오늘을 다르게 만드는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소소한 공간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라도 서로 다르게 다가오는 공간의 느낌과 그 느낌을 전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통해 이 책은 단순하고 지루해질 수 도 있는 방문기가 아닌 특별한 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말하는 공간들과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에서 나를 만나고 그리고 그와 그녀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 에세이스트(an essayist): 수필가를 말합니다. 국내에는 동일한 명칭으로 격월간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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