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리뷰] 하느님의 보트(에쿠니 가오리: 소담출판사, 2012)
사랑, 기다림과 성장 그리고 여자
엄마와 나의 인생은, 엄마 말을 빌리자면 ‘아빠를 만날 때까지 이리저리로 구르는 돌 같은’ 인생이다. -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요미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 3대 여류작가로 불리워지는 <하느님의 보트>입니다. 에쿠니 가오리 작품 중에서 최고의 걸작이라로 평가받는 소설에 대한 소개글을 빌리자면 <하느님의 보트>는 한여름 불볕 같은 사랑을 하고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와, 그런 엄마 곁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엄마와 딸 두 시점에서 이야기 된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 여류작가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그녀의 문장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있습니다. (단아하다. 청아하다. 부드럽다. 수려한 느낌을 준다 등)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문장을 수정하는 고집스러운 면과 담담한듯 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글은 이미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죠.
<하느님의 보트>는 에쿠니 가오리의 말을 빌리자면 소소하고 조용조용한 이야기지만 '광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쓴 소설 중 '가장 위험한 소설'입니다. 한여름 불볕같은 사랑을 하고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인 요코는 오직 그리움으로 삶을 채색해나가고 그리움은 독자로 하여금 애절하고 때로는 아픈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이 책은 엄마인 요코의 시점을 생각해볼때 연애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구성하는 또 다른 중요한 시점이 있기 때문에 연애소설이 아닌 성장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하느님의 보트>에서 요코를 이야기 하면서 요코의 딸아이 '소우코'의 시점을 자주 사용하는데 요코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라나는 '소우코'의 시선은 '요코'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고 바라보는데 보다 깊이 있는 관점을 제공해 줍니다. 이 작품은 에쿠니 가오리의 폭넓은 작품 영역 활동 가운데서도 분명 독특한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는 요코와 소우코 두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장한 소우코이기이에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이 엄마인 요코와 매우 닮아 있지만 점차 성장해 나가면서 엄마의 망상과 광기어린 기다림과 집착 그리고 환상을 구분해내고 점차 자신의 생활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따라나가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요코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세계로 나아가는 소우코의 변화와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서 떠나간 남자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요코. 둘의 이야기가 성장과 기다림이라는 두개의 축이 한권의 책에서 경험되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한 그리움의 흔적을 만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