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거미 클럽 동서 미스터리 북스 92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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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흑거미 클럽(아이작 아시모프: 동서문화사, 2003)

안락의자 탐정 역사에 새로운 획을 더하다.

 

  "자네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너무 많이 읽었어.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가장 수상쩍은 사람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네." - 사실을 말한다면 中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아이작 아시모프'는 SF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의 작품 <로봇>은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고 실제로 그가 <로봇>에서 제시한 *로봇 3원칙(로봇 공학의 삼원칙)은 로봇의 작동원리로서 소개되어 있기도 합니다.(이후 많은 SF작가들 그 중에서도 로봇을 소재로 할 경우 그의 로봇 작동원리가 반영된다.)

 

  그는 SF작가입니다. 작가 자신도 SF는 가장 애착이 가고 관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SF가 관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SF가 그의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분명 그는 SF작가이지만 동시에 '미스터리'에 대한 흥미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시켜 왔으며 SF작품의 전개 내용 가운데 여러번 반영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미스터리 작품 활동'에 대해 독자들은 SF와 연결되어 있기에 그 작품들 또한 SF작품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SF작가이다."는 필자의 제한적인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된 작품은 <흑거미 클럽>입니다. 변호사, 암호 전문가, 작가, 화학자, 화가, 수학자 그리고 이들이 매달 한번씩 만찬회를 갖는 식당의 급사로 이뤄진 여섯명의 모임인 '흑거미 클럽'(정식 멤버는 급사를 제외한 6명이지만 멤버가운데 누구도 급사가 정식멤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급사 자신을 제외하곤)은 매달 한번씩 돌아가면서 호스트를 하는 특별 모임입니다. 이들은 호스트가 초청한 초대손님이 가져온 혹은 직면한 문제를 각자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판단하여 문제를 '**안락의자 탐정'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흑거미 클럽의 여덞번째 멤버는 바로 독자 자신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은 '안락의자 탐정'스타일의 작품입니다. 흑거미 클럽의 멤버들은 비록 전문 탐정가는 아니지만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사건을 듣고 생각하면서 저마다의 의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합니다. 사건 해결 방법은 멤버 각자의 생각이 사건의 전체 가운데 부분을 밝혀내고 정식 멤버외의 추가 멤버인 급사 헨리가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안락의자 탐정'스타일의 작품은 독자들과 동일한 조건 혹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문제를 접하고 해결해 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실제로 독자는 급사 헨리 처럼 멤버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사건의 진상을 도출할 수도 있으며 여섯 멤버와 같이 사건의 부분적인 진상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흑거미 클럽>은 12편의 짧은 에피소드가 호스트가 초대한 손님들의 이야기(다섯번째 이야기인 일요일 아침 일찍에는 초대 손님이 따로 없다.)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들 열두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살인사건과 도난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범죄의 소재는 다양하고 이 작품 또한 다양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흑거미 클럽>의 열두편의 에피소드와 호스트의 명단입니다.

 

1. 회심의 미소(A Acquisitive Chuckle)

호스트: 특허 변호사 제프리 애벌론
2. 가짜 Ph(Ph as in Phony)

호스트: 암호 전문가 토머스 트램블

3. 사실을 말한다면(Truth to Tell)

호스트: 화가 마리오 곤잘로
4. 가거라, 작은 책이여!(Go, Little Book!)

호스트: 작가 임마누엘 루빈

5. 일요일 아침 일찍(Early Sunday Morning)

호스트: 수학자 로저 홀스테드

6. 뚜렷한 요소(The Obvious Factor)

호스트: 암호전문가 토머스 트램블
7. 가리키는 손가락(The Poinging Finger)

호스트: 특허변호사 제프리 애벌론

8. 어느 나라 대표?(Miss What?)

호스트: 화가 마리오 곤잘로

9. 브로드웨이의 자장가(The Lullaby of Broadway)

호스트: 작가인 임마누엘 루빈

10. 양키 두들, 거리로 가다(Yankee Doodle Went to Town)

호스트: 특허변호사 제프리 애벌론

11. 이상한 생략(The Curious Omission)

호스트: 수학자 로저 홀스테드이고

12. 사각(死角)(Out of Sight)

호스트: 암호전문가 토머스 트램블

   

  책의 말머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다방면에 걸친 흥미와 작가의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SF작가로서의 '아이작 아시모프'가 있다면 이 책에서는 '미스터리'작가로서의 '아이작 아시모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의 다양한 방면에서 축적된 정보와 사고는 이 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며 독자로 하여금 두뇌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의 또 다른 면들은 때로는 불편함을 줍니다. 하지만 '미스터리'라는 장르에서 만나는 '아이작 아시모프'는 불편함 보다는 즐거움과 경탄이 느껴집니다.

 

  <흑거미 클럽>에서 만나는 즐거운 두뇌 유희의 시간을 통해 가을의 '지적인 유희의 밤'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가요? 분명 새로운 느낌 새로운 만남의 시간이 되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흑거미 클럽의 모임' 장소로의 초대장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책 속에서 우리들에게 보내어지고 있습니다.

 

* 로봇공학의 삼원칙(Three Laws of Robotics)

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된다.

2.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만 하며, 단 이러한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는 예외로 한다.

3.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하며, 단 그러한 보호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이 중 첫번째 법칙은 1941년작 단편 Lair!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3원칙은 1942년작 단편 Rumaround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이후 아시모프는 <로봇과 제국>에서 0번째 법칙을 추가하는데 세 법칙은 0번째 법칙을 위배할 수 없다.

0.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하거나,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 안락의자 탐정

사건 현장에 나가지 않고 오로지 주변인이 가져온 사건의 개요와 내용 그리고 사건에 관한 기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일의 탐정. '아서 코난 도일'의 저서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명칭으로 독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문제를 해결하기에 추리 문학에서 비중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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