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궁녀>(신명호: 시공사, 2012)

야사와 정사사이 허구에 묻힌 우리들

 

  '야사'란 민간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란 말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의 단어를 가리켜 우리는 '정사'라고 부릅니다. '정사'는 정확한 사실의 역사 또는 그런 기록을 말합니다. 한국의 정사는 대부분 정통적인 역사체계에 의하여 서술된 역사에 의존합니다. 신뢰면에서 우리는 '야사' 보다는 '정사'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자신이 쓰고싶은 글을 쓰는 '야사'는 '정사'와는 다른 흥미와 재미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사'에 없는 다른면을 다루거나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독특한 이야기들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에 있어 '야사'는 '정사'못지 않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습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많은 작품들이 태어났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안방에서 혹은 서점에서 '역사 속 사건'과 '역사 속 인물'을 소재로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대중과 작가의 관심은 보다 색다르고 독특한 '흥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왕과 왕비 혹은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한 '정사'에서 각색이 용이하고 부담이 덜하면서도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가 가득한 '야사'로 관심이 자연스럽게 옮겨집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대중의 관심이 '정사'에서 '야사'로 옮겨가면서 '왜곡'을 경험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상당부분의 이야기가 '허구'와 '각색'을 걸쳐 태어났고 사람들은 '정사'와 '야사', '허구'와 '실제'를 혼란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역사 인식은 사회발전에 때로는 걸림돌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잘못된 역사관과 역사 이해를 심어줍니다.

  잘못된 역사 이해를 바로잡고 대중의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필요한 요즘 <궁녀>(신병호: 시공사, 2012)는 우리에게 야사와 정사 사이에서 얻어지는 '실제'와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잘못된 역사 이해만큼 무서운 건 없다. 왜곡은 갈등과 대립을 유발시킨다.> 

 

궁궐에 핀 비밀의 꽃-궁녀

 

  비밀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폐쇄적이고 남성중심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궁궐에 여성인 '궁녀'를 두고 비밀의 꽃이라는 말로 독자들의 상상력과 흥미를 유발시킵니다. 

  저자 신명호는 조선시대 왕실사를 전공한 후 주로 왕과 왕실에서 소외되었던 계층과 인물들과 역사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책을 써왔습니다. 문헌 자료를 통한 과거의 다양한 소외계층과 사건을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의 결과물인 <궁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궁녀의 다른 면을 많이 알려줍니다. 저자의 글이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과 많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역사 왜곡과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은 '궁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 <궁녀>를 통해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궁녀>는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역사의 파편에서 찾아내는 궁녀의 진실: '궁녀'에 관한 상식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자 그동안 우리가 왜 '궁녀'를 잘못 알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바른 이해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장

  2장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그녀들: 조선시대 6명의 궁녀를 통해 궁녀의 특징과 굴곡의 삶을 이야기 하는 장

  3장 어떤 이들이 궁녀가 되었을까? '문헌 자료'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 이야기로 보는 '궁녀'의 선출 기준과 방식 이야기

  4장 궁녀들은 어떤 체제로 움직였을까? '궁녀'를 조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기능, 역할, 상관관계를 통해 일상을 살펴 보는 장

  5장 궁녀의 일과 삶: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궁녀를 직업으로 구분하여 의식주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영역을 다루는 장

  6장 궁녀의 성과 사랑: 정사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궁녀들의 '性'관련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남성중심의 궁궐에서 살아가는 '궁녀'들의 여인의 삶을 조명하는 장

 

  '궁녀' 이야기는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잘못 채색되거나 그려진 궁녀 이미지를 바로 잡아 바른 '궁녀'의 이미지를 갖도록 도와줍니다. 바른 '궁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책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도 그리고 개방적이지도 않으면서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대표하는 궁궐을 지탱해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자의와 타의 가운데 이뤄나가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어렵고 역사 기술이 사실상 남성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궁녀'는 지나치게 평가 절하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미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역사를 '흥미'와 '재미'로 보는 것은 역사에 관한 관심을 높이는데 도움은 될지 몰라도 역사를 거울로 삼아 오늘의 삶을 미래로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바른 역사관은 우리에게 올바른 미래로 가는 길을 가르쳐 줍니다. '궁녀'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들은 '남성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비주류가 아닌 주류로서 당당히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고 살아간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속의 궁녀들의 이야기는 침묵의 항변이 아닌 '살아 있는 고백'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한 다양한 실증적 연구 자료를 정리한 책들이 있습니다.

  '궁녀'들에 관한 <궁녀>(신명호: 시공사, 2012)와 함께 아이들에게는 <조선 시대 궁녀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박영규, 주니어김영사, 2010)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눈높이의 책이 좋은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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