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 - 슈퍼마켓 점원이 된 신부님과 어쭈구리들의 달콤 쌉쌀한 인생 블루스
사이먼 파크 지음, 전행선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변두리 사람의 공간

 

  우연한 사건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한편의 삶의 이야기. 슈퍼마켓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을 방문하는 이민자. 노동자, 실업자와 대학생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특별하다기 보다는 우리의 삶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전직 성공회 신부 출신인 사이먼 파크가 들려주는 일상의 이야기에는 부당하거나 부조리한 삶의 이야기와 해학이 있습니다. 슈퍼마켓의 점원이 되어버린 신부님과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슈퍼마켓에 모여드는 어쭈구리들이 들려주는 독자의 적나라한 인생 이야기를 지금부터 살펴 봅니다.

<영수증은 없지만 그 속에서 건져낸건 우리의 삶이라는 상품이다.>

 

어쭈구리들이 부르는 블루스

 

  오픈 사전에 따르면 어쭈구리란 '어쭈 제법인데'에서 온말이라고 합니다. 에세이 치고는 분량이 많고 소재 또한 영국 사람들이라 어색했지만 제목처럼  읽다보면 독특한 매력이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서울: 이덴슬리벨, 2011)의 저자 사이먼 파크는 영국 성공회 소속으로 20년간 신부활동을 하다 3년간 슈퍼마켓  점원이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3년간 점원 활동을 하면서 기록한 일상 이야기들이 편집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습니다. 31개의 에피소드와 394쪽에 이르는 분량은 시종일관 웃음과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록 영국이라는 문화적 장벽과 사회적 환경이 편견을 제공할지는 모르지만 읽는 동안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불러주는 블루스를 듣다보면 시간이 가는줄 모릅니다.

 

"간이 쑥대밭이 됐어."

그가 후회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개리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시더라도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가게에 출근한다는 점이다.

 

내 이야기? 네 이야기일 수 도 있다.

 

    다양한 물건을 파는 슈퍼마켓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은 독자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그리고 독자의 이웃 혹은 지인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이야기가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일상이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이야기는 평범한듯 하면서도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필력에 의해서 생명을 갖춘 인간군상들이 되어 책 속에서 춤을 춥니다. 다양한 물품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모여져서 만들어진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에서 재기발랄한 묘사를 넘어서 삶의 통찰을 경험해 봅니다. 과연 내 삶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슈퍼마켓에서 노동자란 그저 양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영진만이 오직 머리가 달린 인간이다.

우리가 그곳에 모인 이유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경영진의 명령을 듣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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