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죽었다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수단의 딩카족 여자의 몸으로 지상에 내려왔다가 내전에 휘말려 죽어버린 신. 비하의 끝에서 사람들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나누던 신이 죽어버린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신이 없는 세상은 신이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생각되어진 것들의 붕괴가 나타납니다. 신의 부재와 인간의 본질의 만남과 단절이 가져오는 충격적인 모습은 절망에 이은 또 다른 세상의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새로 시작된 그곳에는 신이 없습니다.

 

오늘날 세상의 붕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

 

  도발적인 책 제목을 가지고 있는 <신이 죽었다>(서울: 소담출판사,2011)에 대해서 종교적인 논쟁은 사실상 무의미 함을 먼저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것은 발칙하고 괘씸한 소위 말하는 신에 대한 모독이자 신에 대한 몰이해라고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을 향한 이야기입니다.

  책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신의 존재와 속성에 시시비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작품은 신이 창조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신에 얽매이거나 신을 섬기는 이들에게는 무거운 주제일지 몰라도 작품 속 신의 부재는 작가의 상상력을 제약에서 풀어내는 계기가 됩니다. 작가적 상상력으로 풀어 만들어 놓은 세상 사람들의 여러 면들은 기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절망, 공포, 슬픔을 비롯하여 자살과 살인 그리고 전쟁으로 이야기 되는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작품 속 세상에는 더이상 기댈 곳이 사라져버린 신의 부재가 자리하는 세계이고 우리의 세상은 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차이일 것입니다.

  작가 론 커리의 처녀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재치와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인면을 염두하고 읽으면 좋은 책인듯 싶습니다. 신학을 하는 제가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작가의 메시지는 오히려 신의 부재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을 묘사하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무신론자라고 밝힌 그가 이렇듯 신을 미화시킬리는 없겠지만 말이죠.

 

보다 나은 세상 만들기?

 

 책의 제목만 놓고 본다면 니체의 실존주의적인 명제를 떠올리게 되지만 옮긴이의 말로는 그렇지 않습니다.(물론 역자로서 저자와의 인터뷰 결과에 다른 것임) 어쩌면 이 책의 저자는 현실을 통해 진정한 영적인 것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도 문득 해보게 되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부재 속에서 오는 현실의 슬픔은 도리어 신의 존재를 바라는 마음과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아이들을 숭배하고 신의 대체물을 찾기 급급한 사람들의 모습은 작가의 영적인 목마름이 아닐까요? 작품 속 인간들의 경험하는 혼돈 속에서 독자가될 당신은 무엇을 발견할지 모르겠습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상을 파괴해버린 그리고 비틀어버린 작가의 글이 세상을 변화시킬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어려운 주제들을 가볍게 하여 작품을 본다면 작가의 재치와 기발함이 돋보이는 발상의 전환을 이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서도 작품에서 다루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내면들과 신에 의존하는 냐약함을 생각한다면 역시 이 작품은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신론자였다가 신을 믿기로 한 아내에게 이 책은 어떻게 비춰질까요? 영적인 갈망을 느끼며 언제나 그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물을 찾고 있는 내게 있어서 이 책은 깊은 공감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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