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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 작가 최초 페미나상 수상작
프랑스의 5대 문학상으로 알려진 페미나상 수상작품 <백불>(소담, 2011)은 작가가 자신의 외조부를 모델로 집필한 소설입니다. 러일전쟁과 태평양전쟁 그리고 고도경제성장기를 살아온 주인공 미노루의 70년이라는 일새을 통해 작가는 외조부의 '모든 사람은 태어난 순간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인간의 본질, 즉 삶과 죽음 그리고 역사앞에서 부끄러웠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잘못을 바로 잡고자 만든 백불을 통해 부조리와 잘못을 고백합니다.
자신이 살던 오오노지마 섬 사람들의 묘를 모두 파헤쳐 만들어진 골불의 모습과 '백불'과 하나가 되는 미노루의 회귀는 확고한 영원의 존재를 부각하며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에서 얻게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고찰한 삶의 성찰이 엿보입니다. 프랑스 5대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피메나상을 일본 작가 최초로 수상한 작품 <백불>을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존재에서 기억으로 이어지는 미노루의 삶을 이끌어준 백불과의 만남>
백불: 뼈로 만든 불상(골불)의 탄생
<백불>(소담, 2011)의 주인공 에구치 미노루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살아온 오오노지마 섬에서 마지막 생의 불꽃이 꺼지기까지 얼마남지 않은 생의 시계가 과거로 돌아가 삶을 다시 재생시킵니다. 어릴적 살았던 오오노지마 섬에서 겪은 러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의 패배, 그리고 고도경제 성장, 어릴적 강물에 빠져 죽은 형의 죽음과 첫사랑 오토와의 죽음, 시베리아 벌판에서 사살한 청년 병사의 이야기를 비롯해 작품 속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대면하는 미노루의 삶을 강렬하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는 절제된 의식 가운데 죽음을 아로 새깁니다. 친 형의 죽음을 대면한 가운데 만난 강물에 빠져 죽은 한 소녀의 시체를 두고 경험한 흰 부처의 환영은 작품의 제목이자 죽음과 삶의 의미와 고통과 슬픔을 위로한 버팀목이 되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미노루의 삶의 성찰의 답이기도 합니다.
이별로 부터 자유로울수 없음을 깨달은 미노루는 자신이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과 미래를 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괴로움과 기쁨을 초월한 원초적인 행복을 그립니다. 섬에 묻힌 유골을 모아 불상을 만드는 골불의 작업은 다음 생에서의 만남의 다짐이자, 자손들과 조상과의 소통이자 과거와 하나되는 미래를 상징합니다. 골불이라는 독특한 불상을 통해 동양의 죽음에 대한 이해와 영원의 상징성은 전후 일본이 경험하고 이어나간 잃어버린 기억을 연결하는 아픔의 다리를 작가와 함께 건너면서 철포장이 에구치 미노루의 삶의 성찰을 돌아봅니다.
미노루의 죄의식과 삶의 성찰
철포장이라는 직업은 약간 생소하지만 오늘날 총기 수리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보면 좋을듯 싶습니다. 어릴적부터 만져온 총기를 고치면서 직간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죽음을 일조한 미노루는 전쟁과 죽음 그리고 그 가운데서 자신이 행한 살인의 무게를 죄의식 가운데 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생각 끝에 만들어진 백불은 죄의식에 대한 속죄의식이자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픈 의지의 전달 방법입니다.
삶과 죽음, 기억과 윤회의 사상, 전쟁과 죄의식을 비롯하여 과거 현재 미래로의 연결을 시도하는 작품의 전개에서 동양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엿봅니다. 그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지는 독자들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의 삶에서 전해지는 의미들을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 비록 종교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그리고 사상이 다른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더라도 작품은 독자들에게 죽음 앞에 선 생의 마지막 불꽃이 만들어 놓은 불상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삶의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