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문명의 계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지성이 가득한 유인원의 강렬한 눈빛이 발걸음을 사로잡는 영화<혹성탈출>. SF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아시다시피 영화<혹성탈출>은 <콰이 강의 다리>(1952)의 작가 '피에르 불'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문명의 창조자 인간의 종말의 끝에서 시작된 유인원 진화의 시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달리 작품 <혹성탈출>은 광대한 우주와 시간을 배경으로 인류의 위상이 철저히 파괴되고 지배에서 피지배계층으로 전락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배경으로한 공상과학 소설입니다.
  반전, 모험, 풍자, 해학이라는 책의 설명처럼 작품은 시종일관 인류와 유인원의 뒤바뀐 상황 속에서 인류에 대한 경고와 오만함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계승자이자 지배자는 언제나 인간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있어 <혹성탈출>은 불편한 SF작품일 것입니다. 그것은 자동차와 비행기를 몰고 골프를 치며 주식을 즐기는 유인원들 인간을 애완동물처럼 끌고 다니며 모든 진화의 최종적 승리자로 유인원을 이야기 하는 모습이야 말로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SF고전 명작의국내 최초의 발간 인류의 오만에 관한 조롱은 모독일까? 경고일까?>

우물 밖에서 바라본 우물안 인간들

  <혹성탈출>의 작품성은 이미 8편이라는 작품의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감독들과 연출가들은 혹성탈출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오만함을 꺽어버리는 강렬한 세계관과 반전과 해학과 풍자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들이 매료된 요소들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작품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이 남긴 우주의 메시지를 해독하는 도입부와 에필로그의 진과 필리스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품 내용은 혹성을 탈출한 '윌리스 메루'의 일기입니다. 1부는 '윌리스 메루'가 항성간 여행을 떠나게 된 배경과 일행과 함께 도착한 행성에서 만난 인류와 유인원의 역전된 세계관과의 조우를 담고 있습니다. 2부는 과거의 문명의 지배자였던 인류의 대표격인 '윌리스 메루'와 진화의 발전을 거듭하는 새로운 문명의 지배자인 '유인원들'과의 운명적 교류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3부는 인류의 희망을 안고 혹성을 탈출하게 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윌리스 메루'의 관점과 의지를 통해 인류가 경험하는 역전된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새로운 주인을 보여줍니다. 유인원의 오만함과 문명의 이기주의 그리고 잔혹함과 욕심, 지적인 호기심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들은 인류의 또 다른 모습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정점의 자리에서 끌어 내려진 인간의 모습에 모습과 유인원의 오만한 모습에 대한 묘사는 인류에 대한 모독일까요? 아니면 경고일까요? 그것은 독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중심의 고정관념의 파괴의 여파

  종의 기원과 신화의 탄생에 깊은 관심을 가진 시대적 배경을 안고 태어난 <혹성탈출>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것은 인간 중심의 고정관념이 가지고 있는 인류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연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 인간과 나머지 피조물과의 관계에서 종의 정점에 서있는 인간은 언제나 지배자의 위치에 서있었고 그것은 상생과 공존이라기 보다는 지배와 정복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관계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문명의 중심은 언제나 인간 중심의 고정관념이 쉽게 받아들여져 왔기에 디스토피아 장르의 문학의 갖는 파괴의 여파는 언제나 정신적 문화적 충격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디스토피아 문학은 정신과 문화적 충격을 통한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고정관념에 대한 수정을 가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혹성탈출>은 분명 창조론과 인본주의 사고에 따른 만물의 지배자라는 개념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작가의 발칙한 상상과 사상이 결합된 단순한 문제작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없는 부분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SF의 고전 명작으로 이미 많은 매니아들을 확보하고 있던 <혹성탈출>이 지금에라도 원전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피에르 불'의 <혹성탈출>은 분명 오늘날 오만함의 극을 달리고 있는 지배계급을 향한 경고와 피지배계층에게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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