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으로 개작된 <비탈진 음지> 벽하나 건너편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르는 고시 바로 도시라고 했던가요? 한 세대 건너뛰었을 뿐인데 예전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라는 푸념아닌 푸념을 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 탄생한 장편 <비탈진 음지>가 가져다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길을 걸으며 패스트푸드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음식을 즐겨 찾는이들이있는가 하면 길하나 건너편에서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용역과 몸싸움을 벌이며 연신 눈물 짓는 상인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서울. 도시의 빈민 또한 서울의 시민이자 우리의 삶의 모습이거늘 상처와 아픔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외면되어진채 오늘도 반복되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시대 외면해선 안될 우리의 또 다른 모습 <비탈진음지>는 1973년 처음 발표되어진 책입니다. 발표 당시에는 중편으로 나왔으나 2011년에 장편으로 개작되었습니다. <비탈진음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삶의 터전을 등지고 '무작정 상경'을 감행한 '무작정 상경 1세대'입니다. 오늘날 국민 소득 2만불 시대의 이면에는 88만원 세대가 있고 그보다 더 적은 최저 생계비 시대가 존재하듯이 <비탈진 음지>의 작품은 60년대 도시 빈민들의 모습을담고 있습니다. '굶주리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하지만 사회적 무관심과 외면의 시선 또한 함께합니다. 외면해선 안되는 이유를 찾으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면해야 하는 이유를 찾으라면 그것은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고 싶은말도 많고 나누고 싶은 말도 많기에 중편이 장편이 된것은 당연하다.> 도시 빈민의 증가와 아픔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도시의 급격한 팽창은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야기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도시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탄생하고 성장하면서 복잡해질 수록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무작정 상경1세대'로 불리우는 칼갈이 '복천 영감의 삶과 식모살이 아가씨 떡장수 아줌마와 복권파는 소녀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도시의 화려한 이면에 눌리워진 사회 빈민의 삶이자 도시의 사회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국민의 소득은 계속 증가하지만 추락하는 사람들의 비참함과 슬픔 또한 계속 증가하는 현실의 모습은 우리 부모들의 세대, 우리의 이웃의 현재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지 한세대 지나갈 뿐이지만 기억하는 사람들도 없고 공감하는 사람도 없어지는 현대사회에 <비탈진 음지>는 어떠한 의미를 갖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시대의 아픔이 계속되는 현실의 답답함, 외면해온 그들의 아픔, 삶의 터전의 위태로움 속에서도 생을 이어가는 모습은 도시의 야박함과 난폭함 그리고 잔혹함을 비추는 도구일까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나누고 싶은 말도 많기에 중편이 장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양심과 도덕을 일깨우기 부활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 탄생하여 우리 곁에 돌아온 <비탈진 음지>가 말하는 그것은 시대의 아픔이 요구하는 목소리이자 호소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가난한 것은 죄가 아닌데도 가난한 사람은 그리도 모진 설움과 학대를 벌로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옛날 자신이 그러했고, 지금 그 아가씨가 또 당하고 있었다. 자신이 당했던 아픔도 아픔이었지만, 그때의 나이가 아가씨와 비슷했고 더욱이 당한 일이 흡사해서 더 분하고 기가 막히는 것이었다. 본문 247 시대의 아픔과 애통함이 계속되는 한 <비탈진 음지>와 <황토>와 같은 책은 계속해서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