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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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 망각의 저편에 있던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다. 

  [황토]는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의 뿌리를 담은 책입니다. 이념의 논쟁의 시작과 길등 그리고 충돌이 만들어 내는 비극,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세대를 바라보면서 아픔과 답답함을 느낍니다. 세대를 연결해주던 기억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황토]의 '점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시대의 자화상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망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근현대사의 아픔>

  [황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외세와 이념에 짓밟힌 한국의 자화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품속 인물들은 일제시대 말기 부당한 처우와 압도적인 폭력에 숨막히는 한 맺힌 가슴앓이를 하였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채 해방이라는 뜻 밖의 사건을 맞이하고 이후 냉전의 시대의 두 주인공인 미국과 소련*중국을 배경으로한 한국과 북한의 갈등이 폭발한 6.25를 겪는 과정까지를 숨가쁘게 달립니다. 빠른 시대 진행시간 속에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어떻해서든지 살아남아 세 자식을 키워나간 굴곡진 여인의삶이 [황토]의 중심에 있습니다. 비극적인 역사 속 주인공 '점례'의 삶은 한국의 근현대사의 뿌리 깊은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에 작품은 단순히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가 아닌 시대의 자화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기억의 고리를 연결하는 숙제를 안겨주다. 

  "나라 잃은 서러움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 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시대에 두 부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전쟁을 겪지 못했던 사람들과 전쟁을 겪은 사람들 나라를 잃어버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이들 두 세대의 연결고리가 되어야할 기억이 사라져버리면서 두 세대는 서로 단절되어 버렸습니다. [황토]에는 이들 두 세대의 연결고리가 되어야할 기억이 있습니다.

  주인공 "점례"의 굴곡진 인생과 근현대사의 아픔 그리고 시대의 흔적이자 상처인 세 자식과 열매 맺지 못한 죽어버린 아기의 모습에서 시대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바라봅니다. 상처를 가슴에 안고서 살아가는 어머니의 인생을 통해 작가는 사회의 내부적인 모순의 근본 뿌리와 책임져야할 이들의 잘못된 자세를 통렬히 비판하며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과연 작가의 생각처럼 그 아픔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가라는 생각을 남겨봅니다. 누군가는 말해야하고 누군가는 들어야 하지만 말하는 입과 보여주는 글로부터 벗어나버린 현대인들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책속의 한줄

왜 조선 사람들이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징용이며 징병을 끌려가야 하는 것인지 점례는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답은 간단하고, 자명했다. 나라 없는 백성이라서. 나라 없는 백성……. 그럼 어째서 나라가 없어지게 되었는가……. 힘이 약해서 빼앗긴 것이라고 했다. 그럼 왜 힘이 약해진 것인가. 나라를 다스린 임금이며 양반들은 무엇을 어찌 했길래 나라를 뺏길 정도로 힘이 약한 나라가 되게 했다는 것인가. 그 답을 알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속시원히 그 내막을 알고 싶었지만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치 보아가며 아버지에게 어렵게 물었지만, 이 애비가 무식한 데다가 저 머나먼 한양에서 높으신 대감 양반들께서 하신 일이니 그 깊은 속을 어찌 알겠냐. 또, 그런 것 시시콜콜이 알려고 해서 신상에 좋을 것 하나도 없느니라. 그 켯속 다 알아낸다고 해서 나라 찾아지는 것도 아니니 다 팔자소관이거니 하고 그냥 살아라. 그게 신간 편한 일이다, 아버지는 쓸쓸하게 웃었다.   <안보이는 흠> 82-83쪽

여러분, 해방이 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해방은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새 나라를 새롭게, 강건하게 세워야 할 책임이 주어져 있습니다. 왜정 시대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선이었듯이 이제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새로 세울 새 나라이고, 새 나라의 주인입니다. 그러니 새 나라를 바로 세우고 강하게 세우려면 바로 주인인 여러분들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짧은 사랑, 긴 정> 158쪽

큰 아들이 5년이나 직장생활을 하며 한 번도 생활비를 내놓은 적이 없으면서도 결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 어이없도록 당황스러웠고, 어머니가 평생 혼자벌이로 집안을 꾸려왔고 앞으로도 두 동생의 뒷바라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인생 헛살아온 것 같은 허탈감을 이겨내기가 어려웟다. 그러나 그녀는 큰 아들을 샤옥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식들은 모두 부모에게 무한정 바라기 마련이고, 그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부모의 잘못일 것이었다. <인생, 그 굽이굽이>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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