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영화 속 한장면 혹은 멋진 풍경화나 그림을 묘사한다 하여도 이보다 아름다운 문장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국>>의 시작은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담고 여러 독자들을 눈의 나라로 안내하고 있다. 단순히 지명을 설명하는 글일 뿐이지만 독자는 현실의 세계에서 작품의 세계 가운데 빠져들게 되며 이 작품의 전체적인 아름다움과 감성을 대표하는 도입부를 만나게 된다.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동양적 미를 글로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비록 작가 자신은 어릴적 고독과 슬픔 가운데서 허무주의와 죽음에 대한 동경에 빠져 있었지만 그의 끝없는 갈증은 <<설국>>에서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탄생시켰으며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일본이라는 나라에 방문하고픈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만일 글의 문체만으로 아름다움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겨울을 배경으로한 <<설국>>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설국>>은 1년에 한차례씩 도쿄에서 눈의 고장 '설국'에 방문하는 '시마무라'와 그곳 온천장에서 게이샤로 살아가는 '고마코' 그리고 기차에서 신비함과 순진함을 가지고 '시마무라'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요코'라고 불리우는 두 여인과의 이야기이다. 도쿄로부터 낯설고도 한적한 온천장에 방문하는 '시마무라'의 이야기는 두 여인의 사랑과 연민, 질투와 애달픔을 허무함의 관점에서 담담히 그러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렇기에 작가는 글 속에서 두 여인의 특징과 배경이 되는 겨울의 감성을 아름답게 조화하여 기다림과 고독 그리고 연민과 사랑을 균형가운데서 절묘하게 독자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기승전결에 놓여져 있다기 보다는 만남-헤어짐-기다림-만남-헤어짐-기다림-만남 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반복되는 만남은 소설의 배경처럼 한결 같지만 하얀 눈내림이 쌓여가는 것처럼 <<설국>>가운데서 인물들의 감성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깊어지게 된다. 기실 '시마무라'와 '고마코' 그리고 '요코' 세사람의 관계는 우리나라의 정서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으며 눈덮인 배경의 '설국'의 이미지 또한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덤덤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적 순수한 마음으로 새벽 공기 가운데 창을 열고 온 세상이 하얀 배경으로 뒤덮여 논과 밭을 비롯하여 뒷산 정상까지 하얗게 도배된 세상을 보던 독자로서는 설국의 배경 묘사에 무한한 빠져듬을 느낄 수 있으며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수성 넘치는 대사와 동작 하나하나의 설명은 메마른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는 포근함이 자리하다. 우리 모두는 어찌 보면 '허무주의'가운데서 살아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감수성이 메말라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사랑을 이야기 하며 슬픔을 느끼며 웃음을 가지기도 하지만 '순수'함으로부터 격리되어져 버리는 세상 가운데서 우리의 감수성은 날이 갈수록 박탈당하고 버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설국>>의 작품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관계를 특정 감정으로 하나로 정리하고 묶으려고는 시도하기 어렵다. 그만큼 <<설국>>은 일본만의 관계의 이해와 정서가 반영되어져 있으며 '허무주의'조차도 다가서게 만드는 다양한 감정들이 작품 속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외로움과 고독의 무게를 알면서도 기다리는 여인인 '고마코'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매년 만나는 '시마무라'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며 '허무주의자'로 대변되는 '시마무라'가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요코'의 모습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간결하면서도 담담한 문체와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인간의 고독한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이들 세사람을 통해서 작가가 이야기 할때 독자는 현실을 몽환적인 세계로 담고 잇는 <<설국>> 이야기 속 공간에 빠져있을 것이다. 새하얀 눈으로 덮인 마을에에서 이야기 되는 <<설국>>은 순수한 사랑과 애정, 고독 그리고 죽음을 담아 독자들에게 일본 문학의 극상의 맛을 선사한다. 비록 작품 속 배경이 되는 나라와 배경에 대한 직접적인 목격이 없더라도 <<설국>>은 독자들에게 풍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어릴적 고독과 슬픔과 허무주의에 빠져 죽음을 곁에 두고 있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마음과 인연과 운명 그리고 자연을 담아냈던 작품을 통해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겨울 이야기 <<설국>>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