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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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베 코보'가 선사하는 실존에 대한 문제작품 <<모래의 여자>>는 작가 '아베 코보'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영화, 연극 등으로도 만들어 졌다. 어느날 갑자기 행방불명된 남자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진다고 볼때 그들이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행방불명이다. 하지만 행방불명인 이 남자는 분명 세상 가운데서는 사라졌지만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을 뿐 어딘가에 존재한다. 단지 우리는 그 행방불명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뿐이다. 죽던가 살던가 그 존재를 확인 하지 못할뿐이다. <<모래의 여자>>작품의 주인공 또한 그러하다. 그는 분명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존재하고 있다. 그 공간이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모래 구덩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이다.

<<모래의 여자>>를 직설적으로 과하게 표현하자면 독한 냄새가 풍겨나는 작품이다. 작품은 여기저기 문제 투성이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독하디 독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모래'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노동을 통해 생을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투쟁하는 삶을 바라본다. 한편 끝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래' 절벽이 되어 세상과 주인공을 단절시키는 '모래'는 결코 이길 수 없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구덩이 밖에서 지켜보는 촌락의 사람들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모습들을 연상시키며 작품 가운데서 등장한다. 작품은 '모래'와 '사람'이라는 두가지 소재만으로도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보여주고 있다. '곤충 채집'을 위해 방문한 주인공은 '인력 채집'을 하는 사람들에게 속아 '구덩이'속에서 세상 사람들의 인식에서 지워지게 된다. 운명의 장난 속에서 나타난 치명적 결과는 끝없이 시작되는 노동이다. 악몽의 시작은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으며 무한으로 반복되어져서 삶의 모든 것을 부정하게 만든다. 생과 자유로의 갈망을 간구하던 주인공이 구덩이 속에서 삽질을 하며 변화되어가는 모습은 목적을 위한 수단의 정당성 마저도 상실된다. 독자는 <<모래의 여자>>를 통해서 악몽과 투쟁의 두가지 관점을 설정할 수 있다. 만일 독자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시지프스 이야기를 안다면 <<모래의 여자>>를 읽다가 '시지프스'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모래의 여자>>에는 대비되는 두 가지의 조건들이 눈에 띈다. 구덩이 속 남자와 여자, 채집하려다 채집 당한 주인공, 모래의 부드러움과 난폭함, 탈출하려는 의지와 순응 하려는 의지, 죽음과 삶 등 작품 속에는 '그로테스크'로 가는 수많은 장치들이 내장되어 있다. 이 작품을 읽고 기이한 플롯과 운명에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동을 일으킬만한 독자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은 모래를 통해 독자에게 강제적으로 하나를 말한다. 그것은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자세에 대한 가르침이다. <<모래의 여자>>작품 속 모래 구덩이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이면이다. 그렇기에 작품은 지독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현실에 대하여 작가는 지독하리만치 정확하게 모순을 지적한다. 만일 작품 속 주인공을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주인공이야말로 바로 현실 도피를 하고 있는 독자라는 사실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시도되는 주인공의 탈출 의지는 어느덧 순종하는 여성의 삶을 닮아간다. 탈출의 희망은 어느덧 바뀌어서 생존에 대한 것으로 바뀌게 되고 아무것도 없는 그 공간에서도 생명은 잉태된다. 사고의 전환과 생각함을 통해서 존재를 증명하던 남성은 어느덧 자신의 성과물로 세상 밖으로가 아닌 세상 안에서 존재여부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주인공의 이러한 변화를 '그로테스크'한 강렬한 상황 가운데 묘사하는 작가 '아베 코보'의 작품 <<모래의 여자>>는 결코 제목처럼 부드럽거나 아름답지 못하다. 그럼에도 그 어떠한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보다 매력적이며 모순 투성이인 독자의 세계와 존재가치를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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