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부터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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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최초의 실존주의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실존주의'의 '실존'에 대하여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실존주의'는 과거 '생의 철학'이나 '현상학'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인류의 보편적 정신을 거부하고 개인적 정신체로서의 각성을 이야기 한다. 그렇기에 인류에 대하여서도 우리가 아닌 '나'와 '너'로 해석되어지며 '나'라는 '개인'과 '너'라는 '다수'와 대립하는 가운데서 개인의 존재와 의미를 부각하여 이야기 한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이러한 '실존주의'에 입각한 소설형식을 구사하며 이는 작품 이전의 주류인 합리주의와 실증주의의 작품들과는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급진적이며 파괴적인 형식을 냉정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세상 속에 속하기 보다는 세상을 상대로 싸우는 '광인'이자 '소심한 남성'의 '기록'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대한 글로서 실존주의에 대하여 잠시 언급하였다. 그 경계가 매우 애매한 주체성논란과 합리적이고 이성을 중시하는 세대에 반기를 든 작가의 작품으로서 이 작품은 시대적 관점에서 바라볼때 문제적이며 때로는 가치없음으로 매도 될 소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작품 속 주인공의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과 그 방법을 현대인들이 시간이 흘러갈 수록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사고 체계 아래에서 법칙과 원칙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인공은 우리의 또 다른 병폐적 모습을 담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병적인 주인공의 입담과 생각에서 그들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과 사회를 대립시키고 격리시킨다. 여기서 독자는 사회에 속한자로서 격리된 주인공의 합리화의 망상글을 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세상을 격리시킨 영웅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어느쪽이 되던 작품 속 주인공의 정신 상태는 일반인의 생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리고 찬성받지 못할 정도로 급진적이며 리얼하다. 주인공이 지하로 가게된 배경을 잠시 살펴 볼수 있고 또한 지하세계에서 외치는 불만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독자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그'가 만들어내는 사건들과 복수 그리고 태도와 생각들을 보며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작품의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되면서 반대로 수천마디로도 요약이 안될정도로 기괴하다. 주인공을 이해하기보다 작품에 나오는 '리자'라는 여성이 보여주는 주인공을 향한 동정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즉 그녀인 '리자'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화자'의 모순투성이의 생각들이 바로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자신의 존재를 위해서 글을 쓴다. 사회로부터 부정되고 사람들로부터 부정되어 지워져버리지 않기 위해서 화자는 세상을 부정하고 사람들을 경멸하며 복수하기를 꿈꾸고 소심하나마 복수에 성공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화자'의 인식 즉 '세상'과 '이념'이라는 두 세계를 하나로 묶거나 동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독자는 '화자'의 글을 통해서 급진적이고 독특한 글을 접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글을 통해서 나타나는 화자의 세상을 향한 분노를 보면서 글을 통해서 존재 여부에 대한 안도감을 볼 수 있다. 즉 화자의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서 우리는 화자의 성향과 작가의 위험하면서도 파격적인 새로운 인물상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시대가 흘러갈수록 이성이 자리 잡을수록 세상은 좀더 치밀하고 완벽한 흐름을 가지기를 소망하며 나아간다. 화자는 이러한 보편적인 세상가운데서 바라볼 때 이물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물질이야말로 모순이며 자기 합리화를 일으키는 가운데서 논리를 논리로 메꾸려는 행동을 보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세계에서 소속되지 못하며 방황하는 이들이 사회적 문제로 나타날 수록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그들'의 수기가 되어서 우리들 가운데 읽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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