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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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는 세계사 전반에 걸쳐서 회의적 시대라고도 말한다. 양차대전의 충격적 종결(원폭투하)은 그 위력만큼이나 사람들의 가슴에 새로운 공포와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한편 냉전체제로 대변되는 두 사회체제의 충돌과 긴장모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이상 과거의 평화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체념을 안겨준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회의감이 인류문명에 영향을 주는 가운데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그 제목만큼이나 지독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문화충격'을 선사하였다. 굳이 '파리대왕'이라는 호칭을 책의 제목에 붙였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작품을 읽고 나면 제목에 대해서 한번쯤 더 생각하고 수긍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대왕>>은 '윌리엄 골딩'이 말하는 세계에 대한 도전이자 실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의 사회가 무질서 가운데서 변화되는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작가의 실험은 5살~15살에 이르는 소년들의 무인도에서 삶 가운데서 이뤄진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어른없는 순수하고 순진한 아이들만의 집단은 가혹한 환경과 무질서 가운데 자신들이 배운 그리고 직접 체득해나가는 생활 가운데서 새로운 사회환경에 적응하여 본래의 모습이 변화되어간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다시 질서로 이동하는 모습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자면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질서'와 '도덕'과 '책임'을 강조하는 지도자 '랠프'와 함께 생활하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쾌락'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사냥꾼 리더 '잭'을 중심으로 뭉쳐나간다. '문화'와 '야만', '질서'와 '혼돈'등이 혼재하며 아이들 뿐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문화붕괴의 현장에서 독자는 작가가 보여주는 처절한 상황등을 볼 수 있다. 작품에 대해서 생각할때 중심되는 그룹과 주인공들을 나눠서 바라본다면 독자는 좀더 면밀한 작품 속 실험을 살펴볼 수가 있을 것이다.

<<파리대왕>>은 문화붕괴에 따른 야만적 모습을 아이들이 모여있는 사회속에서 주도면밀하게 펼쳐내고 있다. 각각의 대립되는 인물들의 갈등은 폭력과 힐난 그리고 '죽음'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들의 작은 공동체는 기실 독자들이 살고 있는 사회전체에 대한 축소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윌리엄 골딩'은 '파리대왕'과 '사이먼'과의 대화에서처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본래의 주인은 '짐승'이라고 불리우는 것만이 존재해왔음을 말한다. 이러한 가혹한 환경이야 말로 작가의 실험적 모델이 되기 알맞은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혹한 환경과 당면해오는 시련은 연약한 문화에 창을 찔러넣고 절명시키는 구실을 하게 되고 그 피안에서는 새로운 '혼돈'과 '야만'이 탄생하게 된다. 독자들은 작품을 읽어내려감에 따라 전형적인 소년들의 표류기 모험담에서 하나의 사회가 무너지고 새롭게 재탄생되는 모습을 바라보게 전율하게 되는 것이다.

'윌리엄 골딩'에게 상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많은 영예를 안겨준 <<파리대왕>>은 1954년에 출판되어져 1992년 개작되어 영화로도 개봉되었으며 공포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에게 안겨준 또 다른 공포로서 독자들의 이성에 강한 충격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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