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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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에 출생한 '도리스 레싱'은 다양한 장르의 형식을 하나의 글로 만들어 묶는 독특한 형태의 글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그녀는 어릴적 불우한 환경을 딛고 작가의 길을 걸었으며 독학으로 공부하였지만 여성 작가만의 섬세한 터치와 부드러움 그리고 빼어난 인물 감정 묘사등을 바탕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그녀의 작품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보이나 기실 작가 자신은 자신의 작품과 시대를 비교하지 말것을 요청한다. 이는 어느 시대나 정신을 반영할 경우 작품이 작가가 의도한 바와는 다른 오해와 해석을 불러일으킬것을 우려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섯째 아이>>는 이상적 가정을 꿈꾸던 가족의 구성원들이 한 아이로 인하여서 붕괴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하여 '전통적 가족관'과 '이상적 가족 가치관'의 몰락을 보여준다. <<다섯째 아이>>에 등장하는 가정은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한편으로는 독특한 가정을 등장 시킨다. 작가가 등장시키는 가정이 특이한 점은 이 가정이 매우 이상적인 가족들의 꿈이라는 점이다.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기를 원하였고 이를 위해 건전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런 두 사람의 노력의 결실은 안정적이고 평안한 가정의 완성이었다. 부모와 자식의 화목은 두 사람의 가정이 가지고 있는 행복한 댓가이다. 그런 그들의 삶에 파국이 찾아 오는것은 '다섯째 아이'인 '벤'의 출생과 시작되었다. 다른 아이들 보다 크고 태어난 아이를 향해 간호사들이 말하였듯이 '벤'은 세상과 싸우는 존재로서 등장한다. 임신과 출생의 과정에서 보여준 '벤'의 범상치 않은 모습은 성장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벤'은 먼저 태어난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별종으로서 '해리엇'이 꿈꿔온 가정을 위한 '가족'과는 어울리지 못한다. 그런 '벤'을 자신이 꿈꿔인 가정에 집어 넣기 위한 '해리엇'의 교육은 계속되는 마찰과 크고작은 충돌로 나타난다. '벤'에 대한 '해리엇'의 돌봄은 누가 보아도 좋은 교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이 가지고 있는 파괴본능과 불안전한 자아, 감정의 폭발, 그리고 낮은 지능이라는 '벤'의 특징을 고치지는 못한다. '이상적이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가족'은 '벤'이라는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로 말미암아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붕괴되어 간다.

<<다섯째 아이>>는 작가 '도리스 레싱'이 보여주는 음울한 가정의 미래를 보여준다. 가정에 의한 것이지만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상적 가정의 형태가 작은 사소한 변수에 의해서 충분히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독자는 '해리엇'의 '벤'에 대한 헌신과 노력을 보고 바뀌지 않는 현실의 모습에 절망하는 가운데서 펼쳐지는 독백의 에필로그를 볼때 무슨 생각을 하게될까? 일상의 변화와 갈등과 충돌을 담담하면서도 정확히 묘사하는 '레싱'의 문체는 책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고 또한 쉽게 만들어 주는 요소이다. 독학으로 공부하며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는 아프리카의 작가들 처럼 '레싱'의 작품 또한 어느 한쪽의 요소에 치우치는 작품이 아닌 다양한 기법과 형식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레싱'의 작품은 풍성하며 독자로 하여금 섣부른 가정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레싱'의 작가 인터뷰등에서 언급하는 어떠한 해석을 붙이거나 할 경우 함부로 연결짓지 말것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생각을 뒷받힘해준다.
'해리엇'의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의 또 다른 엔딩인 '벤'의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자신들의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 내보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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