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40
리브카 갈첸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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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새롭고 흥미로운 실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이라는 독특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다양한 과학적 요소들이 활용된 실험정신이 담긴 심리 소설입니다. 미국의 신예 작가 가운데 유망주인 '리브카 갈첸'은 소설 속 주인공 레오 리브갈첸의 불안정한 심리를 기상학과 연관하여 묘사합니다. 기상학은 주인공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작가의 새롭고 흥이로운 실험은 분명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심리소설이 많이 등장하는 가운데 '리브카 갈첸'만의 독특한 가정환경과 실험정신은 그녀가 왜 '미국문단을 이끌 40세 이하 대표적 신인작가 20인'인지를 보여줍니다. 

  고도의 심리적 상황에 직면한 독자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어느날  자신의 집에 등장한 낯선 여인은 자신의 아내와 똑같이 생겼지만 주인공의 직감은 그녀가 아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이 아내가 아니라는 심증이 강해질 수록 그는 자신의 아내가 어디로 갔는지를 생각할 수록 주인공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불안정한 심리상태인 주인공의 선택은 진짜 아내를 찾자입니다. 정신과 의사였던 주인공 레오가 진짜 아내인 '레마'를 찾아 가는 여정을 통해 독자는 일련의 현상과 비밀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서고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주인공 '레오'가 겪는 심리적 상황을 '카그라스 증후군'이라고 말합니다. '카그라스 증후군'은 자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사람, 동물 심지어는 사물이 가짜로 바뀌었다고 믿는 증상입니다. '카그라스 증후군'환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주변에서 인지되는 모든 정보를 끌어 모아 자신을 속인 것을 증명하는 증거로 활용합니다. '레오'의 아파트에 들어선 여인이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고 말하고 작은 행동 하나 그리고 대상의 외형상 모습에서조차도 그것이 자신이 알던 진짜 아내 '레마'가 아님을 증명하는데 사용합니다.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현상들>의 제목에서 현상과 관계된 것을 마음으로 바꿔보면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듯 싶습니다. 즉 '마음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픔 마음들'이라는 제목으로 바꿔서 책을 본다면 화자인 주인공 '레오'의 심리적 불안과 묘사가 매우 치밀한 그리고 고도의 심리적인 혼란 유발을 일으키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은 화자가 생각하는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이 끊임없이 재구성되면서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였던 주인공은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의 실종을 끌어와 자신의 아내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단초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진짜 '레마'와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 '하비'를 찾던 중 '하비'의 망상이라고 생각했던 왕립 기상학회 비밀요원을 확인하는 모습들은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믿을 수 있는 사실들과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더욱 혼미하게 만듭니다. 
  '카그라스 증후군'이라고는 말하지만 이는 동시에 정신과 의사였던 주인공 '레오'의 상태를 이해하는 하나의 사실일뿐 진실의 열쇠를 찾아가는과정은 정말 바뀐게 아닐까 혹은 착각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독자를 안내하는 화자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와는 달리 작품속 기상학 이론은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을 정확히 대변해주고 있는 믿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주인공의 마음과 심리적 갈등을 이끌어 주는 기상학 이론들과 논문은 주인공의 발걸음을 미지의 낯선 곳으로 인도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소재의 연결에서 기상학은 작가의 정신의학, 정신분석학과 더불어 작품 속 주인공과 독자를 안내하는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연예 그 미묘한 심리와 '카그라스 증후군'

  주인공 레오가 빠져버린 혼란 스러움 가운데서 독자는 '레마'를 향한 강한 집착을 볼 수 있습니다. 진짜 '레마'를 향한 마음이 과연 허상에서 비롯된건지 아니면 진짜에서 나타난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독자 모두가 각각의 판단아래에서 내려야할 결정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이렇게 표현하게 되었는지를 말하기에는 주인공의 마음의 시발점을 찾아가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과 불신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약화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카그라스 증후군'에 빠진 주인공이 나타났다면 '레마'의 고향을 향한 여정과 진짜 레마를 만나기 위한 여정의 끝인 '무의식'의 땅 파타고니아로의 여정은 아내에 대한 집착과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예의 복잡한 그리고 미묘한 심리상황에 대한 묘사가 돋보이는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 줍니다. 
  진짜 아내를 만났는지 혹은 만나지 못했는지를 풀어 내지 않는 것은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서 남겨놓습니다. 한가지 밝힐 수 있는 것은  책 속의 모든 내용을 어느 하나의 이론과 사고로 해석하기 보다는 화자와 함께 녹아들어 내면의 복잡함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기회로 삼을때 책의 진정한 즐거움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이상의 단서를 둘 이하로 만들고 제한 시키는 작업가운데 발견할 수 있었던 왜곡된 현상과 이해 그리고 해석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가장 높이 사지만 독자들은 또 다른 평가를 내리시리라 생각합니다. 현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훗날의 고전으로 평가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책을 만난다는 것은 독자로서 언제나 즐겁고 기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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