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3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정보라 옮김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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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나뉘어진 소련 출신의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공산주의 체제의 초기와 중기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그는 공산주의 체제 안에서 성장하며 체제가 가르키는 방향의 끝에 무엇이 있는가를 질문하며 그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지켜보며 그들을 묘사한다. '유토피아'로 알려진 그곳은 모든이들의 이상향이지만 그 뜻이 의미하는대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다. 체제와 계급이 존재하며 자본주의의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지배체제가 자리 잡는 가운데 민중이 원하는 '유토피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주의가 산업혁명 가운데 생겨난 병폐와 기존의 지배계급에 절망의 흐름을 끝내고 개인이 아닌 집단을 강조하며 외치는 선동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부름이었다. 공산주의의 대표 지도자였던 '스탈린'은 민중들을 선동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것을 이야기 한다.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격변하는 공산주의의 혁명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며 시대의 관찰자이자 체험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느낀바를 <<구덩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과연 '유토피아'란 존재하는가? 그리고 '집단'이 가진 본질은 무엇인가? 두 가지의 질문을 생각하며 공산주의의 모순과 체제에 대한 비판 그리고 집단주의에 경종을 울린 이 작품이 서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출판된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작가의 의지는 비록 살아 생전 꽃을 피우지 못하였지만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사회를 고발하며 역사의 거울이 되어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시 돌아봄을 알려주는 <<구덩이>>를 통해서 오늘 우리의 삶과 사회의 특징을 한번쯤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구덩이>>에 등장하는 구덩이란 '토공사' 즉 구조물을 시공함에 있어서 기초나 지하실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지반면까지의 공간을 굴착, 완료한 뒤에 지반면까지 다시 메우는 작업을 가리키는
공사의 용어이다. 즉 '토공사'는 어떠한 구조물을 시공하기전에 기초적으로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유토피아'로 제시되는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로 대변되는 구조물을 완성하기 위해 작품 속
인물들은 끝나지 않는 공기를 완성하기 위해 '불합리'하고 '모순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기에 '집단화'를 만들어 낸다. 만들어진 '집단'은 개개인이 수많은 시간을 노력해야할 일들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하지만 이 '집단' 속 '개인'들은 '집단'을 위해 '개인'의 속성과 권리를 포기하며 '집단'가운데서 등장하는 또 다른 개인들의 지배자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핍박'받는다. 한때 우리나라의 산업혁명을 이끌어낸 운동들도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토목공사들도 '집단'을 위한 또 다른 '구덩이'를 파고 있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구덩이>>는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집단 속 개인'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사람들은 절대적 권력 혹은 악과 선으로서 이야기 되는 것이 아닌 상호간의 교류 속에서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장은 직설적이며, 대화가 많으며,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보여준다. 비극을 향해서 나아가는 가운데서도 <<구덩이>>는 유령기차가 되어 전진한다. 사람이 중심되어 '유토피아'로 전진하고 있더라면 <<구덩이>>의 후반부는 그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상태로 그저 쪼개어진 '집단'이 되어 '집단 아닌 집단'으로서 비극적 최후를 향해 전진한다. 이러한 작품의 특징은 체제에 대한 고발의 역할과 알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 그리고 인간들의 내면과 삶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

<<구덩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소탈한 모습과 이기적인 모습 그리고 체제의 모습은 이념과 이상을 넘어 오늘날 현실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습과도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모두를 하나로 묶어서 움직이는 '집단화'가 지향하는 것은 '유토피아'이다. 그러나 그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야 말로 '유토피아'의 주인이며 그들이 살아가는 그곳이 바로 '유토피아'임을 우리는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구덩이>>를 통해 인간을 전체의 일부로 전락 시키는 '집단화'를 보며 어리석은 사회에 대한 풍자를 마음껏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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