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4
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박이문·박희원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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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작품을 외면하는 경우는 드물기는 하지만 없는 경우는 아니다. 명작이란 때로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와 더불어 각인되기도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논란 가운데 머무는 경우도 있다. 로브그리예의 작품 <<질투>>는 누보로망(신소설)이라는 명칭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첫 출판 당시에 746부라는 판매부수를 올렸지만 판매부수가 작품성을 평가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독특하면서도 세밀한 묘사방식은 1950년대의 상황과는 맞지 않았으리라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시점 묘사는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질투>>라는 작품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비록 작품 속 주인공이 어떠한 마음과 사고를 보이는지 알 수 없다 하여도 우리는 그의 시선과 전개에 따라 하나의 감정을 읽어내고 그 감정의 불편함에 빠져 함께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의 깊이를 보기 위해 세밀하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눈이란 드러난 것에 대한 모든것을 읽어낼 수 없으며 때로는 속기도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질투>>를 읽어보아도 작품 속에서 기승전결을 구분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는 특별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무언가도 보이지 않는다. 아내인 A와 이웃인 프랑크가 담소하는 가운데 함께 시내가고 그리고 하루밤 자고온다. 한줄 요약이 될정도로 간단한 작품의 내용이 가지고 있는 힘은 줄거리에 있지 않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제목처럼 감정을 읽어낸다면 이 작품이 얼마나 인간적이며 강렬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만약 당신이 눈앞에 있는 그 무언가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대상이 표현하는 약간의 제스처에도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된 시간처럼 보이는 공간 속에서 조차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다면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질투'라는 감정은 남을 부러워 하거나 또는 그것이 고양된 격렬한 증오나 적의라고 말한다. 이는 사랑의 한 형태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책의 어느 부분에서도 '관찰자'의 감정이 묘사되거나 서술되어 있지는 않다. 그 많은 감정들은 어디있을까?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 감정을 직접 묘사하거나 서술하지 않고도 그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사방으로 뻗어가는 직선과 그림자의 묘사 멈춰진 것들을 숨막힐 정도로 묘사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 공간의 묘사는 분명 쓸데 없어 보이면서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볼 수록 불안정을 더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 1인칭 카메라 시점으로 그것도 8mm 비디오로 관찰하는 작품을 인상 깊게 보았다면 이 작품 또한 인상 깊게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작가가 친절하게 모든것을 설명하며 기승전결을 통한 시나리오와 줄거리에 익숙하다면 <<질투>>는 그저 내용도 사건도 없는 평범한 아니 그 이하의 작품일것이다. '누보로망' 기존의 소설의 방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전개 방식이자 도전적인 <<질투>>의 가치는 한 남자의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극렬한 감정과 과도한 집착, 그리고 '질투'라는 감정을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의심의 시선이 끊임없이 A를 꿰뚫고 그녀의 주변을 훑고 지나간다. 말한마디 한마디 심지어는 몸동작과 주변의 배경까지도 그 강렬한 시선이 멈추는 곳에는 감정의 비틀림과 혼돈이 자리잡고 기하학적 지표들을 무너뜨리며 독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전달한다.
이 감정이야말로 로브그리예가 최고였다고 말하는 이유이자 <<질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독자가 읽고 있는 <<질투>>의 세계는 바로 본문에 등장하지 않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 속 이야기이다. 평범한 듯이 보이는 모든 내용 조차도 격렬한 감정이 담겨져 있으며 감정을 통해서 바라본다면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몰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 속 세계의 구축을 바라보며 작품의 매력을 찾고 이야기할때 과도한 해석과 이해는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말하지 않고는 견딜수 없을 정도로 로브그리예의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그 스타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하게 만들기도 하고 난해하고 무감각 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정된 공간 속에 독자를 묶어버리고 멈춰진듯한 착각을 유발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 인간의 감정을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버린 <<질투>>를 통하여 전통기법을 거부하고 신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로의 여정을 떠나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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