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글.사진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_이동진

  영화는 음악을 남기고 음악은 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글이 때로는 사진보다 더 깊은 실감을 선사해준다. 길에서 만난 풍경을 글로 적어 사진보다 더욱 뚜렷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책.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경험한 풍경 속에 함께 머물러 있는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며 영화 속 주제곡들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는 이동진의 여행의 그림자를 담은 잔상과 이명의 기록이다.

  한편의 영화를 보고 영화 속 풍경과 음악에 사로 잡혀 무작정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를 읽고 깊은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발걸음을 뗄 수 없다. 그리고 그 안타까움을 당연하듯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저자의 글이 가슴 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풍경을 향해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만난 다채로운 풍경에는 영화와 음악 그리고 저자가 함께 녹아들어가 있다. 저자의 여행을 눈으로 좇다보면 저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독자의 시선이 머물고 독자는 곧 저자가 된다. 영화 속 풍경을 현실에서 만났을때 그곳은 현실의 공간이 아닌 영화 속 풍경으로 바뀌는 신비함이 작품 속 곳곳에 나타난다. 책의 제목처럼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는 독자로 하여금 어렴풋이 꿈을 꾸게 하는 신비함이 녹아들어 있다.

<맘마미아 영화 속 풍경에 살아있는 장면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정적과 시간의 멈춤>

  저자와 함께 하는 여행의 시간은 긴 시간이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는 공간과 시간을 넘어 도착하는 장소들은 정지된 화면처럼 독자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다가온 여행 속 풍경을 앞에 두고 독자는 어떠한 느낌을 가질까? 짙은 그리움과 애절함, 허무와 감동, 잔잔하면서도 느린 그러나 분명 뚜렷한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만난다는 건 자주 있는 경험은 아니다.

  한권의 책을 보고 글에 동화되어 작품에 등장하는 영화들을 검색하고 여행사진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 담겨진 영화음악을 틀고 천천히 시간을 잊고 작품을 읽자 현실의 고단함이 씻겨나가고 아픔이 치유되는 것이 느껴진다. 저자처럼 영화 속 풍경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내게 무리일지도 모른다. 저자와 나는 결국 다른 곳에 서 있고 다른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저자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영화에서 만나는 비틀즈의 음악의 감동은 현실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다시 책을 읽고 다시 책을 덮기를 반복하면서 현실 속 나와 저자의 사이에 한권의 책을 통해서 연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어렴풋한 느낌에 기대어 다시 책을 덮어 놓고 음악을 재생한다. 그리고 그 음악에 취해 저자 이동진과 함께 영화 속 풍경을 거닌다.

  풍경을 함께 걸으며 느껴지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잡히지 않는 느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의 몽환적이고 신기루와 같은 풍경 속에 서있는 느낌을 주는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는 영화의 테마를 따라 떠나는 여행기사를 넘어서서 영화 속 풍경에 독자가 자리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도 좋은 작품은 그 가치와 색을 결코 잃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다시 와 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