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녹턴_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 가즈오 이시구로 김남주 옮김

독일에서 오랜 시간 공부하고 돌아오신 교수님께 물어보았다. “독일은 어떤 곳인가요?” 교수님이 대답하셨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다.” 독일 유학을 생각하며 공부하는 나에게 있어서 외국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보았다. 언어, 생활, 사상, 역사 그리고 음악과 문학 등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자리하고 있는 공통된 분모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최근 음악과 문학에 문외한이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존경하는 분들의 권유로 문학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다닌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모르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아내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낯설고 생소한 음악일지라도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감동이 듣는이의 감정을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역사, 철학, 종교 서적 등에 빠져 지내는 나에게 문학이 난해하고 어렵고 때로는 이해가 힘든 장르이지만 그 안에서 숨쉬는건 삶에 관한 이야기라는 공통된 분모가 자리한다. 삶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나 다르면서도 비슷한 내용들로 다양한 장르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며 다니는 보람이 있어서일까? 녹턴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것은 단조로운 듯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선율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작품에는 오선지와 음계가 그려져 있지는 않지만 책을 읽을 때 머리 속에서 단조롭지만 부드러운 선율을 따라가던 음악의 느낌이 떠오른다. 때로는 한없이 낮아지기도 하면서 때로는 압축되면서 무언가 폭발할 듯 혹은 올라갈 듯 하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은 일정한 속도를 벗어나지 않고 진행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를 바탕으로 나는 기승전결이라는 문학 형태로 『녹턴』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 『녹턴』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독특성은 음악이라는 소제를 통해 인생이라는 주제를 절묘하고 조화시키는데 있다고 본다. 마치 도돌이표가 잔뜩 들어간 음악 악보처럼 작품을 읽는 동안 되돌아가기도 하고 전진하기도 하지만 작품 속 이야기들을 천천히 읽다보면 『녹턴』은 친절하게도 독자의 감정을 적절히 자극하여 준다. 『녹턴』을 읽을 때 독자는 책을 읽고 어떠한 것도 남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서 머리 아파할 필요도 그렇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녹턴』은 음악이 그러하듯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하고 그리고 감정을 자극 시킨다.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하는 이들의 사랑과 그들과 함께 하는 세월은 작품의 전체적인 구도와 흐름을 만들지만 하나하나의 주제를 파악하면서 읽기 보다는 가을 혹은 겨울날 따뜻한 햇살아래서 천천히 하루하루 읽어 나가면 좋을 듯 싶다. 어제의 장이 오늘의 장이되고 내일의 장이 다시 어제의 장이 되고 어제의 장은 다시 내일의 장과 연결된다. 단조로움 속에서 작가와 독자는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세월 그리고 변치 않는 음악을 함께 들으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대가 바로 『녹턴』의 매력일 것이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면서 지나가는 세월을 바라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녹턴』은 자극적이고 단호할 정도로 명확한 주제를 전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녹턴』의 밋밋함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얼마든지 찾아 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음악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누구보다 치밀한 작가의 배려가 곳곳에 녹아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동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런 책은 정말 드물지 않나 싶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녹턴의 매력들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울 듯 싶다. 아직 책을 읽지 않거나 구독을 망설히고 잇는 이들에게 그리고 가즈오 이시구로를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며 인생을 노래하고픈 독자들에게 『녹턴』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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