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모던클래식] 남아 있는 나날

남아 있는 나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 당신은 그 집과 함께 남았군요. 일괄 거래에 낀 한 품목으로서.”

나는 집사라는 직분을 좋아한다. 집사의 품위, 전문성, 연륜, 긍지 나에게 있어서 집사란 영국의 어느 대 저택에서 주인을 위해 헌신하며 가문의 역사와 전통을 반영하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 『남아있는 나날』은 더욱 의미있는 작품이였다. 좋아 하는 직업이 작품 속 주인공의 직업이 기에 무엇보다도 집사라는 직분의 화려한 모습과 그 이면들을 보여주는 가운데 생각할 내용들을 전해주는 잔잔한 감동들이 나로 하여금 『남아있는 나날』을 내려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집사는 주인의 스케줄과 저택의 모든 흐름을 관장하는 역할까지도 겸임한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집사는 저택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가며 집사의 연륜에는 곧 저택의 역사와 품격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주인공 스티븐슨은 오랜 세월 달링턴 홀에서 달링턴 가를 섬기며 홀을 관리한 위대한 집사이다. 많은 집사들 가운데서 그가 위대한 집사라는 사실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의 본문 가운데 여러차례 등장한다. 일반 집사와 위대한 집사의 차이에 대하여 독자는 스티븐슨이 여행 중 회고하는 내용들을 읽으며 혹은 그의 주장을 읽으며 그가 왜 위대한 집사였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스티븐슨이 말하는 집사의 일과 입술의 말들이 절박하게 들리는지에 대해서 궁금함을 가지게 된다. 달링턴 홀의 새로운 주인 패러데이의 호의 가운데 출발한 6일간의 여행에서 독자는 집사 스티븐슨의 인간적인 면을 집사라는 직분 뒤에 숨겨진 이면을 바라볼 때 앞서 언급한 질문은 더욱 진한 느낌을 더해준다. 비록 6일이라는 짧은 여행이지만 이 짧은 여행 시간동안 독자는 집사 스티븐슨에게 무언가 결여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결여된 부분들, 위대한 집사로서 최선의 행동과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집사 스티븐슨에게 결여된 부분들을 찾는 순간 독자는 우리의 삶이 잃어버린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주인의 권유에 의하여 출발한 여행의 시간 한 늙은 집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리고 하나하나 매듭짓는 과정을 담담하지만 매우 설득력있게 풀어 내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뛰어난 솜씨는 문학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 모두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잔잔한 감동이 끝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본연의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남아있는 나날』은 비록 외곬수이지만 변화라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위대한 집사 스티븐슨의 따뜻한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줄거리 요약

주인공 집사 스티븐슨은 35년간 유서 깊은 저택, 영국의 달링턴 홀에서 주인 달링턴을 향해 모든 것을 헌신한 인물이다. 하나의 분야에서 발휘되는 능력의 뛰어남을 설명할때 집사 스티븐슨에게는 그의 긍지에 어울리는 훌륭한 품위와 능력이 자리하고있다. 그런 스티븐슨에게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 무엇보다도 저택의 주인이 미국인인 패러데이가 다가왔을때 위대한 집사 스티븐슨은 새로운 변화이자 어색함 그 자체이다. 주인의 권유에 따라 떠나게 되는 6일간의 여행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재확인의 시간이다. 달링턴 가에서 겪은 수많은 일들과 번민들에 대하여 자신의 결정을 되짚는 시간은 동시에 자신이 느꼈던 부족함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하다. 집사 스티븐슨이 여행지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스티븐슨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인물들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전 주인 달링턴과의 여러 사건들은 집사 스티븐슨의 인간적인 면들이 함께 드러난다. 집사 스티븐슨은 인생의 황혼녘에 떠난 여행의 종착지인 바다가 마을인 웨이머스에서의 자신에게 부족한 유머를 더욱 새로운 각오로 연습해야겠다는 결말을 통해 새로운 주인과의 소통을 노력하고자 한다. 여행의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되는 장소이자 변화의 희망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순간의 희망을 찾아내는 독자 모두에게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전하는 따뜻한 삶에 대한 사랑과 감동이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